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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BUMA 요부마 Mar 19. 2024

앞이 캄캄할수록 굳게 믿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언니에게 꼭 전해주고 싶었어요. 그동안 용기 주셔서 감사해요.'

7년 전, 블로그 이웃으로 알게 된 D가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6월에 결혼을 한다니! 그동안 그녀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기에 가슴이 뭉클했다.



D를 알게 된 건, 2014년. 나는 블로그에 <연애와 결혼>이라는 글을 하나 올렸다.

나처럼 오래도록 짝을 찾지 못해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나는 스물일곱 살 때부터 서른셋에 남편을 만나기까지, 6년 동안 무려 100명 넘는 남자를 만났다. 매주 두 번 소개팅을 하고, 선을 봤다.

20대, 단정한 외모(내 입으로 말하기 뭐 하지만, 주선자들이 말한 거니까...), 누구나 들으면 '아~'하는 4년제 대학 졸업자, 경제적으로 건전하신 부모님 등. 여러 조건이 누구에게 소개해 주기 좋다는 이유에서 특혜를 받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나는 제대로 연애도 못했다. 두 명과 교제를 했지만 한 달 정도 만에 끝나버렸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유가 있었다. 상대 문제가 아니었다. 내가 결혼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고, 인생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도 불분명했다. 그러니 나에게 어떤 사람이 맞는지도 몰랐다.

소개받으러 나간 자리에서 상대가 맘에 안 들면 속으로 '시간 낭비했네'하며 실망하고, 어쩌다 조건과 인상이 마음에 들면 혼자 조급해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천천히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머릿속에는 '이 사람이야? 아니야?' 이런 식의 일차적인 질문만 떠다녔다.

무엇보다 나 자신은 보지 못하고 상대를 평가하려 했다. 맘에 드는 상대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거나 어장관리를 하는 것 같으면 좌절했다. 눈치를 보느라 자신이 없었다. 표정은 어두웠다.

결혼한 친구들은 다 승자처럼 보였다. '이러다 나중에 나 혼자 남겨지면 어떻게 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 우울했다.



나는 서른두 살이 되어서야 달라졌다. 분명 변한 계기가 있었을 텐데. 생각나지 않는다. 이럴 때 당시 기록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아마도 책이었을 거다. 아니면 언니의 말이었거나.  아무튼 나는 다행히 정신을 차렸다.


내 짝이 나타날 거라고 믿기로 했다. 어디선가 그가 분명 나에게로 오고 있다.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사실 그것 말고는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을 뿐이다. 그동안 나는 나를 괜찮은 사람으로 만들자. 나답고 멋진 사람이 되자고 다짐했다.


내가 원하는 배우자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그렸다.


1.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지닌 사람

2. 자기 일을 사랑하는 사람

3. 서로 사랑하는 사람



큰 그림은 '인간적으로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아래에는 '미국에서 사는 사람', '경제적으로 자립한 사람'  등이 있었다. 리스트에 적은 것은 전부 열 개였다.

다 써놓고 읽어봐도 현실에 이런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도 그냥 미친척하고 믿기로 했다. 왜냐면 나는 그런 사람을 간절하게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게 확실한데 다른 것을 바랄 수는 없었다. (마치 샤넬 클래식 백을 원하는데, 프라다 갤러리아 사피아노로 만족할 수 없는 것처럼. 참고로 나는 둘 다 없다.)

1년 넘게 엄마, 언니한테 '아직도 정신 못 차린 여자분'이라는 구박을 받았지만, 무시했다. 아예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뇌를 세뇌시켜 버렸다.



2023년 12월. 요리 수업 없는 날에 파리바게뜨에서 조카에게  빨간 딸기가 올려진 쇼트케이크 한 조각과 우유 시켜주고, 나는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평소 자주 연락하지 않는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요부마야, 남편 선배 친구가 보스턴에서 일하는데, 지금 서울에 잠깐 출장 왔대. 한번 만나볼래?"

"응!"

토요일, 압구정 고센에 들어갔을 때. 내가 그리던 남자가 앉아있었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시 블로그 이웃 D의 이야기로 넘어가서, D는 내가 남편을 만나 결혼한 과정을 쓴 글을 읽었다. 그녀도 짝을 찾지 못해 힘들다고 했다.

나는 그녀를 생각하며 몇 편의 글을 더 올렸다.

2018년 서울에 갔을 때, 우리는 만났다.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언니와 동생처럼 편했다.


D는 배우자를 만날 거라고 믿고,  자신에게 집중하기로 했다. 그녀는 대학원을 다니고, 같은 회사에 다니는 동료와 독립해서 새로운 회사를 차렸다. 같은 업계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유튜브를 개설해서, 전문지식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6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녀는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


만약, '그녀가 언니가 하는 말은 언니한테나 해당하는 거였어.'라고 단정 짓고, 중간에 포기했다면 어땠을까?

그녀는 분명 똑똑하고 멋진 사람이다. 결혼을 하지 못한다고 해도 나름대로 잘 먹고 잘 살았을 거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이를 만나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그것이 솔직한 그녀의 꿈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확실히 알았고, 이루어질 거라 믿고, 노력했다.

2014년 당시, 나에게 원하는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던 사람은 D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중 많은 사람이 포기했다. 종종 궁금해서 연락을 하면, 우울함이 문자에서도 전해졌다.


'괜찮은 남자들은 다 결혼했어요.'

'요즘 되는 일이 없어요.'

'너무 힘들어요.'

'나만 남았어요.'

'이번에 소개팅했는데 또 꽝이에요.'

'일도 안 풀리고, 살도 쪄서 우울해요.'


그래서 제철 식재료로 한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하라고 권했다.

분명 만날 테니 걱정 말고 즐겁게 지내라고도 격려했다.

그러면 돌아오는 말은, 몸이 아파서 운동은 힘들다. 요리는 하기 싫다. 사람 만나기 싫다. 귀찮다였다.

진심으로 내 사람을 만날 거라고 믿는 사람은 우울하지 않다. 정성을 들여 자신을 가꾼다. 자기 일을 더 열심히 한다.

얼굴에 미소가 담겨있다.

내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사람의 얼굴에서는 빛이 난다. 그 빛은 밝아서 주변 사람들도 알아챈다. 나를 만나는 남자도 그 빛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내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 순간 얼굴에 그늘이 생긴다. 분위기는 가라앉는다. 주변 사람도 당신의 한숨 소리를 듣는다. 어두운 사람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은 별로 없다. 가족도 친구도. 당신을 위해서 옆에 있어주는 것일 뿐이다.


지금 처한 상황이 암담하고 답답하다면, 방법은 단 하나다.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것이다. 믿는 순가 내 몸이 움직인다.

그 사람이 오는데, 꾀죄죄하고 우울하게 있을 수 있을까? 그럴 수는 없다.

언젠가 반드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거라고 믿는 사람과 믿지 않는 사람의 결과는 명확하다.

친구가, 직장 동료가 '요즘 무슨 좋은 일 있어?'라고 물을 때까지, 자신을 닦고 빛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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