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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길 Jul 05. 2023

울주에는 귀한 곳이 많군요

- 기마행렬도 - 천전리 각석

기마행렬도

- 천전리 각석      

    

자줏빛 사암 바위 볕이 드는 시각이다

광폭의 화판 위에 맨발로 들어서는

갓밝이 여린 조명이 한 시대를 불러낸다.    

 

하루에 하루를 더한 천 년의 의식인데

여일한 대곡천은 긴장으로 졸졸대고

산꿩도 신호탄 같은 울음을 쏴 올린다.   

  

선대의 문양들이 수수께끼를 내는 동안

자르르 윤을 내며 갈기 세운 기마행렬

결기 찬 화랑 무리는 또 천 년을 내딛는가.


가는 길 멀고 험해 길잡이를 두려는 듯

속살 떼어 새긴 자리 햇살이 본을 뜨면

무시로 신라의 하루가 말발굽에 실려온다.     


 

 - <성파시조문학> 2023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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