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진 Nov 02. 2023

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

문학실험실 : 챗GPT로 시 쓰기


      

  글쓰기는 우리에게 고통을 주기도 하지만 희열과 통찰을 주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글쓰기의 과정을 생략하면 얻는 것은 무엇이고, 잃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을 챗GPT가 대신한다면 과연 좋기만 할까? 지식채널e* 의 ‘무엇이든 대신 써 드립니다(출판계에 등장한 신예작가, 챗GPT에는 없는 이것)’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우는가? 작가는 왜 글을 쓰는가?에 대한 답을 챗GPT라는 작가가 갖지 못한 것으로 풀었다. 챗GPT는 자신의 견해가 없고, 창의성과 욕망이 없다. 챗GPT가 가치관, 신념, 감정 등이 없는 생성형 사전학습 트랜스포머 모델이기 때문이다. 실험실 참여 학생들은 평소 글쓰기를 통해 창의성, 욕망, 성취감, 희열, 통쾌함 등 긍정적인 것을 얻기도 하고, 회의감, 자기성찰, 나락감, 자신에 대한 실망감 등을 느낀다고 했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 모두 우리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감정이자 과정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소 부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또한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꼭 필요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챗GPT로 글쓰기를 하면 최소한 이 부분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챗GPT로 글을 써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실험의 단계는 다음과 같다.        

                  


1단계: 중학생이 쓴 시와 챗GPT가 쓴 시 비교하며 읽기

2단계: 시집 읽고, 좋아하는 시 3편을 골라 시의 중심소재 찾기

3단계: 시에서 찾은 중심소재를 바탕으로 챗GPT로 시 창작하기

4단계: 모방시 쓰기

5단계: 창작시 쓰기

6단계: 창작시와 같은 주제로 챗GPT로 시 쓰기

7단계: 두 개의 시 비교하기




1단계중학생이 쓴 시와 챗GPT가 쓴 시 비교하며 읽기*                    


밤의 독서


밤에 책을 읽으면

내 마음을 흐리게 하는 말들로

종이가 빛난다.

생각의 세계, 빛의 세계가

나를 어둠 속으로 인도한다.


조용한 방, 편안한 의자

삶의 소리들이 사라져버리고

나는 내가 간직할

비밀 이야기들과 함께

깊이 책에 빠져있다.


밤은 계속되고,

언어는 날아간다.

그리고 나는

순수한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밤의 독서


태양이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면

가볍고 오묘한 생각들이 나풀거린다.

어느새 나는 나를 되찾는다. 


오래전 언젠가 

읽어보려 했던 비밀의 책을 들고

포근한 나의 자리에 파고든다.


마침내 잠이 들자

나는 책 속의 주인공이 된다.

책은 나를 빨아들이고

나는 책과 함께 깊은 꿈을 꾼다. 



  두 편의 시를 읽고, 중학생이 쓴 시와 챗GPT가 쓴 시를 구별해 보는 블라인드테스트다. 참가 학생들은 고민의 여지 없이 바로 챗GPT가 쓴 시를 찾아냈다. 단순한 이유로는 맞춤법의 오류가 챗GPT에서는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었고, 좀더 깊은 시의 감상으로는 단어 사이의 유연성이 챗GPT가 떨어진다거나 외국어가 번역된 문체를 이유로 꼽았다. 당연히 더 공감되는 시 또한 중학생이 쓴 시가 만장일치였다. 인간성이 느껴지고 자연스럽다, 낭만이 느껴진다, 시 속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는 이유에서였는데 그에 반해 챗GPT가 쓴 시는 관념적이고, 모호한 단어들로 채워져 있어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밤에 책을 읽다가 잠들었던 경험, 책 속 내용에 관한 꿈을 꾼 경험 등의 구체적인 감각과 기억을 시로 표현하는 것은 챗GPT의 창작 방식인 연관되는 단어들의 조합으로는 절대 이끌어 낼 수 없는 매우 적확하고 고차원적인 표현이다.     




