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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잎새 Feb 16. 2023

흔한 일상이 위로가 되지

"얼굴에 바세린 발라 봐"



우리의 일상은 어떠한 일로 하루를 채울 것인지 기대감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편안한, 편안하지 않은 매일매일을 보내기도  한다. 그런 나는 일상이 행복하고 주변에 내가 아는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친하게 지내는 지인 동생 집에서 하루를 잔 적이 있었다.

동생 집에서 커피 한잔 마시려고 갔는데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동생은 '언니, 조그만 더 있다가 저녁 먹고 가'라고 말한다. 나도 더 놀고 싶어서 미적거리고 있다가 '그럴까' 하며 시간을 또 지체했다.  



동생은 저녁식사 준비를 하려고 일어선다.


"우리 밥 하는 거 귀찮은데 저녁 시켜 먹자."


"언니한테 밥 해주는 거는 하나도 안 귀찮아."라고 말하고


주방에서 뒤돌아서서 달그락거리는데 그 말이 너무나 고맙다.



그렇게 동생이 해주는 저녁을 앉아서 먹고 있는데

이번에는


"언니, 그냥 자고 가."


"내가 내일 언니 집까지 차 태워줄게."


같은 동네라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인데 차를 태워주겠다고 말한다.



그 속삭임에 흔들려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아니다.

처음부터 자고 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흔쾌히 자고 오라고 한다.

자기는 애들과 치킨 시켜서 맥주 한잔 하겠다고 말하는데 싫지는 않은 목소리다.

남편도 가끔은 아내 없는 이 시간이 필요하리라.



저녁에 자기 위해 이불을 펴서 누워 TV를 보고 있었다.

"언니, 나 세수하고 씻고 올게."

나는 누워서 편안하게 계속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세수를 하고 온  동생은  얼굴에 뭔가를 발랐다.

평소에 피부가 좋은 동생이고 피부관리에 관심이 많아서 무엇을 바르는지 궁금했다.


"뭐 바르는 거야?"


"언니도 얼굴에 발라 볼래?"


"뭐냐니깐?"


"언니, 얼굴에 바세린 발라 봐"



나는 뜨악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세린을 얼굴에 바른다고. 사실 바세린은 건조한 손에, 갈라진 발에, 트고, 갈라지고, 건조한데 바르긴 했다.

그런데 막상 얼굴에 바르라고 하니 내키지 않았다.



동생은 아무렇지 않은 듯 바세린을 얼굴 전체에 펴 발랐다.


"주름을 없애야 해."


"주름아, 주름아 없어져라."


"피부야 , 좋아져라."


주문을 외우며 발랐다.



동생은 바세린을 바르다 벌떡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숟가락 하나를 가지고 왔다. 숟가락으로 바세린 바른 얼굴을 꾹꾹 눌러주며 마사지하듯 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막 웃었다.

그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가상하기까지 했다.


"언니, 웃지만 말고."


"언니도 얼굴에  바세린 발라 봐."


나는 웃느라고 결국 얼굴에 바세린을 바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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