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해!
사람은 누구에게나 특출난 재능이 있다. 물론, 모든 것을 잘하는 정말 사기와 같은 재능을 지닌 사람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완벽하지 않고 그렇기에 내가 부족한 부분을 더 잘하는 타인이 존재하고 그 타인과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 발전해 나가는 것이 조직 생활이라고 생각한다.
인사 조직 관점에 있어 이는 더욱 중요하다. 특히, 직무 전문성을 살리면서 사람을 관리하는 이른바 인사관리(People Management) 모두 잘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우리의 역량이 이 두 가치에 모두 분배되어 있지 않을뿐더러 제한된 시간과 육체적 한계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관리역량의 비율과 중요성이 높아지고 실무 역량과 업무 진행 시 중요도는 주니어 단계 때보다 낮아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상기에 첨부한 이미지와 같이 직급 승진에 따른 역량 변화를 강조하게 된다. 하지만 혁신과 성장이 생존과 경쟁우위 획득의 필수인 스타트업 조직에서 위와 같은 역량 변화를 강조하고 이를 기반으로 조직을 운영하게 된다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
많은 실리콘밸리의 성공한 스타트업 조직(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닌 조직)들 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등에서는 위와 같은 기성 조직에서 강조하는 역량 변화를 그대로 차용하지 않고 있다. 관리자로서의 커리어 루트와 실무 전문가로서의 커리어 루트를 나누어 개인별 강점과 니즈(Needs)를 적극 반영하여 인력 관리를 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채의 '실리콘밸리에선 어떻게 일하나요'를 읽으면서 메타(Meta)에서 운영하고 있는 커리어 루트에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 공유하고 나의 생각을 덧붙여 보고자 한다.
메타의 커리어 루트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네가 제일 잘하는 걸 해'다. 개발과 실무를 잘하는 사람은 팀을 운영하고 관리하는 일보다는 본인 직무의 전문성을 향상하고 더 높은 수준의 기대치를 충족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반대로 관리역량이 우수하다면 일정 수준까지 실무 역량을 쌓은 다음 관리자로서의 커리어 루트를 걸어가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잘하는 게 다르고 앞으로의 목표가 다 다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무 전문성 함양을 희망하고 사람관리 역량이 부족한 사람에게 직급 승진에 따른 관리 역량 함양을 요구하고 이를 핵심 가치(Core Value)로 설정하고 조직이 운영되면 높은 효율성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반대로 관리 역량이 우수한 사람에게 팀빌딩 및 관리 업무를 핵심 가치로 설정하고 조직을 운영한다면 더 큰 운영 효율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필자가 재직했던 스타트업 조직에서 어느 정도의 연차와 조직 내 공헌을 인정받은 개발자들이 장(Lead)의 포지션에 앉게 되면서 가장 많이 토로했던 게 사람 관리의 어려움과 수많은 보고 문서와 절차에 따른 피로감이었다. 정말 최고 수준의 개발역량과 앞으로 해당 분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사람들이었지만 이런 잘못된 조직 구조와 운영으로 조직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더 큰 가치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개발역량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당연히, 관리에 대한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여 해당 조직의 구성원들의 불만족 정도 또한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는 조직 전체의 불만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그렇다면 성공한 스타트업 조직은 어떻게 하는가?
메타의 경우 직무 전문성을 강조하는 스페셜리스트로 IC라는 직무레벨을 신설하고 이 레벨 바운더리에 있는 사람은 관리보다는 직무 수행과 직무 전문성 함양에 초점을 둔다. 반대의 경우는 일정 수준 까지는 M으로 통칭되고 그 이상부터는 D 그리고 VP 등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팀장, 상무, 부사장 등과 같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후부터는 편의상 M이라고 통칭하겠다. 각 커리어 루트별로 레벨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IC4 구성원은 M4 구성원과 동일한 처우와 권한을 갖게 된다.
팀 빌딩과 조직 운영은 주로 M 직급에 있는 구성원들이 담당하게 된다. 그러나 M 직급에 있는 구성원들 독단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IC 직급의 사람들에게 필수적으로 조언을 구하고 그 과정에서 중요한 의사결정권자가 된다. 대표적인 예로 인원 채용 시 IC 직급의 구성원이 참석하여 채용 여부의 캐스팅 보트를 지니게 된다. 당연히, 실무적으로 같이 더 가까이 일할 인원이기에 당연한 일이다. 이 외에도 조직 내 다양한 의사결정 과정에 M 직급뿐 아니라 IC 직급 인원이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받아들인다.
더 흥미로웠던 점은 임원급 회의에서 D2 이상 레벨의 구성원이 참석하여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회의라면 실무업무를 하는 IC 직급이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IC8 레벨 이상 구성원이 필수적으로 참석하여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이러한 운영이 가능한 것은 당연히 메타 조직 내 만연히 뿌리 박혀 있는 수평문화(flat culture)와 피드백 문화 때문일 것이다.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각 구성원들이 가장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최고의 효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많은 한국 스타트업 조직에서도 이와 같이 구성원들의 강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하여 더 큰 성장으로 유니콘을 넘은 데카콘이 탄생하였으면 한다. 필자 또한 실무에서 어떻게 이를 잘 녹여내어 활용할지 계속해서 고심하고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스타트업 ㅈ까라 그래!' 시리즈는 기존 연재하던 HR '썰' 시리즈를 변형시킨 시리즈로 HR 관점에서 스타트업 조직의 현실을 속 시원하게 파해치고자 합니다. HR의 대표적인 하위 항목(확보, 개발, 평가, 보상, 유지, 방출)에 상관없이 자유로운 주제로 1주일에 1개 - 2개의 글이 주기적으로 업로드될 예정입니다. 양질의 내용과 생각을 같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항상 생각하고 부지런히 글을 쓰는 사람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