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엄생 에필로그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던 네 명의 어떤 시절을 이어 붙였더니 너른 들판이 생겨났다. 거기서 돋아난 잡풀이며 들꽃 하나 어물쩍 넘어가지 않았다. 글 한 편을 완성할 때마다 모두의 앞에서 입으로 소리내어 읽었다. 목소리를 타고 올라온 사건과 감정을 마주하는 건 쉽지 않았다. 우린 어렵게 웃었고 어렵게 울었다. 공유 오피스 회의실에 모여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한 사람들은 우리가 아마 처음이지 않았을까. (우리가 회의실을 쓸 때마다 공유 오피스 매니저가 와서 폴딩도어 문틈을 자꾸만 꽉꽉 잠구곤 했다. 저희 사이비 종교 아니에요. 본의 아니게 죄송합니다.)
지금 와선 아무 소용없는 일일지도 모를 글들이 차곡차곡 쌓였다.
무엇을 증명하고 싶었던 건진 모르겠다. 다만 글을 써서 책을 내겠다는 욕망을 이루어냈다.
해냈으니, 뒤풀이는 정교하고 특별하게 기획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자유부인'이 될 수 있는 공통의 날을 선정했고, 아이들과는 절대로 할 수 없으면서 나를 위한 훌륭한 선물이 될 수 있는 '액티비티'를 찾아보기로 했다. 이왕이면 노키즈존에 아이들이 먹을 만한 음식이 거의 없는 식당도 선정했다.
탑동에 있는 한 아로마 오일 마사지숍을 예약했다. 옷을 훌러덩 벗을 정도로 친한 사이는 결코 아니었지만, 어느 한 명도 멈칫하지 않고 옷을 벗어재꼈다. 몇 편의 글을 써낸 것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몸을 푼 다음엔 소금으로 테두리를 두른 짭조름한 마가리타로 건배를 시작했다. 2차는 화초가 가득한 와인 바. '이 쯤은 집에서도 만들 수 있겠는데' 싶지만 결코 만들지 않을 우아한 안주에 내추럴 와인을 마신 뒤, 마지막으로 내장으로 진한 맛을 낸 보말 죽에 돌멍게를 올려 한라산 소주를 곁들여 마셨다. 밤이 컴컴해질수록 미소는 가느다랗고 단단해졌다.
이렇게 우리는 새 우주를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물풀, 미오, 하다, 히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