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가족과 사회의 역할을 벗어난
나의 모습

by 코난의 서재


우리는 모두 여러 개의 이름을 안고 살아갑니다. 딸, 엄마, 아내, 친구… 그 이름들은 나를 이루는 소중한 조각들이지만, 어느 순간 그 이름들 속에서 내가 점점 흐려지는 것 같을 때가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모습인지 잘 보이지 않는 순간 말이에요.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의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이사 온 집은 내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어요.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는 테라스와 고요한 새벽이 머무는 다락방. 이 두 공간은 나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해주는 작은 우주가 되었습니다.


다락방은 마치 오래된 친구 같아요. 피아노와 책상이 놓인 그곳에서 나는 누구의 엄마도, 누구의 아내도 아닌, 그냥 나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다락방에 올라가 피아노 앞에 앉습니다. 건반 위를 손끝으로 더듬다 보면 마음속의 무거움이 조금씩 흩어지는 걸 느낍니다. 디지털 피아노 덕분에 밤에도 헤드폰을 끼고 마음껏 연주할 수 있게 되었고, 그 소리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멜로디가 됩니다.


피아노를 치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오늘 밤엔 내 마음의 노래를 만들어볼까?" 내가 흥얼거리며 만들어내는 그 멜로디는 세상 누구도 듣지 못할 나만의 비밀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 된 것 같아요.


그리고 테라스. 아침 햇살이 가득 머무는 그곳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바람을 느낍니다.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비우고 있으면, 하루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지는 기분이 듭니다. 테라스는 마치 “지금 이 순간, 너는 충분히 괜찮아”라고 속삭여주는 듯해요.


테라스와 다락방에서 나는 깨달았습니다. 나를 이루는 이름과 역할들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 나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요. 가족과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나도 중요하지만,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나 자신으로 존재할 때야말로 내가 진짜 빛난다는 것을요.


사실 처음에는 두려웠습니다. '엄마도, 아내도 아닌 내가 과연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테라스와 다락방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쌓이면서, 나 자신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조금씩 배우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위해 시간을 보낼 때, 더 따뜻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요.


이제는 알 것 같아요. 역할 속에서 나를 찾으려 애쓰는 대신, 그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여정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테라스의 바람과 다락방의 고요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가족과 사회 속의 나도, 역할을 벗어난 나도 모두 소중합니다. 테라스와 다락방에서 보내는 작은 순간들이 나를 더 온전하게 만들어주고, 내 삶에 따스한 쉼표를 선물해줍니다. 이 작은 여정은 끝이 보이지 않지만, 나는 매 순간 더 나다운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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