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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BUMA 요부마 Feb 20. 2024

어차피 떠날 사람인데 뭐 하러 만나?

언젠가 다시 만난다

곧 일본으로 돌아가는 아가사의 송별회에 다녀왔다.

3년 전, 9살 첫째, 두 살 된 둘째, 태어난 지 한 달 된 셋째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만났던 게 얼마 전 같은데.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아가사는 운전을 하지 않아 더우나, 추우나. 유모차를 밀고 나타났다. 아이 셋을 챙기면서도 한 번도 화내거나 혼을 낸 걸 본 적이 없었다. 더 자주 보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그러지 못했다.


8년 전, 프로비던스에 처음 왔을 때는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여기서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지?' 막막했다.

지금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도 다 만나지 못할 만큼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동네에서 또래 아이들을 키우는 한국인 친구들, 오랫동안 함께 한 일본인 친구들, 영어와 미국 문화를 가르쳐 준 선생님과 멘토들, 주디와 조이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난 여러 국적의 친구들, 나단이를 키우며 알게 된 미국 엄마들.


그중 한국과 일본인 친구들은 로드아일랜드에 정착하기보다 다른 주로 이사 가는 사람이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많다. 2년 정도면 정이 들기 충분한 시간이다. 마음이 잘 맞아 자주 보고 친하게 지냈던 사람이 떠난다고 하면 더 아쉽다.


예전에 친한 동생이 나에게 물었다.

"어차피 돌아갈 사람한테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거 아깝지 않아?"

아직까지는 아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은 조용한 일상의 활력소다. 

어쩌다 여기 오게 되었는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이제까지 어떤 경험을 했었는지. 다 궁금하다. 

언젠가 떠날지도 모르니까, 되도록 함께 있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다. 

어차피 떠날 사람한테 쓰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보다, 언제 헤어질지 모르니 함께 있을 때 행복하고 싶다.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다 자연스럽게 추억이 쌓이게 되고, 그렇게 연결된 인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가까이 있지 않더라도 인생에서 좋은 순간을 함께 한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하게 잘 살아가면 그걸로 충분하다.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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