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땀 흘려 노력해서 얻는 것만 경험이에요?
유튜브 쇼츠 하날 보고 꽤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쇼츠에서 박명수 씨가 말한다.
"유럽에 가서 사진을 찍고, 일본에 가서 맛있는 라면을 먹고... 그건 경험이 아니에요. 그냥 놀러 간 거지. 경험은요, 피땀 흘려 노력해서 얻는 게 경험이에요"
이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일부 수긍이 가는 면도 있었지만, 무언가 갸웃거리게 되는 지점이 있었다. 저 말속엔 해외여행이나 좋은 곳에 가는 경험을 평가 절하하는 마음이 내재되어 있는 것 같았다.
"피땀 흘려 노력해서 얻은 것만이 경험이다.."
그 피와 땀 덕에
난 약간의 돈과 작은 암세포를 얻을 수 있었는데
그것만이 의미 있다 추구하며 살아가면
이 짧게 왔다갈 인생에서 대체 언제 행복할 수 있는지?
댓글창에선 “노는 것도 경험이다”라는 말에
“그건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소리이며 그런 생각이 성공을 망친다”라는 반박이 달리고,
어느새 하나의 작은 토론장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걸 쭉 따라가는 과정에서, ‘성공이란 뭘까’라는 오래된 질문과 다시 마주했다.
나도 한때는, ‘열심히 살면 언젠가는 보답이 있겠지’라 믿었고 그 보답은 '사회적으로 괜찮은 사람'이 되는 거라 생각했다.
'남들이 봤을 때 좋은 직장, 높은 연봉, 안정적인 삶'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나름 목표도 세우고, 열심히 달려왔다.
그런데 정작 그 목표에 도달해 봤을 땐,
생각보다 허전하고 공허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의 삶에 만족하니?’라는 질문을 계속 스스로에게 하게 됐다.
목표를 이룬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선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삶은 점이 아니라 선' 인 거슬..
그래서 난 취업 이후에도 무언가 공허한 기분에 '비어버린 무언가'를 채우려 이런저런 자격증도 준비하고 대학원 진학도 해보며, 나름 끊임없이 무언갈 해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공허한 발버둥이었던 것 같다.
성장강박에 휩싸여 뭔가에 쫓기듯 공부하던 그 과정에서 난 전혀 즐겁지 않았으니...
그래도 이것저것 혼자 시도해보며
뜻밖의 수확으로 나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건
내가 바라는 삶은 사회적 성공과는 거리가 있단 것이다.
자연 속에 둘러싸여 살며
돈은 좀 적게 벌더라도
일하는 시간을 내가 선택할 수 있고
일로 인해 내가 과하게 소진되지 않으면서,
작지만 나만의 만족을 꾸준히 쌓아갈 수 있는 삶.
나는 조금 덜 소진되면서도 나다운 삶을 바란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 “직업만 많을 뿐이지, 실상 나는 내 인생을 굉장히 좁게 살았던 것 같아요.
나는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면서 사색하고, 책 읽는 것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두었어요. 그래서 다른 길은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았죠. 오직 위대한 작가가 되어야겠다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다른 일엔 무관심하게 살아왔죠.
내 인생은 한 번뿐인데, 내가 그동안 인생을 값어치 있게 산 것일까요?”
교수, 장관, 행정직, 문학평론가이자 누가 봐도 성공한 삶을 산 고 이어령 선생님이 남긴 이야기이다.
인생에 후회가 없을 것 같은 저런 대단하고 멋진 사람도 저런 생각을 한다.
이 문장을 읽고 한참을 머물렀다.
사회적 시선에 의해 형성된 그 목표를 이룬 삶이 보편적으로 성공한 삶이라 하더라도
스스로는 크게 만족하지 못할 수 있겠구나.
그렇다면 그게 남이 봤을 땐 성공한 삶일지언정,
잘 사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나도
이젠 좀 다른 샛길로 새봐도 괜찮지 않을까.
