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nces_펜스

일생에 한 번은 볼만한 영화들

by 레들민
%ED%8F%AC%EC%8A%A4%ED%84%B0.jpg?type=w1 펜스 2016 미국





Fences(펜스)

1950년대 미국의 피츠버그에서 청소부로 살아가는 50대 흑인 가장

트로이 맥슨의 이야기입니다.



1983년에 초연된 연극이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수상하였고,

2010년 연극이 리바이벌되었을 당시에는

덴젤 워싱턴과 비올라 데이비스가 주연 배우로 출연하여

토니상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두 배우 모두 주연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만큼 훌륭한 스토리와 연기파 배우들이 아주 잘 맞았단 뜻이겠죠.



개인적으로 덴젤 워싱턴이라는 배우의 팬이기도 합니다만,

그가 주연으로 출연하면서 직접 감독까지 했다고 하니

제겐 더 관심이 갔던 영화이기도 합니다.




dd.jpg 덴젤 워싱턴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내가 놀란 이유는

그의 아내 '로즈'로 출연한 비올라 데이비스라는 배우 때문인데요,


그녀가 이 영화로 2017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의 연기력에 대한 설명은 다했다고도 할 수 있을 듯하네요.




vv.jpg 비올라 데이비스




현실에 충실하고 따듯한 심성으로 가정을 지키는 로즈는

삶의 밑바닥을 헤매며 인생의 철학을 다 꿰뚫어 버린 듯한

까칠하고 냉정한 남편 트로이의 묘하게 설득력 있는 말들을


때로는 미소로 포용하고,

때로는 슬픔과 분노로 항변하면서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이끌어갑니다.




444.jpg
888.jpg
323.jpg
999.jpg
영화 속 장면들




덴젤 워싱턴이 불필요하다 싶은 만큼 많은 대사로

인물의 정체성을 극대화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비올라 데이비스는 따듯한 미소와 불안한 표정, 몇 마디 대사만으로도

만인의 아내들이 삼키는 고통을 절감하게 하는

초능력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333.jpg 영화 속 장면




원작이 어거스트 윌슨의 희곡으로

같은 원작자가 쓴 각본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보니,


영화라기보단 연극처럼 공간이 제한적이며(주로 펜스 안 좁은 뒷마당)

말이 많은 데다가

가끔 난해한 대화가 오가기도 하고,


살짝 정신 나간 사람의 독백 같은 대사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기도 합니다만,

그것이 이 영화가 가진 특색이려니 생각하면

오히려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666.jpg 영화 속 장면




아시다시피 fences(울타리)는

house(집, 가정)를 지키기 위해 둘러쳐지는 담장을 말합니다.


물론, 경계의 의미도 있지요.

너 거기까지야, 더는 오지 마, 여긴 내 집이야...라는.


트로이의 집 마당에는 이 담장이 없었고,

그의 아내 로즈는 남편 트로이에게 담장을 쳐달라고 요구합니다.




222.jpg 영화 속 장면




영화는 그 담장이 둘러쳐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보여줍니다.



채무 같은 의무로 남은 애틋한 아내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열정적인 사랑도 설레는 마음도 아닌

처절한 노동의 대가인 주급밖에 없는 남편 트로이


차별받은 사회에서 자신처럼 상처받고 버림받을까 봐

하나뿐인 아들에게조차

꿈을 버리고 안전하고 평범한 길을 가라고 강제하는 아버지 트로이


하나밖에 없는 상처 많은 동생을

이용하고 또 이용하는 비열한 형 트로이


자신의 정당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 몹시 고통스러워하는

사회적 약자 트로이



영리하지만 냉정하고

사랑스럽지만 이기적이면서

미안하단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의 이기를 뻔뻔하게 합리화하는

인생의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친구가 알코올 일지 모르는


남편, 아버지, 형제, 남자, 친구, 사람

트로이 맥슨에 대한 서사입니다.




777.jpg 영화 속 장면




담장을 넘고 싶어 하는 트로이는

스스로 담장이 되어 가정과 밖의 경계에 어정쩡하게 머물렀고


충실한 아내 로즈는

담장 안의 것들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아들 코리는 담장 밖으로 내쳐져서야 비로소 자기 삶을 찾아가게 되지요.


.


.


.


나의 펜스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다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