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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Works Oct 11. 2022

'영화기획'의 두 가지 전제조건

1장. 영화기획이란?

2. Two Prerequisites to make a movie


영화기획의 큰 방향을 결정짓는 것은 바로 'MONEY'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우리가 절대 간과하고 넘어가면 안 되는 것이 바로 '돈'이다. 영화는 한 편 제작하는데 너무나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영화를 만들어 소장하거나 취미활동으로 제작하여 자기만족을 위해 집에서 혼자 감상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상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감독이나 작가의 창작 작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은 욕망에서 출발한다. 이는 다른 예술과는 결이 다른 지점이 있다.


음악이나 미술, 사진은 작가 개인의 만족을 위해 연주를 하거나 그리거나 촬영하거나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들의 작품이 당대에는 아무런 평가를 못 받았어도 후대에 재조명되기도 하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평가받으며 유명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영화는 상영되는 그 순간 관객으로부터 평가가 이루어지고 그것은 결국 흥행으로 판가름이 난다. 물론 흥행은 못했지만 작품성을 인정받기도 하고 후대에 높은 평가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감독의 영화는 한두 편 이상 이어지기 쉽지 않다. 이렇게 말하면 홍상수 감독이나 김기덕 감독의 경우는 지속적으로 만들지 않느냐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 또한 지속적인 작품 활동이 가능한 것은 자신의 영화가 감당할 수 있는 즉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는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영화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아무리 당신이 멋진 기획을 해서 좋은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화려한 캐스팅을 했다고 해서 영화 제작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자본이 없으면 영화는 만들어질 수 없다.


영화는 상품이다. 영화는 제작되어 관객에게 선택을 받아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투자된 돈을 회수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기획의 초기부터 생각해야 할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창작자에게는 무엇을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당신의 영화가 상품으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 반드시 함께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면 돈 안 되는 영화는 만들면 안 되는 것인가?




영화기획의 첫 생각 '명분과 실리'


영화를 기획함에 있어 당신이 생각하고 깊게 고민해야 할 요소들은 정말 많이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 가장 처음 생각해야 할 것은 바로 당신의 영화에 대한 ‘명분과 실리’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 제작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가치관을 영상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기 위한 작품인 동시에 감정과 재미를 파는 문화 상품으로써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전자의 경우가 강조된다면 ‘명분’이고 후자에 힘이 실리면 ‘실리’이다.


어떤 소재는 태어날 때부터 명분과 실리의 두 가지 조건을 다 충족시키기도 하지만 그 반대로 둘 다 충족시키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워낭 소리] 또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같은 영화의 경우 엄청난 흥행을 하였지만 영화를 기획할 초기부터 이렇게 흥행할 것을 기대하고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펼쳐 나가며 이 영화를 통해서 작가의 의도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이 더 주된 목적이었을 것이다. 물론 결과에 있어 두 영화는 제작비의 수십 배를 벌어들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실리'를 추구하는 영화라고 하기는 어렵다.


'명분과 실리' 최소한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만이라도 확실하다면 당신의 영화는 제작될 수 있다.


물론 당신은 명분과 실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것이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 만약 그중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다면 냉정하지만 그 영화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더 심하게 말하면 만드는 순간 재앙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만들 의미를 찾지 못하게 되고 돈만 날리게 된다는 것이다.




명분 있는 영화란 어떤 영화일까?


우리는 흔히 이런 영화를 작품성 있는 영화, 예술성 있는 영화라고 부른다. 즉 ‘명분’이라 함은 그 영화를 제작함에 있어 충분한 작품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의 흥행을 상업적으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그 실리를 뛰어넘는 작품 고유의 힘이 있거나 그것을 영화로 남길만한 이유가 있다면 그러한 작품은 충분히 만들어야 할 명분이 있을 것이다.


[노무현입니다], [부러진 화살], [더 플랜], [그날 바다]와 같이 사회성이 짙은 영화는 영화의 흥행보다도 영화를 통해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진실 또는 진정성에 더 초점이 맞춰진 영화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영화가 때론 흥행을 하기도 하지만 아마도 이러한 영화들은 영화를 기획하면서부터 흥행을 해서 떼돈을 벌겠다는 욕심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영화를 통해서 감독이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세계관이 명확하고 영화를 통해 성찰을 하게 하는 그러한 확실한 명분이 있다면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명분이 확실하고 좋다 하더라도 그 명분을 위해 무작정 큰 제작비를 투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명분 있는 영화들은 시장도 작고 흥행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 또한  낮기 때문에 그 상황에 맞는 제작비를 투여하게 된다. 가끔 성공한 감독들 중에 자신의 작품적 욕망 때문에 실리보다 명분이 큰 영화임에도 상업영화처럼 큰 제작비를 들여 제작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그런 경우를 보면 관객들은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음을  흥행을 통해 우리는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흔히들 그런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영화는 좋은데 보라고는 얘기 못하겠어" 또는 "그 감독이 아트 했네"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아무리 명분이 좋은 영화라 하더라도 영화 제작에 있어서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영화는 없다.


즉 영화를 기획할 초기부터 가장 먼저 자신이 기획하는 영화가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있을 것인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왜 중요하냐 하면 결국 이 방향성이 제작의 전 과정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리가 있는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실리를 추구하는 영화들은 우리가 흔히 극장에서 접하는 일반 상업영화들이다. 상업영화에서 최대 미덕은 바로 흥행이다. 그래서 실리를 추구하는 영화에서 흥행은 절대적이다.


영화를 만드는 데는 적어도 몇 억에서 몇 백억이란 많은 자금이 소요되고 거기에 배급과 마케팅을 위한 P&A 비용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비용이 소요되는데 이러한 막대한 자금을 들여 문화사업이라 하며 폼 잡고 투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과연 돈을 벌 수 있는 영화일까? 가 너무나도 중요한 잣대일 것이다. 영화의 제작비를 많이 들여 좋은 퀄리티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꼭 흥행하는 것도 아니고 작은 예산에 허접한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영화의 만듦새도 어색하고 이야기 구조도 허술하고 심지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욕을 하지만 흥행에 성공하는 영화들이 있다. 그런 영화를 보며 뭐 저렇게 까지 돈 벌려고 영화를 만들어도 되나 싶기도 하지만 분명 이 영화는 만든 사람과 투자한 사람에게 기쁨을 주는 영화임에 틀림이 없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싸구려 웃음을 주고 사람들의 허영심이나 유치한 감성을 자극하거나 또는 관음증을 자극하는 아주 말초적인 영화를 만들었다고 쉽게 돌을 던지지만 그것이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았다면 그래서 소기의 성공을 거두었다면 그것에 대해 돌을 던지기에 앞서 과연 실리를 추구한 그 영화가 잘못되거나 틀린 것인지 한번 돌이켜 볼 문제이다. 상품을 과연 고귀하고 품격으로만 따질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이 아이템을 선정하고 기획함에 있어 '명분과 실리'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는 것이 영화기획의 시작이고 출발이다. 


이 선택에 따라서 기획의 방향, 소모되는 시간, 투여되는 제작비, 배급과 상영 등 영화 제작의 모든 것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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