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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난의 서재 5시간전

닫힌문, 열린마음

서로를 증오하는 두 사람이 열두 시간 동안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고 정전이 시작된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은 말없이 굳어졌다. 증오하던 상대와 갇혔다는 사실은 공포나 당혹감보다 더 큰 불쾌감을 불러일으켰다. 숨소리마저 신경 쓰이는 고요 속에서 시간은 느리게 흘렀다.

처음 한 시간 동안, 둘은 각자의 코너를 차지했다. 등을 돌리고 앉아 서로를 철저히 무시하려 했다. 하지만 공간이 너무 좁았다.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움직임이 눈에 밟혔다. 발을 움직이는 소리, 옷자락이 스치는 소리조차 날카로운 신경에 불을 붙였다.

두 번째 시간이 지나갈 무렵, 한 사람이 참지 못하고 말을 꺼냈다.

"네가 이런 일에 말려들지 않았다면, 여기 있을 필요도 없었잖아."

상대는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웃기네. 네가 먼저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으면 이런 일 없었어."

서로의 잘못을 떠넘기는 비난이 시작되었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억지로 상대를 자극하려는 노력은 점점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말싸움은 희미해지고, 둘은 각자의 핸드폰 화면을 켜놓은 채 침묵 속으로 빠져들었다.

시간이 더 지나자, 두 사람 사이에 의도치 않은 변화가 일어났다. 어둠 속에서는 서로의 표정을 분명히 볼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은 적대감이 아니라 이상한 해방감을 주었다. 서로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적'으로 대하던 태도가 희미해졌다.

그러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조용히 들렸다.

"목말라?"

"…어."

가방에서 꺼낸 생수병이 슬며시 건네졌다. 적막은 깨지지 않았지만, 그 물 한 병이 만든 침묵은 이전과 달랐다.

몇 시간 후, 둘은 무심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흘리듯 꺼냈다. 첫인상이 최악이었던 이유, 상대가 했던 말이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엘리베이터 안의 시간은 끝이 보이지 않았고, 대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 되어 있었다.

열두 시간이 지나고 문이 열리자, 두 사람은 적이 아니라 묘한 동지처럼 느껴졌다. "다신 마주치지 말자"는 농담 반 진담 반의 말이 오갔다. 하지만 그 말에는 이제 더 이상 찌르는 날이 서 있지 않았다.

닫힌 공간은 서로를 미워하던 두 사람에게 아이러니하게도 열린 마음을 발견하게 해주었다. 열두 시간의 정전이 남긴 가장 큰 변화는 아마 서로의 적이 아닌, 단순히 '다른 사람'으로 보게 된 시선의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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