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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한나라의개짱이 Jan 29. 2023

이것도 못하면서 네가 MD야?

어쩌면 직장인의 필수 소양일까

MD의 필수 소양이자 기본 자질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바로 ‘숫자’ 감각이다.


처음 MD가 됐을 때 나를 가장 괴롭힌 건 ‘숫자’였다. 나는 문과생이었고 평소 숫자와 친하지 않았다. 수학을 썩 잘하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불행히도 MD의 기본 덕목이자 필수업무는 모두 숫자와 관련 있었다. 내 카테고리의 매출과 이익액을 관리해야 하고, 상품 운영을 위해 늘 마진과 재고량을 계산해야 했다. 보고서나 업무 지시도 숫자를 분석하고 숫자로 증명해야 하는 게 많았다. 다른 일들이 더 중요하리라 생각했던 예상과 달리 하나같이 업무의 출발이자 핵심은 모두 숫자였다.


MD의 '언어'도 늘 숫자였다. 잘 팔린다, 못 팔린다라고 말을 하면 혼났다. 대신 "월에 ~만원이 팔린다, 작년 대비 ~% 신장했다"라고 말해야 했다. 싸다, 비싸다고 하면 동네 마트에 쇼핑 왔냐고 욕을 먹었다. 대신 "동일 중량 상품 대비 ~% 저렴하다"라고 말해야 했다.


 이처럼 숫자를 관리하고 숫자로 말하는 능력은 MD의 필수 소양이었다. 물론 MD가 숫자만 볼 줄 알면 끝인 직무도 아니고, 필요햔 역량이 수학적 능력뿐만인 것도 아니다. MD의 업무에도 많은 영역이 있다. 때문에 저마다 두각을 보이는 분야들이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학적 감각이 부족했던 나는 초반에 혼도 많이 나고 고생도 이 했다.


어느 날은 팀장님이 나를 불러서 계산기를 던져 주셨다. 그 자리에서 내게 이것저것 계산을 시키셨다. “A라는 상품의 판매가가 1,380원이. 부가세 포함 마진이 22.3%라 한다면 원가가 얼마겠냐?” 계산에 익숙하지도 않았고 가뜩이나 팀장님을 무서워하던 터라 잔뜩 얼어버린 나는 무수히 쏟아지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네가 그러고도 MD냐, 이런 간단한(?) 것도 계산 못하는데 대학은 나온 거 맞냐는 등 듬뿍 욕을 먹고 그날부터 특별 공부에 들어갔다.



결국은 시간과 지속적인 연습이 해결해 줘서 지금은 나름 어엿한 MD가 됐다. 혹여나 MD를 준비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숫자나 데이터를 보는 연습을 좀 하고 오면 좋겠다. 물론 MD에게 더 중요한 능력들도 많다. 예를 들자면 낙 여러 사람들과 협업해야 해서 의사소통 능력이 필수겠다. 가격이나 재고 문제 등 협상할 일이 많기 때문에 협상력 역시 중요하다. 상품 보는 눈이 없어서 출시하는 족족 죽을 써서는 곤란하니 상품 기획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숫자를 다루는 감각 또는 수학적 능력은 대게 직장을 다녀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간과되기 십상이다. 초반에 나처럼 숫자 때문에 헤매지 않는다면 시간을 낭비하는 일 없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


사실상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 창출이다. 기업은 인문학을 연구하는 기관이 아니다. 숫자 관리가 가장 중요하고 숫자로 대화하는 게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취업을 준비하거나 MD에 관심이 있다는 친구들을 만나보면 이런 부분을 간과하거나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경우를 많이 봤다. 그들이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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