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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도 Mar 20. 2024

Excuse me?

역시 눈은 마음의 창이었다.

전 세계 모든 여자. 그중에서도 아줌마가 된 여자는 세상 무서울게 별로 없다. 이것은 만국공통인 것 같다. 여자에서 아줌마로 진화하면서 갈수록 용감해지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게 된다.


아줌마에게 여행이 주는 묘미 중에 최고는 바로 삼시 세끼다. 여기서 당분간 해방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힐링이다.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는 일은 그야말로 경이롭고 존경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고되다. 귀한 시간과 간혹 힘에 부치는 노동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여행 찬스로 하이난에서 아침은 호텔 조식으로 해결했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맑은 아침 새소리 들으며 여유롭게 식사를 했다. 야외 테이블에서 신선한 공기와 살살거리는 바람을 느끼며 이 찐빵 안에 있는 소는 돼지고기일까 소고기일까를 서로 가늠해 보며 웃음꽃이 피는  꿈에 그리던 시간들이었다.


 평화로운 분위기에 취해 매일 아침이 기다려졌다. 물론 늘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것이 안겨주는 여유에 다들 평화롭게 음식을 담아 었기에 문제 되지 않았다.


규모는 정말 위대했다. 엉뚱하게도 중국이 대륙임을 뷔페 스케일을 보고 다시 깨달았다. 게다가 야외 테이블도 실내 규모만큼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커피머신은 달랑 2대뿐이었다. 차를 즐기는 문화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커피를 마시려면 거의  줄을 서야 했는데 3일째 되는 날은 유독 그 줄이 길었다.


 늘어 선 줄에서 급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을 때 바로 앞에 있던 중년남성 차례가 되었다. 곧 내 차례구나 싶은 순간 남자는 커피잔 4개를 짚어 들었다. 어쩌랴 기다리는  수밖에. 다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 순간 조식뷔페 차림치고 너무나도 상콤한 흰색 팬츠에 분홍 탑을 입은 번쩍번쩍 물광피부를 장착한 동양 아줌마가 줄을 거슬러 반대편에 선다. 미모에 정신 팔린 것도 잠시 지루한 줄을 무시하고 새치기하려는 걸까.라는 생각이 스치는 그때부터 용납할 수 없는 불쾌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바로 앞 남자가 커피 4잔을 모두 내리고 빠지는 순간 국적 모를 그 아줌마가 백조 같은 몸사위로 자기 컵을 자연스레 머신아래 놓으려는 것이 아닌가. 역시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때 세상 불편하고 앙칼진 소리가 튀어나왔다.

 "Excuse me?" 이때부터 여자는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말로 쏼라쏼라 소리 지르며 뭐라고 한다. 중국사람이다. 중국도 목소리 큰 사람이 장땡인가.


순간 내 눈알이 이글이글 타오르며 그 여자를 향해 부라리고 있었다. '내 차례야 그러니까 비켜'라고 눈으로 얼마나 말을 잘했던 건지 고성에 가까운 중국말이 갈수록 기어들어가더니. 휴하고 얕은 숨을 내쉬며 사과 한마디 없이 알았다는 몸짓을 한다.


아무튼 개념 상실 중국아줌마를 물리치고 커피를 받아왔다. 제때 가져오긴 했지만 소중한 아침 기분을 일부 망쳐버린 것에 대한 분은 한동안 사그라들지 않았다.


 자리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일련의 사건을 말했더니 아주 잘했다며 박수를 쳐준다. 덕분에 한순간 풀렸다. 사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 별거 아닌 일에 이런 응원이 위로와 칭찬이 살아갈 재미와 힘을 준다. 




사진출처: In my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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