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잉글랜드에 폭설이 내린 날
지난 토요일 밤, 뉴잉글랜드 지역에 폭설이 내렸다.
내가 사는 로드아일랜드에도 눈이 발목까지 쌓였다. 미리 날씨 예보를 확인하지 않아 집에 남은 제설제가 없었다. 남편과 땀을 흘리며 차와 드라이브 웨이(개인 소유지에서 공용 도로까지 이어진 통로. 보통 차를 주차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에 쌓인 눈을 치우고, 동네 마트로 제설제를 사러 갔다.
올해에 벌써 세 번째 사는 거라 바로 제설제가 있을 곳으로 향했다. 내가 가는 마트에는 두 종류의 제설제가 놓여 있었다. 용량은 같은데 하나는 8불, 다른 하나는 16불이었다. 굳이 비싼 제설제를 살 필요가 없어서 항상 싼 것을 사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사지 않는 비싼 제품만 놓여 있고, 가격표에 8불이라고 적혀있었다.
'응? 세일인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평소 비싼 제설제를 싸게 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 좋게 두 통을 카트에 넣었다. 식재료를 몇 가지 사서 셀프 체크인을 하는데, 제설제 바코드를 찍으니 16불이었다.
'그럼 그렇지'
내 마음대로 추측해 보자면, 8불짜리 제설제가 다 팔리고 16불짜리만 남았고 직원이 가격표를 바꾸지 않은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한 통을 직원에게 돌려주고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바깥에 8불짜리 제설제가 눈에 덮인 채 진열되어 있었다. 아주 잠깐 고민하다가, 싼 제설제를 들고 다시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저, 싼 제품이 없는 줄 알고 샀는데, 있었네요. 교환해 주실 수 있나요?"
내가 웃으면서 말하자, 직원인 중년의 백인 여성이 "오! 그럼요, 굳이 비싼 걸 살 필요가 없죠. 이건 개와 고양이의 발바닥을 상하지 않게 하는 거라서 그래요."라고 말하며 바꿔주었다.
아, 그래서 두 제품의 가격이 두 배나 차이가 나는 거였구나!
내가 쓰는 Jiffy Melt애는 염화칼슘이나 염화나트륨(일반 소금)이 들어있다. 반려동물들이 이런 제설제를 밟은 후에 발을 핥으면 구토, 설사, 발 패드 자극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반면, Safe Paw, Natural Rapport Pet-Friendly Ice Melt, Morton Safe-T-Pet Ice Melt 같은 제품은 반려동물에게 안전하다.
나는 미국에 온 이후로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제설제 가격이 다르다는 것 뿐, 그 이유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역시, 다른 사람이 처한 상황은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관심을 갖기도, 공감하기도 힘들다. 예를 들면, 처음으로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지하철 역의 높은 계단을 마주하고 당혹스러워하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