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해도 나아가 보겠습니다
글쓰기의 루틴이 무너졌다. 스스로 세운 규칙이 무너졌다. 일주일에 1회 이상 발행하고자 했던 행위가 중단됐다. 그렇게 꾸준함과 연속성을 가져보자고 다짐했지만 핑계를 만들며 회피한다.
직장인으로서 월말, 월초는 조금 분주한 시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짐을 놓지 않으려 했다. 다만 일이 많아지는 부분에서 지쳤다. 조금 혼란스럽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에 또다시 위축된다. 강제성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 의지가 투영된 보이지 않는 묶인 줄이 있었다. 일을 하면서 발생하는 자투리 시간에 글을 써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부여된 그 시간 글쓰기와 책 읽기 둘 중 편한 것을 선택한다. 창조해야 하는 글쓰기가 아닌 들려주는 이야기인 글 읽기를 선택했다. 루틴이 깨지면서 쓰는 행위가 멈췄다. 발행해야지 하면서 결국 다시 덮어 버리는 행위가 반복되었다. 이렇게 줄은 풀려 버렸고 성장하던 쓰기의 근육이 점점 사라져 갔다.
몇 주째 불편한 마음을 안고 서랍장을 뒤적거린다. 이어가는 힘을 잃고 이야기를 매듭짓지 못한 글들이 널브러진 채 눈 안에 들어온다. 불편하다. 서랍장을 닫고 지난번 발행했던 꾸준함에 관련한 글을 읽어본다. 꾸준하게 연속되지 못한 결과의 모습으로 현재를 살고 있다고 말했던 모습을 떠올린다. 한숨을 내뱉고 서랍장에 다시 들어간다. 손을 다시 자판 위로 올리며 굳어진 근육을 자극한다.
결국 일이라는 변명을 하며 나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이어나가는 힘이 없었고 집중하지 못한 습관은 나에게서 나온 건데 다른 대상을 끌어들여 면죄부를 부여한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다른 대상을 끌어들인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일을 하면서 에너지를 집중하여 더 이어가지 못했을 수 있다. 하지만 핑계란걸 잘 안다. 그 기간 내가 가져간 여유시간은 두둑한 고전 책을 완독 했기에 변명일 뿐이다. 일상의 얘기들만 표현하는 글에 조금 위축되었던 것 같다. 나도 다른 주제를 가지고 지금보다 더 나은 글을 발행하고 싶었다.
하지만 많이 써본 경험도 없고 연습도 되어 있지 않은 부족한 상태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지금보다 더 높은 곳만 바라보았다. 더 많은 조회와 관심을 생각하고 화려해지려 했다. 일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시간을 보내면서 상상 속 이상을 도용하려 했다. 글쓰기는 진정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을 망각한 채 겉모습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부족한 나를 바라본다. 망상을 좇았다. 지금 보다 더 나은 모습을 표현하고 싶지만 아직은 채워지지 않은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약점이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웠다. 우리는 불완전한 존재이며 해오던 부족한 부분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시작했지만 이어가기 어렵고 완성하기 어려워한다. 완료되어도 결과 값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
그것은 비단 나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상을 맞서며 걸어간다. 완전하지 않아도 또 한 발짝 내일의 삶을 걸어간다. 우린 모두 같은 존재이다. 나의 결핍에 매몰되어 의기소침해진 채 다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의기소침해지지 않으려 한다. 나에게 관대함을 베푸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을, 힘들고 불안한 마음일 때 쉼표를 가질 수 있는 존재임을 생각하려 한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생각할 수 있고 행동하는 힘이 있다. 생각을 통해 세상을 알아갈 수 있으며 부족한 부분은 노력을 통해 힘을 키울 수 있다. 행동으로 변화할 수 있다. 연속성이 깨지고 이어가지 못해서 스스로를 비난하기보다 그럴 수 있음을 알아가고 부족함은 하는 힘을 키워 다시 이어 가면 된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차이를 인정한다. 완전치 않아도 발행을 지속하려 한다. 연속성을 계속 이어나가려 한다. 확장되고 성장한 모습을 상상한다. 움츠리고 주저하던 모습을 던져내고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 기대하며 다시 발을 내디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