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소피 랩- 조니톰슨>
철학은 삶과 어우러졌을 때 빛을 발한다.
철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머리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철학을 보여주고 싶은 젊은 철학자가 쓴 책이다. 옥스퍼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오늘의 고민을 이야기하고 철학자에서 해답을 찾는 이 책은 철학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어려운 철학 용어보다 쉽게 풀어서 우리가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게 한다. 개인적인 일부터 사회 전반적인 문제까지 아우르며 짧은 에세이 형식으로 적은 책이라 읽기도 편하고 마음에 드는 철학자만 찾아볼 수도 있다. 그리고 새로운 철학자들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우리가 많이 들었던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그리고 니체와 요즘 아주 유행하는 쇼펜하우어까지 없는 철학자 찾는 것이 더 어려운 이 책은 그들이 이야기했던 수많은 사상들을 다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현상 하나에 딱 하나의 이유만 찾은 이 책은 그래서 명확하기도 하고 쉽기도 하다.
우리에게 요즘 필요한 이타주의에 대한 생각을 콩트라는 철학자에서 찾기도 했고, 싱어에게서 평등이라는 거짓말을 찾았다. 몽테뉴에게서 더 글로리에서 나왔던 메멘토 모리를 니체에게서는 미래를 향한 강한 의지를 하이데거에게서는 필멸성을 카뮈에게서는 부조리에 대한 해답을 찾았다.
130여가지의 질문에 대한 답이 정답이지는 않겠지만 공감할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편하다.
놀라울 만큼 복잡한 인간들이 모여있는 세상이니 얼마나 다채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서 어떻게든 살아내가고 있다. 이해를 할 수 없으면 받아들이면 되지만 거기까지 가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나 대신 그 많은 것들을 생각해 준 철학자들의 말이니 내 삶이 피곤할 때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꽤 오래 읽은 책이다. 쉽지만 쉽지 않은 느낌이랄까.
한 문장 읽고 무언가를 빽빽하게 메모를 남겨보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인 느낌적인 느낌. 밀리의 서재로 읽었지만 실물로 하나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필사를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요즘 나의 행동 패턴이 사춘기 소녀도, 갱년기도 아닌 이상한 상태라 나름의 이유를 찾고 있다. 그래서 읽어본 책이기도 하다. 생각해 보면 나의 감정에 솔직해져 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모두들 본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짜증나' '귀찮아' 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나의 상황들을 정확하게 어떤 감정들에 쌓여있는지 들여다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럴 시간도 없었고.
개인적인 시간이 나기 시작했고 생각보다 많은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이렇게 감성적이게 된 것일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무언가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다들 이렇게 복잡하게 사는 걸까? 아니면 내가 유별난 걸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하나는 확실히 알았다. 뭔가 잔뜩 응축된 나의 감정을 책과 음악으로 잘 다스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가득 차있는 감정을 터트릴 필요가 있었다. 텅 빌 정도의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기는 어렵겠지만 무언가를 표현하고 뱉어내고 읽다 보면 이 가득 차 있는 것들이 어느 정도는 가라앉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생각해 보니 유독 슬픈 영화에 약했던 나는 한번 울기 시작하면 그칠 수가 없었는데 그때도 나는 화가 많았나 보다. 너무 울어서 슬픈 영화는 어느 순간부터 피했는데 다시 봐야 할까....
쇼펜하우어가 음악에 대하는 자세를 알 것 같기도 하고, 예쁜 쓰레기나 덕질에 집착하는 나의 모습이 플루타르코스가 말한 감정을 쏟을 곳이 필요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돈으로 계급이 나누어져가는 사회 모습이 파농이 말한 흑인과 백인의 차별주의와 비슷해져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생각이 많아지게 한 책 임에는 틀림이 없다.
누구나 한번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
아무것도 모르는 철알못이지만 그래도 철학은 역시 삶과 어우러져야 빛을 발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