2단계시집 읽고좋아하는 시 3편을 골라 시의 중심소재 찾기

3단계시에서 찾은 중심소재를 바탕으로 챗GPT로 시 창작하기     


  기존의 시에서 찾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챗GPT로 창작하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수십 권의 시집 중 마음에 드는 시 3편씩을 골라 키워드를 뽑았다.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화)에서는 ‘고통, 꽃, 선택의 갈래’라는 키워드를 「첫사랑」(고재종)의 시에서는 ‘시도, 사랑, 처음’의 키워드를 「빗방울, 빗방울들」(나희덕)의 시에서는 ‘망설임, 엎질러짐, 빛’이라는 키워드를 뽑았다. 이런 식으로 뽑은 키워드를 바탕으로 챗GPT에 질문해서 시를 썼다. 나희덕의 시와 챗GPT가 창작한 시를 비교해 보자.                     


빗방울, 빗방울들


                          나희덕


버스가 달리는 동안 비는

사선이다.

세상에 대한 어긋남을

이토록 경쾌하게 보여주는 유리창


어긋남이 멈추는 순간부터 비는

수직으로 흘러내린다.

사선을 삼키면서

굵어지고 무거워지는 빗물

흘러내리지 않고는 견딜 수 없도록


더 이상 흘러갈 곳이 없으면

창틀에 고여 출렁거린다

출렁거리는 수평선

가끔은 엎질러지기도 하면서


빗물, 다시 사선이다

어둠이 그걸 받아 삼킨다.


순간 사선 위에 깃드는

그 바람, 그 빛, 그 가벼움, 그 망설임

뛰어내리는 것들의 비애가 사선을 만든다.



미아된 빛과 망설임의 그림자


                    챗GPT(질문: 구준모)


망설임의 그림자가 나를 감싸고

엎질러진 일들이 나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하지만 어둠 속에 희망은 사라진다


전쟁의 시련과 고통이 내 가슴을 울리지만 

망설임을 이기지 못해 멈춰선다 

빛은 멀리 떠나고 절망이 남는다 


전장에서도 빛은 희미하게 비추고 

엎질러진 희망은 흐려져간다 

절망에 묻힌 미래는 저미어간다 


망설임의 그림자와 절망이 날 덮쳐도 

빛을 찾지 못하며 삶은 비어간다 

희망은 멀어져 절망에 묻힌다


시 「미아된 빛과 망설임의 그림자」 는 챗GPT에 다음의 여섯 개의 질문을 던져 창작한 시다.                     

이 키워드로 시 지어줘 <망설임, 엎질러짐, 빛, 전쟁 > 

이 시에서 마지막에 절망적으로 끝내줘 

이 시 자연스럽게 다시 수정해줘 

이 시 마지막을 베드엔딩으로 끝내줘 

이 시 마지막을 절망적으로 끝내줘 

이 시 제목 중2병 같지 않게 지어줘 


  학생이 나희덕의 시가 좋았던 이유는 인간적인 고민을 잘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끔 넘어지는 실수를 해도 되고, 망설여지는 일들이 많겠지만 그 끝엔 빛이 있다는 통찰도 시를 통해 느꼈다. 하지만 학생은 챗GPT가 창작한 시에서 문장이 어색하고, 관념적이어서 와닿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또한 4연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같은 의미를 다르게 표현한 것의 반복이며, 그 내용에서 공감할 만한 내용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4단계모방시 쓰기

5단계창작시 쓰기     


  짧은 시간에 인간의 창작과 챗GPT의 창작을 비교해 보기 위해 실험실 참가 학생들의 순수 창작을 먼저 시도했다. 우선 비스와바 쉼보르스카의 「선택의 가능성들」의 모방시*를 써 보았다. 그리고 그 중 한 구절과 관련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시를 창작했다. 창작 후 합평의 과정을 거쳐 여러 번 고쳐쓰기 후 시를 완성했다. 완성된 시는 다음과 같다. 


1.

