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유불급, Florida의 매력은 어디에.
1년 반의 시간은 참으로 짧은 시간이다.
원래부터 여행을 좋아했었기에 자유로운 이 시기에 맘껏 다니고 싶었고,
아이들도 미국 사회에 남아 미국에서 더 성장하기보다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를 원했다.
가을학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무얼 할까 고민을 하다가 플로리다를 거쳐 이베리아반도를 여행하기로 했다.
그중 플로리다.
올란도, 디즈니월드가 주는 이미지도 강렬했고, 에버글레이즈, 비스케인, Dry Tortugas 국립공원도 궁금했다.
결론을 말하자면,
-1년 반 동안의 잦은 여행으로 여행은 우리 가족에게 너무나도 '흔한' 것이 되어버렸고,
-LA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레고랜드, 씨월드 등보다는 비교가 안되게 규모도 크고 '볼만한' 디즈니월드는 '좋기는 했으나' 가성비를 생각하면(2일 4인 가족의 티켓값만 150만 원이 넘었다;;) 뭐 그렇게 까지 꼭 가야 하나, 정도의 감동이었고,
-우리가 플로리다에 있는 내내 비 아니면 흐린 날씨로 인하여, 애써 찾은 key west의 바다빛깔도 고운 빛이 아니었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플로리다는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살았던 샌디에이고와 비교가 되는 곳이었는데 전반적으로 샌디에이고보다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
여행이 흔하고, 비슷한 자극과 경치가 흔해지면 감동이 준다.
흔하다, 뻔하다 이런 사치스러운 느낌이라니.
플로리다에 평생을 기다려 놀러 오는 사람이 상당히 많을 텐데 그저 시큰둥한 마음이 괜스레 미안했다.
무엇이든 차고 넘치는 것보다는 아쉽고 절실하고 어렵고 희귀한 것이 더 큰 감동을 주는 것 같다.
그럼에도, 올랜도의 힐튼 베이케이션 미스틱의 룸레잇은 4박에 350불, 베스트웨스턴 Gateway to key의 3박의 룸레잇은 240불에 지나지 않았으니(게다가 프로모션으로 100불 크레디트로 돌려받기까지) 샌디에이고에서의 월세보다는 훨씬 저렴한 금액으로 플로리다 여행을 했다. 샌디에이고에서 템파까지, 그리고 마이애미에서 토르투까지의 비행기 가격도 매우 저렴했다.
흔한 덕분에 감동은 덜했지만 미국에 살아본 덕에 그래도 매우 싼 금액으로 플로리다까지.
보았노라 디즈니월드의 불꽃놀이, 가보았노라 미국의 최 남단 키웨스트, 뭐 이 정도도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올랜도의 어느 작은 마을
올랜도에서 2일은 디즈니월드에(매직킹덤과 할리우드), 하루는 케네디스페이스 센터에 가려했는데 시차, 피곤함으로 케네디스페이스는 결국 가지 못하고 장을 보고 올랜도의 작은 호수에 놀러 갔다. 동네가 샌디에이고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었는데 참으로 고즈넉하고 멋진 동네였다. 동부는 서부와는 다른 매력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석양을 본 유일한 날이었는데, 현지인들이 소소하게 모여 파티도 하고 데이트도 하는 멋진 곳. 왜 이런 곳이 더 매력적인지 모르겠다.
올랜도 디즈니월드
디즈니월드를 간다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었다. 가기 전부터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어떤 놀이기구를 타고 어떤 동선을 짜서 다녀야 하는지를 잘 살펴보고, 가능하면 디즈니리조트 안에 있는 호텔에 지내면서 30분 일찍 들어가 오픈런을 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디즈니월드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저렴 호텔에서 지냈지만, 주차하고 디즈니월드를 가는 것이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조금 늦게 가도 불꽃놀이까지 겨우 봤다. 아침 일찍 가서 불꽃놀이까지 보려면 어마무시한 체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지니플러스를 사도 인기 좋은 어트랙션은 타기가 매우 힘들었다. J가 놀이기구를 잘 못 탄 덕분에 나랑 J는 어슬렁 거리며 공연 위주로 돌아다녔는데, 그것도 매우 좋았고. 스타워즈나 몇몇 어트랙션은 우와 싶을 정도로 재미있었고 멋있었다. 겨울 비수기에 갔지만 사람은 너무너무 많았고, 불꽃놀이 이후에 어마무시한 기다림 끝에 겨우 페리를 타고 주차장까지 갈 수 있었다. 불꽃놀이는 로맨틱했고 할리우드 쪽에서 하는 저녁 레이저쇼? 같은 것도 온갖 디즈니 캐릭터가 등장하는 화려한 것이었다.
더 늙기 전에 이곳에 와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은 들지만 이번 한 번으로 충분했던 디즈니월드.
미국인들의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자본주의의 꽃, 디즈니월드.
Key West
원래는 key west에서 배나 비행기를 타고 가는 Dry. Tortugas 국립공원을 하고 싶었다. 이름도 어려운, 가장 가기 어려운 국립공원이라는 그곳은 키웨스트에서 아침 일찍 떠나는 배를 타고 가거나 경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곳으로, 배를 타려면 룸레잇 비싸기로 유명한 키웨스트에서 2박은 해야 하고 비행기를 타려면 4인 가족 2000불은 각오해야 했다. 고민 끝에 포기하고 키웨스트만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우리가 머문 그때 내내 비가 내린 결과 비싸게 Dry Trotugas를 예약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대신 다녀온 키웨스트도 그저 오래된 물가 비싼 관광지. 차만 오래 타고 감동은 덜한 날이었다. 날이 맑았으면, 저 바다빛이 몰디브 못지않게 아름다웠을 텐데. 참으로 아쉬운 하루
Everglades National Park
플로리다에서 그래도 가장 괜찮았던 곳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이 아닐까 한다. 샤크트램투어를 하였는데, 날도 선선하고 그리고 악어도 많이 보고. 앨리게이터와 크로커다일의 차이점을 이곳에서 처음 들었다. 신기한 야생의 세계를 잠깐 엿보았을 뿐이지만 충분히 신비롭고 흥미로웠다. 광활하고 넓은 습지. 악어를 야생에서 보다니. 악어는 초록색보다 검은색에 가깝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고, 가까이서 보면 엄청 징그러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멋있었다.
Byscane National Park
비스케인 국립공원은 미국을 떠나는 마지막 날에 잠깐 들렀다. 해양이 96%나 차지하는 이곳에 우리가 들린 곳은 겨우 비지터센터가 있는 자그마한 곳일 뿐이라 과연 비스케인 국립공원을 봤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산책로가 저 멀리까지 잘 이어져서 잠깐 들르기에 참 좋았다. 날이 좋으면 바다 색도 예쁘고, 배를 타고 멀리 나가면 이곳이 왜 국립공원인지를 잘 알 수 있었을 텐데. 그저 스쳐 지나가서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게 참으로 아쉽다.
그리고 Florida를 떠났다. Good bye 미국 또 올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