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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난의 서재 Nov 01. 2024

감정이 보내온 편지:
위축감에서 오는 이야기

위축감에게

나는 너의 위축감이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거야.


"너는 나를 아주 오랫동안 느끼고 있어. 그럴 때마다 나는 너를 조용하게 만들고, 사람들 앞에서 너를 작게 만들지. 너는 내가 찾아오면 말수가 적어지고, 자신감이 사라지고, 늘 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되곤 해. 내가 하는 일은 너를 보호하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실수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하려는 나름의 방식이지. 네가 나를 느낄 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너를 안전하게 지키려는 본능이 있어."


사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네가 약하거나 부족해서 오는 감정이 아니야. 네가 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내가 나타나는 거야. 너는 늘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여기지. 그래서 나는 네가 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저하게 만들고, 모르는 영역으로 들어가는 걸 막으려 해. 왜냐하면 그곳에서 너가 다치거나, 상처받을 수 있을까 봐 걱정이 되거든.


하지만 이렇게만 계속해서는 너도, 나도 답답할 수밖에 없어. 나도 가끔은 내가 너를 너무 많이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내가 너를 지키려고 했던 모든 순간들이 오히려 네가 더 크게 나아갈 기회를 막았다는 걸 느낄 때도 있어. 네 안에는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운 재능과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그걸 감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나도 마음이 아프다.


사실 너는 충분히 강해. 나 없이도 잘 해낼 수 있어. 네가 세상 앞에 설 때, 내가 없는 자리에서 빛나는 순간들을 나는 분명히 봤어. 그럴 때마다 나도 감탄했지. 그러니 이제는 내가 너무 커지지 않도록 해줄 수 있겠니? 내가 네 안에서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는 완전히 사라질 수는 없지만, 너를 지배하지 않도록 조금씩 너의 공간을 내어주고 싶어.


내가 너를 앞으로도 찾아올 때가 있겠지만, 그때마다 나를 반갑게 맞아줄 필요는 없어. 너는 내게 '괜찮아, 이제 내가 할 수 있어'라고 말해도 돼. 그럼 나도 한 발짝 물러날 수 있을 거야. 너는 스스로 더 크고 넓게 나아갈 준비가 되었으니까.


너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응원하면서, 너를 항상 사랑하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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