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그녀
어느새 날이 이렇게 쌀쌀해졌는지 모르게 찬바람이 불어댄다. 날이 추워지면 동네 마트 옆 언제나 붕어빵 굽는 아저씨가 나타난다.
팥과 밀가루의 비율이 아주 적당하고 빵의 굽기 또한 환상적이다. 그리고 항상 집에 빨리 들어가고 싶다며 덤을 몇 개 더 주는 정 있는 분이었다. 말과 다르게 손은 언제나 바쁘게 붕어빵을 또 한가득 구워낸다.
"이렇게 더 주시면 뭐가 남아요?"라고 하면
"빨리 들어가고 싶어요." 하며 찡긋 웃음을 보였다.
요즘은 붕어빵 파는 곳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래서 붕세권이라는 말도 생겼다. 운 좋게 그 붕세권에 살고 있다. 덕분에 살은 좀 찌지만 붕어빵 한 입에 행복한 겨울을 보냈었다.
저 멀리서 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 영업개시를 했다.
올겨울도 맛있는 붕어빵 먹을 생각에 성큼성큼 걸어가
"벌써 날이 쌀쌀해졌어요. 찬바람 부니 다시 나오셨네요~ 팥 3개 슈크림 3개 주세요."
주문하고 보니 매년 나오는 그 아저씨가 아니다.
"어? 매년 아저씨가 계셨는데. 이제 그분은 안 하시는 거예요?" 언제나 친절한 분이었는데 아니어서 못내 서운했다.
"아,, 우리 집 아저씨가 좀 아파서요. 제가 대신 나왔어요. 집에서 살림만 했는데 이제는 내가 우리 집 가장이에요. 근데 처음 구워봐요 붕어빵."
갑작스러운 돌직구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마음을 웃음으로 감췄다. 씩씩한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말을 건네는 아줌마다.
따뜻한 붕어빵이 담긴 봉투를 받아 들고 돌아서면서 멋진 사람은 바로 이런 사람을 말하는 거구나 싶었다. 이 자리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용기가 필요했을까.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는 건 세상에서 가장 숭고한 일인 것 같다.
어디가 많이 아프신가 궁금했지만 차마 묻지는 못했다.
마음이 아플까 봐.
그렇게 멋진 아줌마는 처음이라 할 수 없는 솜씨였다. 아저씨가 구웠던 붕어빵과 맛이 똑같다. 다가오는 겨울 붕어빵을 아주 많이 사 먹을 것 같다.
사진출처: Pinte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