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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에르떼 Mar 25. 2023

하늘 도화지

나는 하늘 보는 걸 좋아한다. 하루에 3번 이상은 꼭 하늘을 본다. 출근길, 점심시간, 퇴근할 때는 꼭 하늘을 한 번씩 쳐다본다. 내 머리 위로 끝없이 펼쳐진 하늘이 나를 감싸주는 것 같고 이상한 위로를 받는 느낌이다.


하늘은 볼 때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새파랗게 질린 낯빛이기도 하고 불그스레 수줍은 소녀의 볼 같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 고독을 다 떠안은 듯한 칠흑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때도 있다.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모습일 때도 있고 또 다른 때에는 가지각색의 구름들이 빼곡히 들어앉아 있기도 하다. 그래서 하늘을 보는 건 참 재밌다. 제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서 있는 산을 보는 것도 좋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을 보는 것도 좋다.


문득 이런 상상을 해봤다. 저 하늘이 모든 사람들이 함께 그릴 수 있는 도화지라면 어떨까.

어느 대륙에 있든 어떤 지역에 있든 그 사람들의 감정으로 하늘 위에 그림을 그린다는 생각.

그 대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붓은 오직 구름뿐이다.


가지각색의 구름이 지상에 발 딛고 사는 사람들의 한숨이라면?

근심과 걱정으로 깊게 내뱉는 숨, 스트레스로 인해 몰아쉬는 숨, 초조함에 훅훅 내뱉는 숨, 슬픔에 못 이겨 꺽꺽 넘어가는 숨,,,


이렇게 생각해 보니 구름만큼 슬픈 붓도 없겠구나.

지금의 내 상황이 복잡하고 여러 걱정도 많아서 하늘에 떠있는 모든 구름들도 슬프게 보이는 걸까?


한숨 쉴 일이 부쩍 많아진 요즘, 한숨을 쉬면 수명이 단축된다는 이야기에 괜히 뱉은 숨을 들이마시곤 한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한숨을 쉬려 노력하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을 볼 때면 복잡한 내 머리 속도 말끔히 정리되는 기분이다. 누군가 내 머릿속에 들어와서 진공청소기로 모든 걱정을 다 빨아들인 기분이다.

하늘도 너무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다 떠안기는 힘들었나 보다. 그런 생각도 든다.


비행운만이 하늘을 가로질러 있는 모습을 볼 때면 세상의 다른 사람들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근심 걱정 없이 행복하게 살고 있구나.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단 몇 초의 순간만이라도 그 찰나의 순간 행복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감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늘이라는 도화지가 있어 정말 다행이다. 하늘에 감정을 토해내고 다시 삶에 집중할 수 있으니까. 사람들의 감정을, 나의 감정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는 하늘에게 참 고맙다. 우산처럼 내 위를 든든하게 지켜주고 쏟아내는 한숨들을 구름이라는 예쁜 그림으로 만들어주는 하늘이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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