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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Aug 14. 2024

갱년기 증상으로 집안정리는 없는데

늦은 밤까지 집안 정리를 하고 있는 엄마를 지켜보던 아이들이 요즘 뭔가 이상하다 느꼈나 보다.

안방에서 커다란 봉투에 버릴 옷을 집어넣고 있는데 거실에서 첫째와 둘째가 나누는 이야기소리가 들린다.


1: 야, 갱년기 증상 중에 집안정리도 있냐?

2: 그런 게 있어? 요즘 엄마가 이상하긴 해. 자꾸 뭔가를 정리하고 있어.

1: 그러게 말이야. 그리고 몸살 나서 병원 다니고 힘드니까 우리에게 짜증을 내

2: 검색해 보자. 갱년기 증상


그리고 둘 다 열심히 핸드폰 삼매경이다. 한참을 찾아본 뒤 말소리가 들린다.

1: 뭐야, 집안정리는 증상에 없는데 사람마다 다른가?

2: 그러게. 도대체 요즘 왜 그럴까?


끝내 아이들의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고 방 안에서 듣고 있던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집안 정리에는 재능도 없을뿐더러 취미도 없어 그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만 해왔다.

그리고 1년에 한 번 크게 뒤집는 스타일이다.


얼마 전부터 머릿속이 이유 없이 복잡해 정리하고 싶었는데 어떻게 정리할지 방법을 몰랐다. 헝클어진 머릿속을 헤매다 순간 사람이 사는 데는 그렇게 많은 생각도 그렇게 많은 물건도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리고 집을 좀 정리하면 머릿속도 말끔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7월부터 여기저기 정리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자주 정리하는 편이 아니기에 아직도 갈길이 멀지만 그래도 복잡한 생각들이 덕분에 조금씩 정리되는 것 같은 건 단지 기분 탓만은 아닌 것 같다.


쓰지도 않은 물건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쓰레기봉투를 채워도 채워도 계속 뭔가 버릴게 나오고 있다. 하다 지쳐 몸살이나 며칠 드러눕고 나면 다시 일어나 정리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버리는 삶을 당분간 살아갈 것 같다. 복잡한 생각들이 좀 더 말끔해지도록 말이다. 




사진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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