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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진 Nov 09. 2023

글쓰기가 우리에게 주는 것들(각주3)

각주 2) 모방시                    

1.

선택의 가능성

                                                                                 박우영


스타워즈를 더 선호한다. 

개를 더 선호한다. 

아파트 산책로에 있는 목련나무를 더 선호한다. 

R2-D2보다 C-3PO를 더 선호한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보다

자연스러움 그자체를 좋아하는 나를 더 선호한다. 

샤프심이 들어가있는 샤프를 더 선호한다. 

오페라색을 선호한다. 

무엇을 단정짓는 인간보다

그렇지않는 인간을 더 선호한다. 

예외적이지 않은 편을 더 선호한다. 

집에서 일찍나가는걸 더 선호한다. 

선생님과 수업이 아닌 다른 일에 관해서 이야기 하는것을 더 선호한다. 

민무늬의 오래된 도안을 더 선호한다. 

그냥 웃음거리가 되는것 보다

그림을 그려서 웃음거리가 되는것을 더 선호한다. 

품종이 우수한 개 보다

진돗개를 더 선호한다. 

숫자대열의 선두인

리더 일(1)을 더 선호한다. 

거짓된 선(善)보다

명확한 악을 더 선호한다.


2. 

선택의 가능성

                                        안수환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책을 더 좋아한다.

창가에 앉아 나무를 바라보는것 보다

나무에 직접가서 나무그늘 아래 앉아있는것을 더 좋아한다.

열린결말을 더 좋아한다.

꽉 막혀있는 생각보다 자유롭게 열려있는 생각을 더 좋아한다.

인간을 더 좋아한다.

사랑을 받는 인간보다

사랑을 주는 인간을 더 좋아한다.

사후세계를 더 좋아한다.

혼란한 지옥이 아닌 안정된 지옥을 더 좋아한다.

기존 숫자들을 깨면서 나온

음수를 더 좋아한다.

유한한것을 더 좋아한다.

오래사는 삶보다 짧게사는 삶을 더 좋아한다.

죽음을 더 좋아한다.

존재 그 자체보다

존재를 통해 완성되는 우리 삶을 더 좋아한다.

죽음으로 비로소 완성되는 우리삶을 더좋아한다.

생각하는것을 더 좋아한다.

숲을 더 좋아한다.

나무의 냄새나 생김새보다

나무 그 자체를 더 좋아한다.

어두운걸 더 좋아한다.

빛을 비춰주는 태양보다

빛이 반사되어 우리를 비춰주는 달을 더 좋아한다.

밝고 푸르른 낮하늘 보다

가끔씩 별빛이 빛나는 밤하늘을 더 좋아한다.

별을 더 좋아한다.

나를 포근하게 안아주는 세상보다

가끔씩 나를 혼내는 세상을 더 좋아한다.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많은 것들을

마찬가지로 여기에 열거하지 않은 더 많은것들보다 더 좋아한다.

내가 좋아하는 모든것들을

내가 좋아하지 않은 모든것들보다 더 좋아한다.

불을 더 좋아한다.

우리를 다치게 하는 불보다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을 더 좋아한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 보다

자연 그 자체가 주는 감동을 더 좋아한다.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이성보단

여유롭게 판단을 내리는 감성을 더 좋아한다.

모든것들을 부정적이게 보는 세상보다

모든것들을 긍정적이게 

보는 세상을 더 좋아한다.


3. 

선택의 가능성

               김다솜                                             


글 쓰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음악을 더 좋아한다.

벚꽃로에 핀 벚나무를 더 좋아한다.

한가지 일만 열심히 하는 나보다

많은 일을 바쁘게 하는 나를 더 좋아한다.

이미 쓰여진 글을 고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연두색을 더 좋아한다.

원칙에 맞추어 행동하는 나를 더 좋아한다.

규칙성있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일찍 일어나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선생님과 과목 이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중간중간 숨은 네잎클로버보다

잔뜩 모여있는 세잎클로버를 더 좋아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 무관심을 받는 것보다

여러가지를 해서 관심을 받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남에게 칭찬을 해주면 남도 내게 칭찬을 해주는 것을 더 좋아한다.

시간을 길게 사용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순진한 것보다 친절하고 영리한 것을 더 좋아한다.

정해지지 않은 운명을 더 좋아한다.

막연한 꿈을 더 좋아한다.

명확한 선보다 이중성이 있는 선을 더 좋아한다.

깨끗할 수 없는 악보다 깨끗한 이면의 악을 더 좋아한다.

돌려 말하는 것보다 직설적인 것을 더 좋아한다.

바나나만 좋아하는 원숭이보다 바나나를 제외한 모든 것을 먹는 원숭이를 더 좋아한다.

분양받은 고양이보다 길거리에서 주워온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새하얀 정도로 밝은 머리카락을 더 좋아한다.

가방과 주머니를 더 좋아한다.

취향이 맞지 않는 많은 사람들과 지내는 것보다

취향이 맞는 소수의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확률보다

확실히 정해진 것을 더 좋아한다.

죽어서 사후세계에 가서 사는 것보다 

환생해 살아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영원을 좋아한다.

명확한 울음소리를 내는 것보다

여러 말과 소리를 내는 여우와 앵무새를 더 좋아한다.

수명을 알고 살아가는 것보다 어느날 살다가 죽는 것을 더 좋아한다.

행복을 원해 살아가는 삶보다 여러 일을 겪어 경험을 얻는 삶을 더 좋아한다.

선과 악으로만 갈라진 세상이 아닌,

모두가 여러 모습이 있는 세상을 꿈꾸는 것을 더 좋아한다.


4. 

선택의 가능성

                         김도은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짧은 산책을 더 좋아한다

밤을 더 좋아한다

여름보다 겨울을 더 좋아한다

누군가의 말을 따르는 것 보다

내 말에 따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무겁고 진중한 대화보다

시답잖은 대화를 더 좋아한다

나에 대해서 다른사람과 이야기하는것을 더 좋아한다

절망적인 삶보다는

희망적인 삶을 더 좋아한다

사람의 존재를 능력 여부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가치를 온전히 존중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계산적인 것 처럼 포기하기 보다

호기롭게 도전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명확하지 않은 것들을 더 좋아한다

파도를 더 좋아한다

늦은 저녁 어딘가에 앉아

저 높은 별과 달을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그 어디에도 포함하지 않지만

누구보다 중요한 수인 제로를 더 좋아한다

걸어다니는 포식자들보다

저 하늘을 가르는 자유로운 새들을 더 좋아한다

예쁜 표현들보다

그 아래담긴 속뜻을 더 좋아한다

피노키오보단 어린왕자를 더 좋아한다

우울한 나보다

그렇지 않은 나를 더 좋아한다

디즈니보다 지브리를 더 좋아한다

크고 높은 꿈을 꾸는 것 보다

가난하고 멋진 꿈을 꾸는 것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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