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화 정보 사회에 놓인 아이들
얼마 전 친구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로 릴스(인스타그램에 있는 1분 내의 짧은 영상)를 보냈다. 그 영상 안에는 10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가 리듬을 타며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내용의 자막을 달아 놓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말하고자 하는 본질은 영상이 아니다. 문제는 댓글에 있었다. 10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외모적으로 비하하고 온갖 공격적인 말을 퍼붓는 댓글창이었는데, 더 놀라운 건 그 댓글을 쓴 이들이 모두 영상을 올린 아이와 나이가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2010년 이후로 태어난 아이들이 서로를 비난하고 헐뜯고 있었다. 그 나이의 아이들에게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언어가 미디어 속에 넘쳐났다.
언제부터였을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게 된 게. 요즘은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아이도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기종도 비교적 최신형일 뿐만 아니라 여러 플랫폼을 손쉽게 들락날락하는 것도 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2020년대의 아이들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보다 많은 정보를 클릭 한 번으로 손쉽게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아이들이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걸 알 수 있으니 점점 더 멀리하고 급기야는 손을 놓게 되는 것이다.
지금은 정보 고도화 사회다. 거의 모든 지식과 정보가 미디어 안에 들어있다.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정보가 넘쳐흐르는 나머지 잘못되거나 왜곡된 정보도 흔히 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요즘은 릴스, 쇼츠, 틱톡 등의 짧은 영상이 유행한다. 짧은 시간 안에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말하는 것을 여과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그게 10살이 조금 넘어가는 아이들이라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아직 삶의 가치관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디어의 여러 문화(댓글, 영상, 결론)를 손쉽게 접한다. 그러나 여기서 만들어지는 댓글의 문화, 영상의 제작 방식, 자극적인 결론은 아이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처음 언급한 아이들이 악성댓글을 단 이유는 하나다. 자신이 접한 영상 또는 게시물의 댓글이 그렇게 써져 있으니 자신들도 그렇게 한 거다. 중요한 건 아이들이 그게 잘못된 행동인 걸 인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랬던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 중고등학생이 되었을 땐 어떨까. 그때는 더욱더 제약이 없어진다. 계속해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정보를 얻어 다양한 경험, 배움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지 않고 어느 게 잘못된 것인지 사고할 수 없으니 지금의 사회구조가 만들어진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을 미디어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지만, 미디어를 손쉽게 접함으로써 다양한 사고와 경험을 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비판은 마다하지 않을 수 없다. 기술이 발전해 자본주의 사회의 성장을 이루었으나 기술의 발전은 사회의 문제를 낳기 마련이다. 당신은 악성댓글을 단 아이들을 어리다는 이유로 내버려 둘 수 있는가?
이미 미디어는 아이들의 생활에 스며들었다. 여기서 끊어야 한다. 더는 미디어의 부정적인 영향만을 받아들이게 해선 안 된다. 아이들에게 미디어를 떨어뜨려 놓으라는 뜻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미디어를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말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에 접근해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며, 나아가 이를 창조적으로 표현하고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지금 대부분의 아이들이 미디어를 손쉽게 접한다는 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필요해 보인다. 미디어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접하지 않은 아이들을 다시 가르칠 필요가 있다. 가짜뉴스, 비판적 정보 해석, 네티켓과 같은 부분을 가르치며 올바른 미디어 생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상처받는 아이가 나와서는 안 된다.
어느 댓글 작성자는 상처받고 욕을 먹는 경험도 좋다고 말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린아이는 어린아이어야 한다. 그런 경험은 더 커서 해도 늦지 않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폭언을 듣고, 심지어 자신 또래의 아이들에게 모욕적인 이야기를 들은 아이의 삶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근 화두가 되는 학교폭력과 다를 게 없다. 그들은 인격체로서의 사람을 존중하지 않았다. 미디어도 마찬가지다. 화면 건너편에 있는 사람을 인지하지 않고 있는데, 이것을 경험이라는 말로 포장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
기술을 개발한 이유는 편리함이다. 그런데 기술이 개발돼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음에도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어린아이들이 손쉽게 스마트폰, 미디어를 접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문화를 소비하고 있다. 나는 확신할 수가 없다. 영상을 올린 아이가 악성댓글을 달았는지 아닌지를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로 위장하고 있는 기술의 폐해를 두고 볼 수 없다. 어느 안전장치 하나 구축해 두지 않고 기술을 개발하는 지금, 우리는 기술의 산물인 미디어를 접하고 있다. 우리 밑에 있는 아이들까지 미디어를 접하며 생각하는 힘을 잃어가는 지금의 모습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해 준다.
고도화 정보 체계 사회의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게 말이다. 기술의 편리함과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것이다. 미디어와 같은 기술을 제지할 수 있는 건 그것을 접하는 사람들이다. 어린이와 청소년이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성숙의 과정에 이를 수 있게 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