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귀촌 생활을 택한 나만의 이유
“엄마, 풀벌레 소리 들리세요?”
지난주 어느 저녁, 그날은 나의 두 아이가 모두 저녁까지 학원을 다녀오는 날이다. 귀촌 생활을 하기 때문에 공부에는 소홀할 것이라 여길 수 있으나, 매일 하는 공부도 있고,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수영 학원을 다녀온다. 도시와 같이 수영 학원이 아파트 단지나 집 근처에 있는 것이 아니라서, 1시간짜리 수업을 듣기 위해 이동 시간까지 계산하면 2시간을 내리 쓰고 오기 때문에 저녁 시간이 통째로 사라진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이들 방과 후 수업을 끝내고 돌아와 저녁을 먹자마자 수영 학원을 가기 위해 나섰다. 해가 넘어갈 즈음이라 하늘은 붉게, 그리고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뻥 뚫린 하늘과 가려지지 않은 시야는 지금이 해 넘어갈 시간이 다 된 것을 색으로 구분할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따로 시계를 보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을 아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해가 다 진 어둑한 저녁, 수영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를 마중하기 위해 현관문을 나섰다. 머리 오른쪽으로는 붉은빛이 보이는 화성이 반짝이고, 북두칠성은 이제 머리만 쳐들면 보이는 시간이다. 그날처럼, 저녁 시간에 돌아오는 날이면, 앞이나 땅만 보던 눈을 꼭 하늘 위로 올려 오늘의 별을 관찰한다.
“어제 보다 별이 더 많이 보인다. 내일은 날씨가 좋을 건가 봐.”
하늘의 상태로 내일의 날씨를 점치며, 아이와의 대화를 시작하려는데, 작은 아이가 어깨와 등을 갑자기 웅크리며, 본인의 귓바퀴에 토실토실한 손을 동그랗게 말아 갖다 댄다. 뭔가 집중하려는 듯 이맛살을 살짝 찌부리며, 내 눈을 마주친다.
“엄마, 풀벌레 소리 들리세요?”
나 역시 이렇게 하면 소리가 더 귀에 잘 들어올 것 같은지, 목을 앞으로 길게 빼고, 귀를 소리가 나는 곳으로 돌렸다. 온갖 곤충들의 소리. 큰 아이의 표현을 빌리 자면, 플룻과 피아노 소리가 번갈아 가면서 울리는 게 한마디인 귀뚜라미 소리다. 곤충과 물고기에 관심 많은 큰 아이는 여치, 쌕쌕이, 귀뚜라미, 풍뎅이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며, 신이 났다.
“엄마, 곧 여름이 올 거 같아요. 모기는 싫은데....”
뉴스를 보지 않아도, 인터넷 검색을 하지 않아도, 귀촌의 삶은 색으로 빛으로 소리로 우리에게 세상의 변화를 알게 한다. 각종 미디어와 스마트 기기들이 우리에게 많은 정보를 전해 준다. 손쉽게 알고 싶은 지식을 깨치게 한다. 하지만, 그 도구들은 어린 시절 키워 낼 수 있는 직관, 감성, 사고의 기능을 제대로 키워 줄까? 어른이 되어, ‘삶‘이라는 것에 놓여 보니, 스스로 느끼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선택해 내는 것이 정말 중요한 요소임을 깨닫는다. AI와 챗GPT로 시끌시끌한 요즘, 먼 미래에 우리 아이가 도구에 귀속된 삶이 아닌 시대에 필요한 도구를 볼 줄 하는 직관과 사고를 길러 내길 바란다. 계절의 변화와 시절의 현상 속에 우리의 귀촌 생활이 나와 내 아이에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변곡점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 글은 귀농귀촌 동네작가 콘텐츠로 직접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