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주 2) 모방시
1.
선택의 가능성
박우영
스타워즈를 더 선호한다.
개를 더 선호한다.
아파트 산책로에 있는 목련나무를 더 선호한다.
R2-D2보다 C-3PO를 더 선호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보다
자연스러움 그자체를 좋아하는 나를 더 선호한다.
샤프심이 들어가있는 샤프를 더 선호한다.
오페라색을 선호한다.
무엇을 단정짓는 인간보다
그렇지않는 인간을 더 선호한다.
예외적이지 않은 편을 더 선호한다.
집에서 일찍나가는걸 더 선호한다.
선생님과 수업이 아닌 다른 일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것을 더 선호한다.
민무늬의 오래된 도안을 더 선호한다.
그냥 웃음거리가 되는것 보다
그림을 그려서 웃음거리가 되는것을 더 선호한다.
품종이 우수한 개 보다
진돗개를 더 선호한다.
숫자대열의 선두인
리더 일(1)을 더 선호한다.
거짓된 선(善)보다
명확한 악을 더 선호한다.
2.
선택의 가능성
안수환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책을 더 좋아한다.
창가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는것 보다
나무에 직접가서 나무그늘 아래 앉아있는것을 더 좋아한다.
열린결말을 더 좋아한다.
꽉 막혀있는 생각보다 자유롭게 열려있는 생각을 더 좋아한다.
인간을 더 좋아한다.
사랑을 받는 인간보다
사랑을 주는 인간을 더 좋아한다.
사후세계를 더 좋아한다.
혼란한 지옥이 아닌 안정된 지옥을 더 좋아한다.
기존 숫자들을 깨면서 나온
음수를 더 좋아한다.
유한한것을 더 좋아한다.
오래사는 삶보다 짧게사는 삶을 더 좋아한다.
죽음을 더 좋아한다.
존재 그 자체보다
존재를 통해 완성되는 우리 삶을 더 좋아한다.
죽음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우리삶을 더좋아한다.
생각하는것을 더 좋아한다.
숲을 더 좋아한다.
나무의 냄새나 생김새보다
나무 그 자체를 더 좋아한다.
어두운걸 더 좋아한다.
빛을 비춰주는 태양보다
빛이 반사되어 우리를 비춰주는 달을 더 좋아한다.
밝고 푸르른 낮하늘 보다
가끔씩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을 더 좋아한다.
별을 더 좋아한다.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세상보다
가끔씩 나를 혼내는 세상을 더 좋아한다.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마찬가지로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더 많은것들보다 더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것들을
내가 좋아하지 않은 모든것들보다 더 좋아한다.
불을 더 좋아한다.
우리를 다치게 하는 불보다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을 더 좋아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보다
자연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을 더 좋아한다.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이성보단
여유롭게 판단을 내리는 감성을 더 좋아한다.
모든것들을 부정적이게 보는 세상보다
모든것들을 긍정적이게
보는 세상을 더 좋아한다.
3.
선택의 가능성
김다솜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음악을 더 좋아한다.
벚꽃로에 핀 벚나무를 더 좋아한다.
한가지 일만 열심히 하는 나보다
많은 일을 바쁘게 하는 나를 더 좋아한다.
이미 쓰여진 글을 고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연두색을 더 좋아한다.
원칙에 맞추어 행동하는 나를 더 좋아한다.
규칙성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일찍 일어나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선생님과 과목 이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중간중간 숨은 네잎클로버보다
잔뜩 모여있는 세잎클로버를 더 좋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무관심을 받는 것보다
여러가지를 해서 관심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남에게 칭찬을 해주면 남도 내게 칭찬을 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시간을 길게 사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순진한 것보다 친절하고 영리한 것을 더 좋아한다.
정해지지 않은 운명을 더 좋아한다.
막연한 꿈을 더 좋아한다.
명확한 선보다 이중성이 있는 선을 더 좋아한다.
깨끗할 수 없는 악보다 깨끗한 이면의 악을 더 좋아한다.
돌려 말하는 것보다 직설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바나나만 좋아하는 원숭이보다 바나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 원숭이를 더 좋아한다.
분양받은 고양이보다 길거리에서 주워온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새하얀 정도로 밝은 머리카락을 더 좋아한다.
가방과 주머니를 더 좋아한다.
취향이 맞지 않는 많은 사람들과 지내는 것보다
취향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확률보다
확실히 정해진 것을 더 좋아한다.
죽어서 사후세계에 가서 사는 것보다
환생해 살아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영원을 좋아한다.
명확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보다
여러 말과 소리를 내는 여우와 앵무새를 더 좋아한다.
수명을 알고 살아가는 것보다 어느날 살다가 죽는 것을 더 좋아한다.
행복을 원해 살아가는 삶보다 여러 일을 겪어 경험을 얻는 삶을 더 좋아한다.
선과 악으로만 갈라진 세상이 아닌,
모두가 여러 모습이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을 더 좋아한다.
4.
선택의 가능성
김도은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짧은 산책을 더 좋아한다
밤을 더 좋아한다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한다
누군가의 말을 따르는 것 보다
내 말에 따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겁고 진중한 대화보다
시답잖은 대화를 더 좋아한다
나에 대해서 다른사람과 이야기하는것을 더 좋아한다
절망적인 삶보다는
희망적인 삶을 더 좋아한다
사람의 존재를 능력 여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온전히 존중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계산적인 것 처럼 포기하기 보다
호기롭게 도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더 좋아한다
파도를 더 좋아한다
늦은 저녁 어딘가에 앉아
저 높은 별과 달을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어디에도 포함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중요한 수인 제로를 더 좋아한다
걸어다니는 포식자들보다
저 하늘을 가르는 자유로운 새들을 더 좋아한다
예쁜 표현들보다
그 아래담긴 속뜻을 더 좋아한다
피노키오보단 어린왕자를 더 좋아한다
우울한 나보다
그렇지 않은 나를 더 좋아한다
디즈니보다 지브리를 더 좋아한다
크고 높은 꿈을 꾸는 것 보다
가난하고 멋진 꿈을 꾸는 것을 더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