피노키오와 어린왕자


                                               김도은


먼 옛날 제페토가 나무쪼가리를 다듬던 때부터

한세기전 한 비행사가 사막에 불시착한 때부터


세상엔 규칙이 만들어졌다


거짓말은 못된 것

헛된 꿈은 못된 것


피노키오가 바란 건 자유이다

어린왕자가 바란 건 자유이다


왜 우리는 그들에게 강요했는가


피노키오는 거짓말에서 나와 착한 아들이 된다

어린왕자는 독 있는 뱀에 물려 집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그래서


둘은 자유에게서 탈출해 나왔다


시작노트: 피노키오는 결국 착한 사람 아들이 되며 어린이들에게 거짓말하지 말라는 교훈을 남긴다. 어린왕자는 멋진 말들을 하며 꿈을 꾸게 했지만 결국 다시 자기 별로 돌아온다. 둘은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다. 장미에게서, 바오밥 뿌리에게서, 제페토에게서, 어른들에게서. 둘은 같지만 다른 선택을 했다. 어찌되었든 간에 둘은 다시 억압에게로 돌아간 것이다. 그걸 퇴보라고 부를지 성장이라 부를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2.

일반적인


                                             김다솜


빨강 다음엔 주황이 온다.

꽃이 피면 열매가 맺어진다.

명확한 사실과 확실한 것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누구도 반대할 수 없다.


노랑 다음엔 초록이 온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잠을 자면 일어나고, 일어나면 아침이 온다.

모든 것은 일정하다.

모든 것은 완벽하다.


그러나 우리가 말하는 모든 것이 옳지는 않다.


빨강 다음엔 노랑이 올 수도 있다.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에게 적용되는 법이 틀린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는 부정할 수 있다.

우리들은 존중할 수 있다.


주황 다음 검정이 올 수도 있다.

겨울이 가고 여름이 올 수도 있다.

우리는 밤을 샐 수 있고, 저녁에 일어날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영원하지 않다.

모든 것은 바뀔 수 있다.


시작노트: 규칙에 관련된 강박증이 있어서 적어봤습니다. 처음엔 많이 불편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냥 그렇구나 싶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건 없죠. 제가 이건 일정하다 생각해도 언젠가는 불규칙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냥 그렇네요. 인생은 역시 지맘대로 사는 겁니다. 



3.

쿠키야 미안해                          


                                                      박우영


쿠키야!!!!!!!!

미안하다!!!!!!!!!

품종이 우수한 너보다 진돗개를 더 선호해서!!!!!!!!!!

(참고:쿠키는 말티푸이다.)


시작노트: 엄마 친구의 개가 말티푸이고, 이름이 쿠키이다. 나는 쿠키를 좋아한다. 그런데, 난 진돗개가 더욱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쿠키에게 쓰는 사과문 형식의 시를 써봤다. 쿠키야!!!!!!미안해!!!!!!


4.

죽음                      


                                     안수환


죽음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우리 삶을 더 좋아한다.


오늘 첫 출근을 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

자취를 하기 위해 돈을 모으고 면접에 합격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왔다.

그렇게 그는 대기업에 합격했다.


그리고 그는 차도에 뛰어들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웃고 있었다.


그렇게 죽음은 그 남자에게 많은 것들을 가져다주었다.


시작노트: 평소 자기 전에 잡생각을 많이 하는데 그 잡생각에서 유독 많이 나오는 주제가 인간의 삶과 죽음이다. 인간이 죽으면 어디로 갈까? 인간은 어차피 죽는데 왜 우리는 살아야 할까? 언젠가는 죽고 언젠가는 우리를 아무도 모를 시대가 올텐데 우리는 굳이 열심히 살아야 되나? 이런 생각을 가끔씩 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인간이 죽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삶을 살게 된다고 생각해왔다. 언젠가는 죽기 때문에 유한한 시간만이 주어지고 그 유한한 시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사는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이런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런 시를 쓰게 된 것 같다.



6단계창작시와 같은 주제로 챗GPT로 시 쓰기

7단계두 개의 시 비교하기     


  실험의 마지막 단계로 자신이 창작한 시와 같은 주제로 챗GPT로 창작했다. 그 이유는 과정과 결과를 모두 비교해 보기 위함이다. 챗GPT로 창작한 시는 다음과 같다.                     


