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선명해
밴쿠버에 온 지 6일 차, 약 6년 전에도 한국에 아이들을 두고 밴쿠버에서 일주일 정도를 지내다 간 적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원래 누구에게나 연락을 자주 하지 않는 나는 6일 동안 딱 3분 정도 두 번 통화를 했다. 내가 밴쿠버로 온 첫날, 작은 아이의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서울에 엄마는 밴쿠버에 있고, 제주에는 내 여동생이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다. 엄마 보다 이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즐거운 작은 아이가 아무렇지 않게 생일을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나 보다. 밤에 잠들 때, 섭섭한 듯 서러운 듯 베개를 적시며 잠이 들었다고 한다. 나 역시, 이번엔 좀 다르다.
사람이 참 간사하다. 아기 같던 아이들을 두고 올 때는 오히려 시중만 들어주던 식모살이에서 벗어난 듯 오랜만의 자유로 내내 신났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이미 나의 삶에 깊게 들어온 퍼즐조각들이 비어 있는 듯한 기분. 밀린 글도 쓰고, 캐나다와 미국 여행 준비도 해야지 싶었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이제는 함께 있을 때, 서로 의지가 되기 시작한 아이들. 친구 같이 지내는 엄마는 아니지만, 본인과 그 주변에 대해 조잘조잘거리던 저녁 시간이 그립다. 동시에 이제는 각자의 서사가 시작되어 아이들이 떠날 때가 다가오고 있다는 아쉬움이 생긴다. 내가 아이들과 대화가 통한다는 것은, 서로의 이야기가 재밌어진다는 것이다. 이제 본인의 세상 속 이야기가 꾸며지고 있다는 것임을 떨어져 있는 동안 깨달았다. 아이들의 세상 속에 내 지분이 상당한 지금, 후회 없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고, 채워주고 싶다. 행복으로, 사랑으로 함께 채워 나가야지.
이틀 뒤면, 아이들이 온다. 어떤 에피소드로 두 달을 보내게 될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이 시간이 더없이 귀한 기회임을 감사하며, 보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