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그리고 아들아.
엄마가 너희에게 편지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건, 사실 아주 특별한 이유는 아니야. 그냥 문득, 너희가 요즘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궁금했어. 고3이라는 큰 산을 오르고 있는 딸램도, 사춘기의 복잡한 감정을 겪고 있는 아들도, 엄마 눈에는 그저 매일 조금씩 자라나는 게 신기하고 대견하기만 한데, 정작 엄마는 너희에게 하고 싶은 말을 다 전하지 못한 것 같아서 말이야.
딸~ 요즘 네가 입시 치르느라 얼마나 바쁜지 엄마도 잘 알아. 이미 결과가 나온것에 속상하고, 앞으로 더 기다려야 하는 조바심에.. 또 다른 불안이 밀려오지? 네가 느끼는 그 무거운 마음을 어떻게든 덜어주고 싶지만,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건 옆에서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게 전부일 때도 많더라. 아들아, 넌 학교에서 돌아오면 요즘 자주 방에 틀어박혀 있지? 사춘기라는 게 그런 건가 싶기도 한데, 엄마는 네가 방 안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끔은 궁금하단다. 친구랑 잘 지내고 있는지, 네가 느끼는 작은 불편함은 없는지, 엄마는 다 알고 싶지만 너무 들춰내는 게 아닐까 싶어서 조심스러워.
이렇게 너희를 생각하면서도 말로 다 전하지 못한 것들이 많더라. 그래서 엄마가 편지를 쓰기로 했어. 사실 우리에게는 함께 웃고, 이야기하고, 울었던 많은 시간이 있었지만, 그 순간들이 금방 흘러가버릴까 봐 글로 남겨두고 싶었어. 편지는 너희에게 지금의 엄마 마음을 전하는 좋은 방법일 것 같아.
너희에게 쓰는 이 편지는 엄마가 뭐든 잘해서 알려주려는 글은 아니야. 엄마도 때로는 서툴고, 너희를 대하는 게 어려울 때가 있거든. 하지만 이런 글을 쓰면서 엄마도 너희를 더 잘 이해하고, 나도 조금씩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앞으로 매주 편지를 쓸 거야.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네가 자라고 있는 모습, 그리고 엄마가 느끼는 마음들을 소소하게 담을 거야. 이런 편지가 너희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면서 말이야. 언젠가 너희가 이 글을 다시 읽을 때, 지금의 우리 가족 이야기가 따뜻하게 기억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주엔 또 엄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고 찾아올게.
사랑하는 딸램, 그리고 아들에게.
언제나 너희 곁에 있는 엄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