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 앞에서 무너진 스스로를 마주할 때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것은 내 '기준'이었다

by clay


사랑은 언제나 선택의 연속이다. 그리고 그 선택 안에 ‘난 어떤 사람인가’를 알게 되는 순간이 있다.

나는 관계나 사랑앞에선 속절없이 흔들리는 사람이었다.



한때 내 곁에는 K라는 따뜻한 사람이 있었다.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았을때부터 신뢰를 주고,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던 사람.

하지만 K를 만나기 전날, 나는 J와의 약속을 잡았다. '뭐... 괜찮지 않을까?' 하고 K에게 이야기 않고 가볍게 나섰던 그날, 난 술기운에 큰 실수를 하게 되고 만다.


나는 나를 믿어준 사람을 배신했고, 나 자신에게도 실망했다. 모든 게 잘못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더 의지력이 약한 사람이었고, 스스로 세운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K에겐 상처를 주고 헤어졌고 J와는 가벼운 관계를 6개월간 질질 끌어가는 결말을 남겼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해놓고, 내 얼굴 피길 바란단 건 양심 없어도 너무 없는 일이지만, 6개월간 관계를 끌고오면서 염치 없게도 그러한 결말을 바랐다.


J는 내가 먼저 더 많이 마음을 준 사람이었다. 그의 말과 행동은 모호했고 무심했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대로 만나다보면 언젠간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지 않을까 착각했다. 첫 시작이 가벼웠기에 더 애썼고 표현했다. 그는 내 진심에 명확하게 응답을 주지 않았지만, 그 침묵을 나름의 긍정으로 해석하고 희망회로를 돌리며 몇 달간 관계를 이어갔다.


오랜 기간 그러던 중 결국 지쳐 버린 난, 얼마전 그와 관계를 단절했다. 그동안 꽤 정이 들고 많이 좋아했던지, 상대를 흘려보내는 과정에서 아픔과 공허함이 뒤따랐다.


그럼에도 J와의 관계를 정리한 건,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를 만난 다음날은 공허함이 하루 종일을 지배했기에. 먼저 감정이 커져버린 나는, 그의 간헐적 연락에 마음을 조금씩 접었고 그와 따뜻한 연결감을 바랄 순 없단걸 깨달았다.


나름 기대감을 내려놓고 잘 만나왔다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계속 지쳐갔고 자존감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스스로 상처 입히는 것 같아, 이젠 나를 지키고 싶었다.


계속 관계를 이어갔다면 이후엔 관계를 정리하기가 더 어려워 졌을 것이라 스스로를 다독인다.

그동안 정이 들었는지 작은 살점을 강제로 뜯어낸 기분이지만, 또한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을까 싶다.



난 요즘 내가 상처 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과연, 날 좋아해준 상대들의 마음을 그렇게 존중하는 사람이었는지.

그들의 소중한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고 감사하지 않았던 건 그나, 나나 마찬가지 아니었을까?


K는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했고, 상처를 줬다.

J를 만나러 나갔던 날, 모든 걸 망쳐버린건 나였다.


모든 시작은 내 선택이었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내 선택.

지극히 지팔지꼰의 선택.

그때 내가 그러지 않았다면, 어쩌면 K와는 지금까지 잘 사귀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안정적으로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었지만, 난 그와의 신의를 지키지 못했다.

나는 유혹에 넘어갔고, 결국 후회할 선택을 했으며 그 결과, K에 대한 죄책감과 J에 대한 미련 사이에서 뱅뱅 돌다, 최근 모든 관계가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그 모든 상황의 악의 축은 나 였음을 깨닫는다.

모든게 자업자득이며

이런 내가 J와 잘 되길 바랬다는 건, 정말 염치없고 양심도 없는 마음이렸다.


다만 와중에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보자면,

그를 통해 나는 내 안의 취약한 부분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다는 ?


난 유혹에 쉽게 흔들리고, 상대의 소중한 마음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이었다.

J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난 뒤, 밀려오는 공허함을 견디고 마음을 추스르는 과정에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J는 어쩌면, 나를 보다 나은 사람으로 개조시키기 위해... ' 정신 좀 차려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하늘에서 보내준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라는..


나는 겉으론 '괜찮아 보이는' 사람일진 몰라도,

정말 '괜찮은' 사람이자, 신뢰할 만한 연인이 아니었다.

유혹 앞에서 쉽게 흔들리는 나약한 사람이라, 다정하고 따뜻한 좋은 사람이 나에게 왔을때도 알아보지 못하고 흘려보냈다.

애초에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으니, 그럴 수밖에.

결국 끼리끼리였단걸 이제는 안다.


안정감을 주는 사람 대신, 불안정하지만 자극적인 사람을 택했고, 그 선택으로 인해 소중한 인연에겐 상처를 줬고 스스로에겐 크게 실망했으며 관계의 안정감과 평온함이라는 행복에서도 멀어졌다.

다신 이러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이제는 내 곁에 나를 믿어주고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을 절대 배신하지 말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애초에 다시는 나를 그런 환경에 놓아두지 않으리라.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그때 가서 내가 잘 절제하면 괜찮지 않을까?' 란 마음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렇기에 애초에 유혹을 뿌리치는 선택, 선을 명확히 지키는 태도, 기준을 세우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일 나에게 얼마나 필요한 태도인지 다시금 되새긴다.


누군가와 언약을 맺고나서, 훨씬 강렬한 유혹의 상황이 펼쳐질 수도 있다.

그전에 내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를 이렇게나마 먼저 확인하게 되어, 어쩌면 다행이다.


'삶의 기준이 분명하고, 인생을 밀도 있게 살아가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님을 스스로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런 상대에게 강하게 끌렸던게 아닌가 싶다.

나와 달리, 신념이 분명하고, 남과의 약속을 지키는(것 같아보이는) J에게 깊은 매력을 느꼈던 것도 그 때문이지 않을까.


예컨대, '아기를 가지기 전까진 술을 끊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5개월 동안 철저히 지켜내는 그런 남편. 자기만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는 모습이 내게선 찾아보기 어렵기에, 나의 결핍을 상대에게 투사했나보다.


이번 일을 통해서도 그게 분명히 드러났다. 나는 그런 사람과 사랑하고 싶었지만, 정작 상대에겐 그런 사람이 되어주질 못했기에, 결국 그 어떤 사랑도 지켜낼 수 없었다. K와 같은 안정감 있는 좋은 사람을 보낸건, 내가 아직 그 인연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인다.


앞으로는 이성관계에 있어서 나만의 기준을 넘는다면 주저 없이 끊어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유혹에 속절없이 흔들리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단단한 사람이 되어야지


이건 다른 누군가에게 가벼운 사람으로 보이는게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걸 지키지 못한 나 자신을 '내'가 보게 되는 것이 가장 무섭기 때문인데,

내가 나의 선택에 실망하면, 스스로를 멋지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약해지고, 자존감도 무너진다.

그리고 그런 부족한 나의 모습을 상대에게 투영해서, 그것을 갖고 있는(혹은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누군가에게 꽂히게 된다.


이런 메커니즘을 최근에 깨닫게 되었고, 이런 성찰의 기회를 주었던 모든 인연에게 감사하다.


그저 그냥, '내가 되고 싶은 그런 사람'을 타인에게서 찾지 말고 내가 그런 사람이 되기를...


나이 먹기 전에, 나 스스로가 보다 더 괜찮은, 성숙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며

남겨진 감정과 성찰을 정리해본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