ep.6
오전에 애플이 서핑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같이 바다로 들어갔다. 라인업까지 나갈거라고 하길래 나 완전 초보인데 걱정된다고 말했더니, 괜찮다고 내가 옆에 있을테니 걱정하지 말란다. 패들링을 잘 못하니까 자기 리쉬를 잡고 오라며 끌어주기도 했다. 애플을 따라서 보드를 뒤집어 파도를 넘기는 터틀롤도 처음 해보고, 애플이 보드를 밀어준 덕분에 라인업에서 해변까지 길게 파도를 탈 수도 있었다. 우왕좌왕대는 나를 옆에 붙어서 케어해주니 든든했다.
쉴 때 물 팔고 있는 스리랑카인이랑 땀 뻘뻘 흘리며 공놀이도 하고. 같이 지내고 있는 분이 내가 리욘이랑 앉아서 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선, 스리랑카 남자애들을 다 꼬실 작정이냐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저스트 프렌드입니다만.
점심에는 새우 커리와 로띠, 이름은 들었지만 항상 까먹는 무언가, 그리고 주스와 과일을 먹었다. 파프리카만 들어가지 않으면 뭐든 잘 먹는 입맛을 가지곤 있었지만 스리랑카 음식이 내 입에 이렇게 딱 맞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배가 고파 맨밥을 퍼 먹어도 충분한 상태에서 먹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여태까지 먹었던 스리랑카 음식 중에 못 먹겠거나 맛 없었던 음식이 단 하나도 없었을만큼 잘 맞았다. 지금은 너무 행복한데 한국에 가면 몸무게가 얼마나 늘어나 있을지 우려가 된다.
2시에 애플이 오토바이를 타고 숙소 앞으로 왔다. 미리사 해변을 구경하고, 현지인 찬스로 시크릿 비치도 갔는데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정말로 시크릿이구나 싶었다. 햇살은 뜨거운데 오토바이로 바람을 가르며 가니까 오히려 시원했다. 가면서 보이는 풍경도 정말 아름다웠지만 먼지와 매연은 아름답지 않았다. 망고 주스도 한 잔 먹고, 사진도 찍고, 바다를 보면서 이야기도 나눴다. ‘I like you’에 이어서 오늘은 ‘I love you’까지 나왔다. 너가 곧 한국으로 돌아가서 너무 슬프지만 난 널 그리워하며 너가 다시 스리랑카로 올 때를 기다리겠다고, 그때까지 다른 여자애를 만나지 않겠다며 결의에 찬 눈빛으로 말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이러는지 알 수가 없다.
내가 일주일 뒤에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애플에겐 절망적인 건지 저녁도 같이 먹자고 했다. 숙소에 돌아와서 휴식을 취하다가 저녁에 스리랑카 가정식 느낌의 밥을 먹었다. 패션후르츠 주스도 맛있었다. 이런저런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가끔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너가 한국에 가면 나는 항상 널 그리워할 거라는 애플의 말을 웃어넘기면서 시간을 보냈다. 애플이 오토바이로 숙소로 데려다 주는 길에 하늘을 봤는데 밤 하늘의 별이 촘촘히 떠있었다. 주변에 불빛이 어느정도 있었는데도 충분히 예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