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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틈새 Nov 29. 2024

비대해진 자의식의 쓸모

사진: Unsplash의 ian dooley



"맨날 책만 읽으니까 비대해진 자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진 것 아닐까?"


독백인지, 물음인지 모를 친구의 문자에 내 마음을 잘 모르겠어서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마음 한 구석이 후끈해졌다.

자의식이란 말 앞에 '비대'라는 말이 붙는 순간 난 왜 '복어'가 떠올랐을까.


며칠 동안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다 서서히 잊혔다. 하지만 오늘 또 불쑥 떠올라 글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비대해진 자의식의 주요 특징  

1. 과도한 자기 중심성: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의 반응을 자신의 존재와 관련지어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2. 완벽주의 성향: 자신의 결점이 드러나는 것을 두려워하며, 모든 일에서 완벽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종종 실패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과 연관됩니다.

3. 타인의 평가에 대한 과민성: 자신에 대한 칭찬이나 비판에 대해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부정적인 피드백은 개인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4. 권위적 태도: 자신의 의견이나 방식이 옳다고 확신하며,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거나 평가절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5. 사회적 불안감: 자기 자신에 대한 과도한 집중으로 인해 대인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외면에 대한 두려움이 공존.      


1. 나는 주변 상황이나 사람들의 반응에 둔감한 편이다. 아니 관심이 없다고 해야 할까. 내가 해야 할 일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 약간의 도움을 주는 정도다.

2. 완벽보다는 그때그때 좋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3. 나에 대한 칭찬은 부끄럽고 어색하다. 나에 대한 비판은 화를 나게 하지만 나의 정체성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4. 사람들에게 나의 의견이나 방식을 강요하지 않지만, 그들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5.  나에 대한 과도한 집중으로 대인 관계에서 불편함을 느낀다는 말은 수긍한다.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다. 하지만 인정받지 못했을 때 안절부절하진 않는다. 외면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사실 내가 외면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


비대해진 자의식은 마치 몸을 부풀린 복어와 같다고 대답할 걸 그랬다. 자신을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생존하기 위해, 더 크고 두려운 존재로 보이려는 건 본능적인 방어기제다. 복어는 그렇게 자신의 몸을 부풀림으로써 적에게 경고를 보내고,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려 애쓴다.


우리 역시 그렇지 않을까? 삶의 고단함과 끊임없는 투쟁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고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는 마음과 자의식을 끊임없이 부풀리고 있는 건 아닐까. 때로는 자신이 더 강하고 중요한 존재로 보이기 위해, 가끔은 현실의 고통과 무력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자신의 존재를 꾸미고 키운다. 이 과정에서 비대해진 자의식은 단순한 허세나 방어기제를 넘어, 우리를 버티게 하는 생존 전략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과도하게 부풀린 복어가 결국에는 움직이기 힘들어지고 제자리에서 맴돌게 되는 것처럼, 지나치게 부풀린 자의식도 우리를 고립시키거나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위험이 있음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삶을 견뎌내기 위해 부풀어 오른 자의식을 버리지 못한다. 그것은 어쩌면 삶의 한 형식이기도 하다.


입가의 팔자 주름을 없애기 위해 심심할 때면 볼을 복어처럼 부풀렸다.

복어가 살아남기 위해 몸을 부풀리듯, 삶을 견디기 위해 자의식을 부풀려야만 했을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주름이 펴진 대신 비대해진 자의식.

복어처럼 귀엽다고 하면 자의식이 비대해져서 그렇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사진: Unsplash의 Shavr 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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