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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진 Nov 02. 2023

책으로 여는 아침은 행복하다

-(사)행복한아침독서 대표 한상수

 전 직원이 다 작업 중이시네요. 어떤 일을 하고 계신 건가요?

  지금 하는 작업은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에서 후원하고 저희가 책을 골라서 가정으로 12권을 개별적으로 보내는 일이에요. 전국에 있는 900명의 아이들에게 ‘나만의 책꽂이’를 만들어주는 거죠. 다섯 권은 받고 싶은 책을, 나머지는 아이의 취향, 관심사, 상황 등에 맞게 모두 다른 책으로 추천해서 구성했어요. 현실적으로 모든 아이가 책 선물을 좋아해서 열심히 읽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아요. 다만 집 안에 책이 예쁘게 꽂혀 있으면 가끔 심심할 때 볼 수도 있고, 나만의 책이 열 권 이상 있다는 것이 자기 책을 갖지 못한 아이들에게 한 번쯤은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 정도를 기대하고 보내요. 올해는 처음으로 기존에 받았던 아이들을 대상으로 재응모를 받으려고 해요. 그 책에서 힘을 얻었던 아이들은 다시 신청하겠죠. 결과가 궁금합니다.


(사)행복한 아침독서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사)행복한아침독서는 '사람과 책을 잇는 사회적기업'입니다. 독서운동 단체로 시작해 이 일을 오랫동안 하고 싶어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한국은 기부 문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요. 독서운동을 하려면 비용이 꽤 많이 들어가는데 저희 같은 작은 단체는 사회적기업으로 바꾸어야 확장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어요. 자체적인 사업 모델을 가지고 수익사업을 하고, 그 이윤으로 학교도서관을 지원하거나 독서운동을 하는 거죠. 그래서 직원들도 근속연수가 꽤 긴 편인데, 돈을 벌며 보람을 느끼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죠. 수익을 올리기 위한 기업이 아니라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일들을 오래오래 지속하는게 저희가 가진 소명입니다. 


학교도서관과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된 건가요? 

2004년에 독서 운동을 시작하면서 『아침 독서 10분이 기적을 만든다(하야시 히로시 지음)를 번역한 이후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언론에 소개도 많이 되면서 몇몇 시도교육청에서 문의도 많이 왔고, 기업에서의 제안도 꽤 있었어요. 출판사 광고 의뢰도 당연히 있었고요. 아침독서신문이 전국에 있는 학교로 보내지니까 광고 효과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아요. 그즈음 네이버에서 2억 원 상당의 도서를 보 낼 수 있는 사회공헌기금을 지원해서 학급문고 살리기 운동에 힘을 받았지요. 지금은 회사 로고도 멋지게 붙이고 포장도 깔끔하게 해서 보내지만, 그때만 해도 마트에서 과일 상자를 가져와서 책을 넣어서 보내는데도 받은 선생님 들은 너무 좋아하시고 그 책으로 아이들과 정말 잘 활용해서 읽으시더라고요. 대구교육청 선생님들께서 아침 독서를 굉장히 적극적으로 하셨죠. 그래서 그 사례를 모아 『대한민국 희망 1교시 아침 독서 10분』이라는 책으로 엮어서 내기도 했어요. 그때만 해도 공공도서관이나 학교도서관에서 괜찮은 책을 편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기업의 후원과 제가 출판사 다니던 시절에 맺은 인연으로 받은 책들을 보냈는데, 이제는 사실 도서관 접근 환경이 좋아 져서 책을 보는 게 어렵지 않잖아요. 그래서 학급문고는 그만해도 되겠다고 판단했고, 개인적으로 어려운 아이들에게 책을 보내주거나, 지역아동센터에 도서관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어요. 학교는 공적 자금이 투입되어 독서를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상황이 갖추어졌지만 그렇지 못한 곳도 여전히 많거든요. 



전국학교도서관모임과도 인연이 깊으신데요. 

처음에 막상 학교를 대상으로 아침독서운동을 시작하려고 보니 막막했어요. 초창기에 일산의 13평짜리 오피스텔에 있을 때였는데, 운명처럼 이성희 선생님께서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 직접 찾아오셨어요. 독서운동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과 깊은 이야기는 사실 처음이었어요. 이성희 선생님께서 키도 크고 훤칠 한 미남이시잖아요. 그런데 되게 열정적이시더라고요. 신선한 충격이었고, 이후에 큰 도움이 된 만남이었죠. 전국학교도서관모임과 아침독서운동의 첫 협력은 「아침독서신문」 연재였어요. 연재는 2006년부터 무려 4년간 이어졌고, 우리는 학교도서관에 대한 깊은 이해를 담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어요. 사실 저희는 지원 조 직이고, 학교에 계신 선생님들이 주체가 되어 움직여주셔야 하는 일이잖아요. 선생님들께서 함께해주시지 않 으면 아침독서는 이루어지기 어렵죠. 


