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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BUMA 요부마 Apr 04. 2024

마이너 리그에 집중하느라 메이저 리그에서 졌다.

목표와 기한에만 집중하면 더 중요한 것을 잃는다


작은 게임에 집중하다 큰 경기를 망쳤다. 

지난 열흘 동안 매일 여섯 시간 이상 글을 썼다. 플로리다에 가기 전에 어떻게든 첫 번째 퇴고(처음 쓴 글을 보완하고 고치는 작업)를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 쓰기 시작한 책.

초고는 3개월 만에 미친 듯이 썼었다.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다 쏟아내는 일이었기 때문에 자유로웠다. 막힘이 없었다.

퇴고도 비슷한 시간을 들이면 쓸 줄 알았다.  9월부터 시작해, 연말에 끝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한 달, 두 달... 세 달이 지나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처음 썼던 내용을 아예 다시 쓰기도 하고.  하루 종일 한 장을 붙잡고 있어도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결국 해가 바뀌고 4월이 되었다. 

마지막 챕터를 남겨놓고, 어떻게든 이번 주에는 끝내겠다고 결심했다.  매일 아침 8시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오면 종일 식탁에 앉아서 글을 썼다. 점심은 남편 도시락 싸주고 남은 음식으로 간단하게 먹었다. 평소에는 식후 30분씩 걷는다. 그 시간도 아까워서 하루에 겨우 20분 걸었다. 일주일에 한 번 가는 퍼스널 트레이닝도 건너뛰었다. 

토요일에는 아침 8시에 프로비던스 리즈디 뮤지엄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커피 두 잔, 점심은 샌드위치를 그 자리에서 앉아서 먹고 글만 썼다. 미술관 문을 닫는 5시에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아이를 재우고 밤 12시 지나서까지 글을 쓰고 잤다. 더 자고 싶어도 아침 6시 전에 눈이 떠졌다. 평균 다섯 시간 정도 잤다.


이번 주 화요일. 이제 마지막 장만 남았다. 더욱 속도를 내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니 왼쪽 관자놀이 위가 띵-하고 울렸다. 아... 느낌이 온다. 편두통을 오래 앓은 사람이라면 아침에 일어났을 때 그분이 오시는 게 느껴진다. 간단히 아침을 먹고 두통약 한 알을 물과 함께 꿀꺽 넘겼다. 이대로 지나가주길 바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심해졌다. 소파에 몸을 파묻고 무릎에 맥북을 올려놓고, 꾸역꾸역 마지막 페이지를 썼다. 이제까지 쓴 모든 글의 형식이 맞는지 확인하고, 맞춤법 검사까지 마쳤다. 파일을 압축해서 글쓰기 선생님에게 보냈다. 


머리는 누군가 나사를 박고 쪼여 부서질 것 같고, 어깨와 등이 뻐근했다. '그래도 해냈다'라는 성취감에 자신을 위로했다. 

오늘 일어났는데, 그분이 아직도 안 가셨더라. 운동하는 날인데. 지난주도 빠져서 얼른 두통약 두 알을 먹고 헬스장에 갔다. 한 시간 동안 근육 운동하고, 스무디 챙겨 먹고. 플로리다에 챙겨갈 것들 쇼핑하려고 했는데, 컨디션이 안 좋아 그만두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아무리 시간이 남아도 다시 침대에 눕지 않는다. 도저히 안 되겠기에 전기요를 켜놓고 이불속에 몸을 파묻었다. 오후 3시에 하교하는 아이를 데리러 갈 때까지 잤다 깼다 하고 있었다.



'4월 둘째 주까지 반드시 퇴고를 끝마치겠다.'

'올해 꼭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겠다'

'2023년까지 1억을 모으겠다.'

'3년 안에 집을 사겠다.'

'2년 안에 꼭 주연 배우가 되겠다.'

'내년에는 꼭 승진하겠다.'



목표와 달성 날짜를 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의욕을 높여주고, 행동하게 한다. 

그런데... 목표 달성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다. 

바로 나 자신이다. 다른 말로 하면 내 인생이다. 목표 달성이 작은 경기라면, 내 인생은 큰 경기다.

작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 전력으로 달린다. 일하느라 바쁘다고 잘 먹지도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잠도 줄인다. 당분간은 악착같이 해서 목표를 이루고, 성공할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오래갈 수는 없다. 운이 좋다면 기간은 길어지겠지만, 결국에는 탈이 난다. 


큰 경기에서 이기려면 좋은 습관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고, 필요한 운동을 하고, 충분하게 자야 한다. 경기에서 뛰려면 해야하는 기본이다. 

정해진 데드라인에 맞추려고 하기보다, 습관을 지키고 기한을 조금 더 늘리는 게 낫다. 

나에게 시간을 허락하는 거다. 

인생이라는 큰 경기를 끝까지 치르려면, 작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되, 무리해서는 안 된다. 

선수가 계속해서 경기를 치를 수 없다면, 선수로 있을 수 없으니까. 


나는 정한 기한 내에 퇴고를 끝냈다는 성취감을 얻었지만, 몸에 무리를 주었습니다. 이틀 동안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머리가 아파서 쉬어도 쉬는 게 아니었다. 

작은 경기를 하느라 큰 경기에서 졌다. 2번째 퇴고를 할 때는 좋은 습관을 유지하면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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