1.

꿈의 굴레

                                                챗GPT(김도은)


어린왕자와 피노키오, 

둘이 꿈을 향해 날았지만 어려움과 유혹에 의해 

억압에 굴복하며 자유를 잃어버렸어

처음에는 자유로운 모험을 꿈꾸었지만 

세상의 현실과 어려움에 마주하며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말았어


피노키오는 거짓과 타협에 빠져 

어린왕자는 작은 세계에 머무르기를 선택했어


2.

빛과 색숫자의 우아한 춤

                                               챗GPT(김다솜)


세상은 무지개처럼 다양한 생명의 색깔로 빛나고, 

그 속에는 각기 다른 향기와 미로가 숨어있습니다.

빛 바랜 숫자들이 서로 언어로 소통하며,

생명의 비밀과 의미를 서서히 풀어놓습니다.

법의 터전에서는 정의를 찾고, 

생명의 균형을 소중히 지켜나가는 숫자들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빛과 색, 숫자의 우아한 춤을 이루며, 

법의 길목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펼쳐나갑니다.

생명의 신비를 품고 있는 숫자는, 

우리의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된 세계의 단서입니다.


빛 바랜 숫자들의 세계 속에, 생명의 색깔이 빛나네.

무지개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우리 모두와 함께합니다.


3.

오 쿠키,

                                                 챗GPT(박우영)


내 사랑 우영이의 기쁨, 


반짝반짝 빛나는 말티푸의 사랑. 

진돗개야, 그래, 꽤 볼만해.


하지만 친애하는 쿠키, 

당신은 순수한 기쁨을 가져다줍니다.


당신 안에서의 기쁨

이 공기를 가득 채우고 비교할 수 없는 달콤한 동반자. 

사랑과 보살핌으로 사과드립니다. 

당신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합니다,


쿠키. 


4.

무제

                                                 챗GPT(안수환)


삶의 수고와 다툼 속에서 우리는 흔적을 남기고

빛과 어둠 모두 직면한 도전을 통해. 

죽음은 극명하게 살았던 삶에 대한 보상입니다.


우리가 내딛는 발걸음마다 용기를 내어 

우리가 조수를 정복하면서 형성된 유산.

죽음의 부드러운 유예에서 우리는 털어 놓을 것입니다.


휴식을 취하는 해안처럼 완성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완성된 여행, 영원히, 

삶의 장애물, 죽음의 선물을 통해 우리는 탐구합니다.


주기를 받아들이십시오.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 평화의 순간. 

존재의 교향곡에서 죽음은 마지막 조각입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챗GPT로 글쓰기에 다소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시가 지나치게 교훈적이고 진술적인 부분이 많아 시가 주는 긴장이 없다는 점, 내가 쓰고 싶은 주제를 담은 시가 창작되기는 어렵다는 점, 단어의 선택이나 표현의 방식이 세련되지 않다는 점 등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1번 시를 쓴 학생은 참가 학생 중 유일하게 챗GPT의 시가 썩 마음에 든다고 평가했다. 그 학생은 챗GPT에 질문을 할 때, 자신이 시를 쓸 때 떠올린 생각을 주로 입력했다. 챗GPT에는 없는 가치관과 감정 등을 그대로 질문*에 반영했다. 때로는 챗GPT의 생각을 물어보았고, 구체적으로 특정 구절에 대한 삭제도 요청했다. 이것은 마치 시를 쓰면서 자신의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구체화하는 일과도 같았다. 그것은 자신이 한 줄 한 줄 써가며 완성하는 것과는 달리 챗GPT는 하나의 질문으로도 완성된 한 편의 시를 가지고 하나씩 수정하며 완성하는 방식이라 그렇기도 할 것이다. 감정과 가치관이 없는 챗GPT의 창작물에 사람의 감정과 가치관을 반영하고, 구체화한다면 조금은 어설프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시가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을 준다. 그리고 자신의 창작은 스스로 운전대에 앉아 운전하는 느낌이고 챗GPT가 하는 창작은 조수석에 앉아 멍청한 친구의 운전을 도와주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챗GPT로 글쓰기의 과정은 주로 고쳐쓰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챗GPT에 질문하며 질문을 잘하는 법,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하고 정리하는 법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그것은 질문하는 능력을 요하기도 하고, 자신의 생각을 점검하고 조정하는 메타인지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챗GPT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챗GPT 없이도 글쓰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한 결론을 내리며 실험을 마쳤다.      



