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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부마 Nov 27. 2024

남을 지적하는 사람들의 심리

굴절된 거울에 비친 것은 모두 왜곡되어 보인다.



최근, 스레드에 운동하는 영상을 여러 번 올렸다. 나의 운동 자세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이 꼭 있다. 남에게 조언을 할 정도면, 얼마나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일까.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 계정에 들어가 봤다. 정작 본인은 운동 영상은커녕 글 한 줄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궁금했다. 이 사람들은 왜 그러는 걸까?


 1. 익명성의 편안함

온라인에서는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다. 자신은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으면서 타인을 평가하고 지적하는 건 쉽다. 본인이 직접 할 필요가 없으니, 부담 없이 댓글을 달 수 있는 거다. 실제로 남에게 함부로 말을 하거나, 부정적인 답글을 다는 사람의 계정에 들어가면 자기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제까지 그 사람이 단 답글을 한 번에 볼 수도 있는데, 놀랍게도 전부 남을 폄하하고 험담하는 내용이었다. 남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의 문제는 자기 자신조차 존중하지 않는다는 거다. 스스로가 못나 보이니, 다른 사람을 볼 때도 못난 점부터 찾는다.


 2. 우월감 추구

다른 사람을 지적하면서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은 하지 않지만 알고 있는 정보는 있으니, 말로만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가 있는 거다. 나도 그런 적이 있다. 인스타에서 마들렌 만드는 영상을 봤다. 마들렌은 병아리 털처럼 옅은 노란색 정도로 구워야 하는데, 영상 속 마들렌은 옅은 갈색이었다. 나는 그 사람 영상에 너무 오래 구웠다고 답글을 남기려다 그만두었다. 기분 좋게 영상을 올린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3. 비판의 대상 찾기

자신이 뭔가를 시도하거나 도전하지 못할수록,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흠을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나도 하지 않으니, 너도 하지 말아라는 물귀신 작전이다. 자존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하루는 어떤 사람이 내가 올린 운동 영상의 답글에 '바른 자세'라며 유튜브 영상 링크를 올렸다. 내가 '본인이 한 동영상도 있나요?'하고 물었더니, 그는 '나는 스치니 같은 몸매가 아니라서, 내 영상을 올리지는 못하겠고.'라고 답했다. 내가 나보다 몸매도 별로고, 자신감도 없는 사람의 조언을 들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4. 관심받고 싶어서

어떤 사람들은 그냥 대화에 끼어들고 싶어서, 혹은 논쟁을 유도하고 싶어서 일부러 그런 댓글을 달기도 한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다는 답글일수록,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런데 다른 사람 계정에 굳이 와서는 '자세가 틀렸네, 피티 받아라.'라는 식으로 무례하게 말한다. 오늘 한 여성이 자신의 스레드에 '케일을 많이 샀는데, 잘 먹는 방법이 있을까?'라고 물었다. '그냥 삶아라.'라는 답글이 눈에 띄었다. 굳이 답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말을 쓰는 이유는 그렇게라도 관심을 받고 싶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인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개가 지나가는 사람만 보면 시끄럽게 짖어대는 것처럼




물론, 정중하게 자세가 틀려서 부상이 걱정이 된다고 한 사람도 있다. 그런 경우에는 바른 동작을 알려주는 영상을 찾아 따라 하거나, 헬스클럽에 가서 트레이너에게 물어본다.

바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고맙지만, 나는 지금 배워가는 중이다. 자세 때문에 불편함을 느낀다면 고쳐나갈 거다. 미리부터 걱정하고 주의를 주는 건 어느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지나치면 잔소리와 오지랖이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 엄마나 아빠가 쫓아다니면서, "얘얘, 그렇게 하는 게 아니야. 그럼 다쳐! 상체를 앞으로 더 구부려야지! 발을 더 빨리 굴려봐! 핸들을 더 단단하게 잡으라고!" 외친다며, 오히려 아이는 자전거를 더 늦게 배우거나, 아예 배우고 싶은 마음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처음에 운동 영상을 올리고 지적하는 답글을 봤을 때는, '괜히 올렸나?' 하고 고민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보다 나 자신이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다. 내가 지금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고, 더 건강해지고 활력을 얻고 있다는 있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남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그냥 내 할 일을 하기로 했다.


운동뿐만 아니라, 글쓰기, 공부, 독서, 마라톤, 저축, 투자 등 다 마찬가지다. 보통 본인은 하지 않는 사람일수록 남이 하는 일에 "제대로 하네, 마네.", "그 일을 할 가치가 있네, 없네."라며 훈수 두기를 좋아한다. 그 분야에서 실력 있다고 인정받은 사람이 하는 말이 아니라면,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


그러니 오늘도 자신 있게 하고 싶은 일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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