사회가 안전하게 만들어놓은 코스 밖을 잠깐 탈주해 봐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
작은 불꽃이 피어오르는 순간이었다.
가끔 이런 상상을 해본다.
만약 누가 나에게 수천만 원을 줄 테니, 사업을 해보라고 한다면?
나는 아마 못할 것이다.
그만큼의 책임감, 고통 그리고 매달 나갈 직원들 월급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온다.
그건 내 그릇이 아닌 것을 안다.
하지만 실제로 책임의 무게를 견디며 도자기 굽듯 점점 단단해지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나처럼, 그 무게에 짓눌려서 그릇에 금이 가고 결국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사람도 있다.
사람에 따라 고통을 견딜 수 있는 역치가 다르고 행복을 느끼는 방법도 다르다.
누군가는 책임지고 사람들을 이끄는 삶이 맞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자기 할 일을 성실히 하며 작게 피어나는 삶이 어울린다.
그게 나쁘다, 좋다 단정 지어 이야기할 순 없고
그냥 ‘다르다’고 말할 수 있을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자기 본성에 맞게 잘 사는 게 아닐까?
그저 토마토는 토마토 나름, 가지는 가지 나름, 오이는 오이 나름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지.
그래서인지, ‘성공’과 '부와 명예'라는 단어는 점점 나에게서는 멀어지는 기분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가치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그 '부'라는 걸 추구하는 데에는 끝이 없고, 적당한 수준에서 만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위만 보니까 행복해지기 어려운 것이지,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그래도 세상이 회색빛 같다면, 조금 비겁하지만 아래도 한 번씩 쳐다보고..
그래도 한국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하면서..
행복하기도 짧은 소중한 인생인데, 그렇게 살아야지 않을까
내가 딱히 물욕이 없어서인지 몰라도, 만족스레 사는 데에 크게 많은 돈은 필요하지 않았다.
부와 명예는 없더라도 적당히 자기 앞가림하며 먹고사는 데에 지장 없는 수준의 돈을 버는
지금의 삶에도 난 꽤나 감사하다.
돈도 돈이지만
그보다도 이 짧은 삶에서 내 시간을 무엇을 하면서 충만하게 보낼지가 더 중요하지 않나 싶다.
곽튜브나 빠니보틀처럼
'하고 싶은 거 하면서 돈도 버는 삶'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처럼 사는 삶을 지향한다.
그 과정에서 부와 명예는 따라오면 좋은 부가적인 것일 뿐, 그 일을 하면서 내가 좋으면 다 끝인 거 아닐까?
그들도 부와 명예를 바라고 그 일을 시작한 건 아닐 테니 말이다.
나는 요즘 ‘충만함’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떠올린다.
충분히 나에 대해 알고
내 속도에 맞게 살아가고,
그 삶이 나한테 의미 있게 느껴진다면
그게 가장 괜찮은 상태 아닐까
여유를 갖고 충분히 즐기면서 사는 삶이든, 아등바등 노력해서 원하는 목표를 위해 달려 나가 사회보편적으로 성공한 삶이든,
스스로 선택한 삶에 만족할 수 있다면 모두 답이 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나는 성공한 삶이라 것은 '하나의 정답이 있는 삶(고생한 만이 참답다)'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박명수씨가 말한 것 처럼 '고생한 것만이 경험이다.'라기보단, '그 순간을 충만하게 즐겼다면 모든 게 경험이 될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쪽에 가깝고 그러한 삶을 지향한다.
혹자는 꿈도 목표도 없는 흔해빠진 인생이라 폄하할지 몰라도, 스스로 선택한 그 삶에 대해 개인의 만족감이 크다면 된 게 아닌가...
정말 중요한 건, 그 삶이 얼마나 거창했느냐보다
그 삶을 살았던 내가 얼마나 ‘나다웠느냐’인 거니까
그래서 나는 요즘 항상 나에게 질문한다.
지금 하려는 그 선택이 너 다운 선택이었는지?
너는 지금 너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현재에 충만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