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을 앞둔 연애의 속도

아홉수, 조급해지기 쉬운 나이

by clay


스물아홉. 사람들은 말한다.

지금이 제일 바쁘게 사람을 만나야 할 때라고. 서른이 넘으면, 좋은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고.


맞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요즘, 그런 불안감을 자극하는 말에도 마음이 도통 잘 움직이지 않는다.


작년엔 사람을 참 많이 만났다. 그만큼 마음도 소모했고, 기대도 실망도 컸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연애 번아웃'이 온 것 같았다.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게 귀찮아지고,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하는 일조차 힘들게 느껴졌다.


그렇다고 사람이 싫어진 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언젠가 내 옆에 발맞춰 걷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다만 내 스스로 돌아봤을 때,

지금은 나이에 쫓겨서 사랑을 억지로 찾아야 할 때도, 꼭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도 아닌 듯하다.




요즘 만나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

우린 연인은 아니지만, 종종 만나고 인생 얘기를 나누고 서로의 시간에 조용히 스며든다.

그 안에 나름의 배움과 위로가 있다.


한때는 이 사람과 더 가까워지길 바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나와 이 사람이 정서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기엔, 결이 다르다는 걸 이젠 알게 되었으니까.


평소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지만,

사람의 온기가 그리울 때 함께 시간을 보내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한다. 한때는 이 거리감이 어색하고 낯설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하다.

(익숙해진 건지 체념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불편하진 않다.


나는 기대하지 않고, 이 사람도 내 삶에 깊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오히려 더 가볍고, 편하게 만날 수 있는 관계.

약간 느슨한 고리로 이어진 호감이 있는 관계.


그건 그것 나름 소중한, 괜찮은 관계 형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일정 거리감 속에서도 나름의 균형이 있다.




29살의 나는 꽤나 바쁘게 살아가는 중이다.

주말마다 취미로 요리와 프랑스어를 배우고

일하는 중에 파트로 대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가끔은 혼자 책도 보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있다.


한 달에 한 번은 본가에 가서 얼굴도 비추고

자주 보지 못하는 친구들도 한 번씩 만난다.


이렇게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운 일상 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런 나를 스스로 괜찮다고 여길 수 있을 때, 인연도 자연스럽게 다가올거라 믿는다.


'난 혼자서도 충분히 잘 사는데?'하고 애써 외롭지 않은 척을 하고 싶진 않다. 다만, 나이에 쫓겨 조급하게 누군갈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싶지도 않다.

여기엔, '세상에 남자가 얼마나 많은데.. 설마 내 짝이 없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크게 한몫했다.


지금 싱글인 나도 충분히 괜찮다.

하지만 언젠가 내 곁에 항상 있어줄 누군가와 함께 손잡고 걸을 수 있다면, 분명 더 안정감 있고 행복하지 않을까




그래서 나를 아끼는 방식으로,

나름은 세상과 연결될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이게 서른을 앞둔 내가 연애를 대하는 속도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