각주 2) 모방시                    

1.

선택의 가능성

                                                                                 박우영


스타워즈를 더 선호한다. 

개를 더 선호한다. 

아파트 산책로에 있는 목련나무를 더 선호한다. 

R2-D2보다 C-3PO를 더 선호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보다

자연스러움 그자체를 좋아하는 나를 더 선호한다. 

샤프심이 들어가있는 샤프를 더 선호한다. 

오페라색을 선호한다. 

무엇을 단정짓는 인간보다

그렇지않는 인간을 더 선호한다. 

예외적이지 않은 편을 더 선호한다. 

집에서 일찍나가는걸 더 선호한다. 

선생님과 수업이 아닌 다른 일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것을 더 선호한다. 

민무늬의 오래된 도안을 더 선호한다. 

그냥 웃음거리가 되는것 보다

그림을 그려서 웃음거리가 되는것을 더 선호한다. 

품종이 우수한 개 보다

진돗개를 더 선호한다. 

숫자대열의 선두인

리더 일(1)을 더 선호한다. 

거짓된 선(善)보다

명확한 악을 더 선호한다.


2. 

선택의 가능성

                                        안수환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책을 더 좋아한다.

창가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는것 보다

나무에 직접가서 나무그늘 아래 앉아있는것을 더 좋아한다.

열린결말을 더 좋아한다.

꽉 막혀있는 생각보다 자유롭게 열려있는 생각을 더 좋아한다.

인간을 더 좋아한다.

사랑을 받는 인간보다

사랑을 주는 인간을 더 좋아한다.

사후세계를 더 좋아한다.

혼란한 지옥이 아닌 안정된 지옥을 더 좋아한다.

기존 숫자들을 깨면서 나온

음수를 더 좋아한다.

유한한것을 더 좋아한다.

오래사는 삶보다 짧게사는 삶을 더 좋아한다.

죽음을 더 좋아한다.

존재 그 자체보다

존재를 통해 완성되는 우리 삶을 더 좋아한다.

죽음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우리삶을 더좋아한다.

생각하는것을 더 좋아한다.

숲을 더 좋아한다.

나무의 냄새나 생김새보다

나무 그 자체를 더 좋아한다.

어두운걸 더 좋아한다.

빛을 비춰주는 태양보다

빛이 반사되어 우리를 비춰주는 달을 더 좋아한다.

밝고 푸르른 낮하늘 보다

가끔씩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을 더 좋아한다.

별을 더 좋아한다.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세상보다

가끔씩 나를 혼내는 세상을 더 좋아한다.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마찬가지로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더 많은것들보다 더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것들을

내가 좋아하지 않은 모든것들보다 더 좋아한다.

불을 더 좋아한다.

우리를 다치게 하는 불보다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을 더 좋아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보다

자연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을 더 좋아한다.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이성보단

여유롭게 판단을 내리는 감성을 더 좋아한다.

모든것들을 부정적이게 보는 세상보다

모든것들을 긍정적이게 

보는 세상을 더 좋아한다.


3. 

선택의 가능성

               김다솜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음악을 더 좋아한다.

벚꽃로에 핀 벚나무를 더 좋아한다.

한가지 일만 열심히 하는 나보다

많은 일을 바쁘게 하는 나를 더 좋아한다.

이미 쓰여진 글을 고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연두색을 더 좋아한다.

원칙에 맞추어 행동하는 나를 더 좋아한다.

