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평생 동안 나는 공부와 담쌓고 살았다. 고등학교도 어떻게 졸업했는지 모르겠고. 군대에 끌려가 2년 동안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내 정도의 스펙으로는 사무직에서 할 일이 없어서 몸 쓰는 현장직에 종사했다. 건강상의 문제로 인해서 2년도 못 채우고 퇴사해야 했지만 그래도 일하는 동안에는 같이 일했던 사원님들과 서로 으쌰으쌰 해가며 열약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이겨내 왔다. 낭만 있었다. 지독하게 힘들었고 지루했고 고달팠지만 아침에 10분 20분 일찍 출근해서 사원님들과 인사하고 잠깐이나마 대화를 나눴던 거에 감사함을 느낀다. 사람이 고팠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그렇고 마땅히 속 터놓고 연락할 사람 없고 거의 집에만 있는 걸 좋아하는 나이기에 사람을 만나고 싶어 했다.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쳇바퀴 돌듯이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에 지루함을 넘어서는 공허함을 느끼고 있었으니까. 아무튼 이제는 조금 편안하게 일하고 싶어서 그나마 괜찮은 사무직이 없나 찾아보다가 지하철에 붙어있는 광고를 보았다.
항상 봐오던 광고였지만 퇴사 직후에 본 공무원 시험 합격 광고는 나에게 영감을 주었다. 현장직에 종사하면서 사무직을 항상 깔봐왔다. 우린 서로 싫어했을 것이다. 항상 땀에 절어서 식당에서 거지처럼 허겁지겁 밥을 입안에 쑤셔 넣던 우리 현장직과 고상하게 차려입고 와서 편안한티 팍팍 내며 커피를 마시고 있는 사무직은 서로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질투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편한 사무직을 원했고 아직 젊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 위해 시원하게 100만 원가량을 투자해 1년 치 인터넷 강의와 교제를 주문했다. 공책도 사고 새로운 펜도 사고 부모님에게 사무용 노트북까지 선물 받고는 희망찬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처음에 마음가짐은 그저 행복했다. 더운 날 열약한 환경에서 눈치 보며 쉬지도 못하고 일하던 거에 비하면 공부하는 게 훨씬 편했다. 하지만 점차 나의 목을 조여 오는 시련이 닥쳐왔다. 단순암기. 방대한 양의 과목별 내용들과 강의를 들을 때는 이해를 하더라도 막상 돌아서면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 났다. 솔직히 내가 교육을 받은 건지 아니면 기계처럼 선생님이 주입시킨 내용을 내 뇌 속에 각인시켜 놓았다가 단지 시험 문제만 풀기 위해 세뇌를 당한 건지 분간이 안 갔다. 아무래도 후자가 맞을 거 같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문제가 많다. 내 평생 공부와 친하지 않았지만 어렴풋이 알고는 있었다. 그리고 교육학을 공부하면서 더욱 내 믿음은 확신이 되어갔다. 단순암기를 요구하는 교육과정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 예를 들어 보겠다. 마침 나는 지금 롯데리아에 와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서 주문을 하면 나오는 주문서에 거래일시가 나온다. 그러면 만약이게 암기해야 할 시험범위라면, 내가 주문한 내역을 기억했다가, 나중에 시험 보는 시점에서 문제로 물어보면, 정확하게 기억을 해야 하는 기억력을 요구한다. 내가 9월 16일 11:34분에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은 시간을 초까지 기억해서, 틀린 것은? 혹은 옳은 것은?이라는 객관식 문제 중 답을 골라 써야 하는 난이도. 이건 정신 나간 짓이다. 직업이 요구하는 실질적 업무내용과 전혀 연관도 없을뿐더러 현실에서 요구되는 기술도 아니고, 만약에 사용내역을 알고 싶다면 은행앱에서 주문내역을 검색해서 찾아보면 될 일이지, 이걸 기억해 놓고 있다가 문제로 나올지 안 나올지도 모르는 확실성 없는 상황에서, 답을 기억해 내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이런 비합리적인 방법을 주형적 교육 혹은 교사중심교육이라고 배웠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정작 배우는 학생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육의 역사를 배웠다. 과거에는 국가가 인재등용을 위해서 시험을 치렀다. 유럽에서는 성경, 한반도의 경우는 유교 중심으로 교육이 되었다. 둘 다 종교적 내용이며 왕권유지를 목적으로 혹은 종교가 가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가르쳐졌다. 이것들은 과거에 국민으로서 마땅히 따라야 할 이치를 서술해 놓았다고 할 수 있는데 현대에서의 법과 원칙에 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목적은 왕을 위해 혹은 위계질서를 철저하게 유지해서 반란을 꿈꾸지도 말고 그냥 시키는 대로 따르며 살라라는 내용으로 함축할 수 있겠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 1000년간의 암흑기가 도래했다. 국력은 보잘것없이 약했으며 진리나 이치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유럽은 17세기 한반도는 18세기가 와서 실학이라는 이름으로 진리를 찾는 연구가 시작되었으며 기초 교육들이 온 국민에게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능력 있는 자가 책임감이 있는 관직에 앉아 국민들을 위해 유능함을 마음껏 펼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도 잠시 다시 또 교사중심 혹은 시키는 대로 배우고 쓰고 읽어라!라는 식의 교육으로 돌아가 공장의 노예가 되어 혹은 회사의 노예가 되어 살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는 그것 초차 뒤틀려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은 대학진학을 위해, 대학에서 배우는 과정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교육되게 되는데, 웃긴 거는 막상 회사에 취업하면 학교에서 배운 교육내용은 실제 하는 업무랑은 전혀 상관이 없다. 그저 10년 넘게 배운 교육과정은 자격증이었을 뿐이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따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격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