운영하고 계신 행복한 책방 이야기도 해 주세요. 

행복한 책방은 어느 마을에나 하나쯤 있으면 좋을 동네 책방 하나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어린이부터 청소년, 노인까지 어떤 세대가 와도 볼만한 책이 있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속 가능한 동네책방의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야심찬 목표로 2017년에 문을 열었죠. 운영을 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더라고요. 책이 많은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1호점은 직영으로 운영하다가 위탁운영체제로 바꾸었고 2호점은 계속 직영하고 있습니다. 책을 아끼는 독자라면 정가의 책값은 감수하고 기꺼이 동네 책방에서 사실 테고, 그러면 출판사는 좋은 책을 더 많이 낼 수 있는 수익을 만들 수 있어요. 그래서 책방에서 책을 사서 읽는다는 것은 엄청난 독서 문화를 만드는 일이에요. 그런데 인터넷 서점이 워낙 편리하기도 하고, 10%의 할인도 있어서 책방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 않죠. 그렇다면 학교도서관에서만큼은 적어도 책방에서 책을 사셨으면 좋겠어요. 학교도서관 도서 구매비는 안정적으로 확보가 되잖아요. 일 년에 최소 두 번에서 많게는 열 번 가 까이 수서하고, 구매하실텐데 그것을 동네 책방과 연계 해서 작업하시면 상생의 효과가 엄청날 거로 생각해요. 지역 서점을 학교도서관에 책을 납품하는 납품업자가 아니라 척박한 책 문화를 함께 가꾸는 동반자로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20년 가까이 꾸준히 독서 운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돌이켜 생각해 보면 지금까지의 과정이 모두 즐거웠어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대개 좀 창의적이잖아요. 여러 부침도 있었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책을 가까이한 덕분인지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해결을 잘 해왔던 것 같아요. 또 저는 일과 휴식의 균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에요. 낮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퇴근 이후에 탁구를 치고, 산책하고, 자전거를 타는 등 운동을 하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요. 아침독서 운동의 4원칙(모두 읽어요, 날마다 읽어요, 좋아하는 책을 읽어요, 그냥 읽기만 해요)처럼 생활의 루틴이 있어요. 하루에 최소한 30분에서 1시간은 책을 읽자. 일주일에 최소한 세 번은 운동을 하자. 매일 산책을 하자. 평소 술 담배를 하지 않고, 건전하게 생활하는 편이라 이 루틴을 특별한 일이 아니면 꼭 지키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하는 일이 제가 정말 즐거워서 하는 일이잖아요. 언젠가 직원이 삶의 만족도가 몇 점 정도 되냐고 물은 적이 있어요. 저는 95점 정도는 되거든요. 책 덕분에 삶의 만족도가 높아요. 늘 새 책이 나오고, 늘 새로운 글을 만나니 지루할 틈이 없고요. 책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나쁜 사람 없잖아요. 만나는 분들도 모두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는 분들이라 그런 것 같 아요. 



마지막으로 요즘 대표님이 꾸는 꿈은 무엇인가요? 

저는 요즘 시니어 독서운동에 관심이 많아요. 인생 주기와 맞물려 독서운동을 하고 있는 셈인데요. 아이들이 어릴 땐 어린이도서관에, 커가면서는 학교 독서 교육에, 이제는 저처럼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는 사람들과 독서운동을 하려고 해요. 사실 은퇴하신 분들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그런데 생각보다 60은 젊거든요. 노하우도 많고, 에너지도 있어요. 그런 분들과 같이 책과 관련한 의미 있는 콘텐츠를 구성해서 제작하는 게 꿈이에요. 그래서 은퇴를 앞둔 분들과 모임을 만들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의 오랜 직장생활 경험을 살릴 수 있으면서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는데, 백화현 선생님의 조언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내신 책과도 관련이 있고요. 함께 아이디어를 모을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아요. 생각만 해도 두근거려요. 은퇴 이후의 삶을 두려워하지 않고 두근거릴 수 있는 것도 참 행복한 일이라 생각해요. 책과 함께 하는 일 중 어느 것도 행복하지 않은 일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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