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파도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스리랑카인이 리욘이 있는 서핑샵을 가리키며 너 남자친구 있지 않냐고 물었다. 리욘? 하고 되물었더니 그 남자가 끄덕이며 자기가 다 봤다길래 나는 친구일뿐이라며 손사래를 쳤다. 이 얘기를 리욘에게 해줬더니 리욘도 어제 친구가 너 여자친구 어디 갔냐고 물어서 그런 거 아니라 했다고 한다. 션의 동생 11살짜리 꼬마 남자애도 애플과 내가 함께 있는 걸 봤는지 누구냐고 물었다. 이러다가 스리랑카에 한국인 바람둥이 여자애가 왔다는 소문이 퍼질지도 모르겠다.
점심에 비프 커리를 두 그릇씩 가져다 먹고, 잭푸르트도 처음 먹어봤다. 알캉알캉한 식감에 황도와 비슷한 맛이 나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는데 되게 맛있었다. 부른 배를 두드리며 조식을 준비해주시는 분에게 스리랑카 전통 헤나인 ‘멘디’를 받았다. 도안도 없이 손바닥과 팔에다가 슥슥 그림을 그리는데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30분을 말리고 물로 씻어내니 멋진 무늬가 손에 남았다. 물을 안 묻히면 1주일, 서핑을 하면 3일이라던데 지워지면 한 번 더 부탁을 드려야겠다.
한 숨 잠도 자고 굳은 몸을 풀면서 시간을 보내다 오후 서핑을 하러 갔다. 서핑을 하다 보니까 강습을 하러 바다로 나온 애플과 마주쳤다. 그런데 얘가 강습생을 가르쳐주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내 보드를 밀어준다고 정신이 팔렸다. 내 보드 위에 턱을 괴고 뚫어져라 쳐다보지를 않나, 작정하고 꼬시려는 것 같았다. 같이 서핑을 하러 온 지인이 그 모습을 봤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얘가 왜 이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특히 이날은 오후 해 지기 전 풍경이 예뻤다. 무지개가 하늘에 부드럽게 그려지고, 둥그렇고 커다란 해가 붉게 빛나며 사라지기도 했다. 바다 위에 둥둥 떠있는 서퍼들, 가게 앞을 빗자루로 쓰는 직원, 아기를 안고 걸어가는 사람, 낮잠을 자거나 장난을 치는 강아지들. 한국에 돌아가서도 이러한 스리랑카의 일상적인 풍경을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