규칙성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일찍 일어나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선생님과 과목 이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중간중간 숨은 네잎클로버보다

잔뜩 모여있는 세잎클로버를 더 좋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무관심을 받는 것보다

여러가지를 해서 관심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남에게 칭찬을 해주면 남도 내게 칭찬을 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시간을 길게 사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순진한 것보다 친절하고 영리한 것을 더 좋아한다.

정해지지 않은 운명을 더 좋아한다.

막연한 꿈을 더 좋아한다.

명확한 선보다 이중성이 있는 선을 더 좋아한다.

깨끗할 수 없는 악보다 깨끗한 이면의 악을 더 좋아한다.

돌려 말하는 것보다 직설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바나나만 좋아하는 원숭이보다 바나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 원숭이를 더 좋아한다.

분양받은 고양이보다 길거리에서 주워온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새하얀 정도로 밝은 머리카락을 더 좋아한다.

가방과 주머니를 더 좋아한다.

취향이 맞지 않는 많은 사람들과 지내는 것보다

취향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확률보다

확실히 정해진 것을 더 좋아한다.

죽어서 사후세계에 가서 사는 것보다 

환생해 살아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영원을 좋아한다.

명확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보다

여러 말과 소리를 내는 여우와 앵무새를 더 좋아한다.

수명을 알고 살아가는 것보다 어느날 살다가 죽는 것을 더 좋아한다.

행복을 원해 살아가는 삶보다 여러 일을 겪어 경험을 얻는 삶을 더 좋아한다.

선과 악으로만 갈라진 세상이 아닌,

모두가 여러 모습이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을 더 좋아한다.


4. 

선택의 가능성

                         김도은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짧은 산책을 더 좋아한다

밤을 더 좋아한다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한다

누군가의 말을 따르는 것 보다

내 말에 따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겁고 진중한 대화보다

시답잖은 대화를 더 좋아한다

나에 대해서 다른사람과 이야기하는것을 더 좋아한다

절망적인 삶보다는

희망적인 삶을 더 좋아한다

사람의 존재를 능력 여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온전히 존중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계산적인 것 처럼 포기하기 보다

호기롭게 도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더 좋아한다

파도를 더 좋아한다

늦은 저녁 어딘가에 앉아

저 높은 별과 달을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어디에도 포함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중요한 수인 제로를 더 좋아한다

걸어다니는 포식자들보다

저 하늘을 가르는 자유로운 새들을 더 좋아한다

예쁜 표현들보다

그 아래담긴 속뜻을 더 좋아한다

피노키오보단 어린왕자를 더 좋아한다

우울한 나보다

그렇지 않은 나를 더 좋아한다

디즈니보다 지브리를 더 좋아한다

크고 높은 꿈을 꾸는 것 보다

가난하고 멋진 꿈을 꾸는 것을 더 좋아한다



각주 3) 김도은 학생의 질문들                    

피노키오와 어린왕자, 자유에 대한 시를 써줘

피노키오, 어린왕자가 자유를 꿈꾸는 내용의 시를 써줘

피노키오는 어른들에게 진 거야

피노키오는 어른이 되길 싫어했어

어린왕자는 자유를 갈망했어

둘은 퇴보한거야

위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시를 써줘

설명하지 말고 간결하게 해줄 수 있니? 

둘은 성장한 게 아니야, 둘이 퇴보한 거라는 식의 시를 써줘

둘은 교훈을 전달하지 않는 거야. 그런 식으로 써줘

둘이 억압에 굴복한 거라는 식의 시로, 문장을 간결하게 써줘

아까의 내용을 길게 해서 써줘

왜 그렇게 시를 썼는지 물어봐도 될까?

둘이 억압에 굴복해 착한 아이가 된 거라는 이야기로

착한 아이는 나쁜 의미야, 수동적인 아이가 된 거라고

담고 있는 메시지를 더 간접적으로 표현해줘

아까의 이야기도 포함시켜줘

‘착한 척 수동적인 모습이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끝없는 용기와 노력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주었어’ 를 빼서 써줘

마지막 문장 빼

아까 내용 넣어서

이 시의 제목이 뭐야?





작가의 이전글 책으로 여는 아침은 행복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