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열정으로 탄생한 동요 책 <Songs for us>
서명희 단원은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고 10년 넘게 영어과외를 했다. 2025년 1월 중순 코이카 164기 일반봉사자로 파견되어 현재 키갈리 기쿤도에 소재한 제이콥 스쿨에서 음악수업을 하고 있다. 오늘은 동요 책 발간을 기념하는 현장 사업이 있는 날이다. (2025. 11. 14. 금)
좁은 흙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거의 끝 무렵에 아담한 초등학교가 있다. 서명희 단원의 말처럼 주변 환경과 학교 모습이 옛적 시골 모습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때마침 아침부터 내리던 비도 멈춰서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있는 아이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남자아이들이 탁구공 하나를 발로 차며 축구를 하고 있다. 작은 공에 발이 미끄러져 넘어지면서도 재밌어한다. 세상에나,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하기도 하고 마음이 짠해서 발걸음이 멈춰졌다.
음악 수업조차 없는 이 학교에서 어떻게 아이들을 지도하며 동요 책까지 만들게 되었을까~!
학과목 중에 "Creative Arts"라는 과목이 있긴 한데 음악, 미술, 댄스, 드라마 등등 예체능을 한데 묶은 과목이다. 내용이 아이들의 정서에 맞지 않는 (성평등, 제노사이드, 애국심, 말라리아, HIV, 환경)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맞는 노래를 하나씩 가르쳐 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노래들을 어떤 형태로든 묶어서 아이들에게 나눠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음악 수업을 진행할 학교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전에 기증받았던 전자 키보드 6대와 전 봉사자가 준비해 놓았던 피아노 교재들이 창고에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었다. 음악수업을 할 마땅한 공간도 없어서 다용도실과 교실을 왔다 갔다 하며 수업을 했다. 학생들은 음악을 가르치는 봉사자가 왔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컸고 음악 수업 시 서로 앞자리에 앉으려고 다툼을 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열정과 관심을 보면서 "더 열심히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다.
키보드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수업을 하다 보니 아이들이 피아노를 서서 치는 등... 여러 가지 불편한 상황들이 발생했다. 교육 환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그러던 중 코이카 지원을 받아 음악교실 환경을 개선하게 되었고 동요 책을 발간하게 되었다. 프로젝트 3기 봉사단원 중 이유림 자매의 협업으로 동요마다 내용을 잘 살린 예쁜 그림까지 넣었다. 그리고 각 노래마다 QR코드를 넣어서 노래를 쉽게 따라 부를 수 있고 연주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정성과 노력을 기울였을까. 행사가 진행되는 교정 한가운데 초록 잔디가 오후의 햇살을 받아 그 싱그러움이 더하다. 낮은 학교 지붕과 초록 잔디 그리고 아이들이 입은 옷의 조화가 생기가 넘친다. 저학년 아이들은 디귿자 형태의 처마 아래 앉아서 커다란 눈을 마주친다.
먼저, 학교 교가 제창으로 행사가 시작되었다. 가슴에 손을 얹고 큰 소리로 교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는데 그냥 가슴이 먹먹해진다. 예전에 우리도 저렇게 자랐지 싶다. 이어서 댄스 동아리들의 춤 솜씨가 대단했다. 한쪽에서는 노래를 불러주고 소뿔 형태를 연상케 하는 르완다 전통춤이 이어진다. 어깨를 움직이는 부드러운 선이 아름답고 발을 옮길 때는 절도가 있다. 나도 저 춤 한 번 배워보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깜짝 놀라며 really!!! 한다.
탬버린, 트라이앵글을 연주하는 아이들, 그리고 익살스러운 제스처와 함께 카드를 들어 올리는 B.I.N.G.O 게임은 재밌었다. 저마다 독특한 포즈를 취하는데 가운데 남학생은 얼굴 표정과 손을 들어 올린 모습이 너무 짓궂어서 계속 쳐다보게 된다. 르완다의 상징인 늠름한 고릴라 형상 같지 않은가!
드디어 무대 중앙에 피아노가 놓이고 현지 교사와 아이들이 연주를 시작한다. 앞에 놓인 동요 책을 보며 건반 위를 달리는 가느다란 손가락들이 서로서로 어우러져 한 화음을 이룬다. 음악 이론조차 접해 보지 못하고 음을 익힌 아이들에게서 저보다 더 큰 결과물이 어디에 있을까 싶다. 가장 감동했던 것은 서명희 단원과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한 '꿈꾸지 않으면'을 부를 때였다. 간디학교 교가라고 하는데 내용이 어찌나 감동이 되던지 큰 여운이 남는다. 동요 책에는 아이들에게 더 쉽게 이해되기 위해 Learaing and Teaching라고 제목을 달았다.
행사가 오후로 갈수록 구름은 마치 천막처럼 살짝 드리워져 그늘을 만들었다. 동요 책 수여식과 현판식이 이어졌다. 코이카 김진화 소장, 제이콥 스쿨 교장 Jean De Dieu와 학교 재단 관계자. 그리고 서명희 단원이 함께했다. 두 사람이 마주 잡은 손이 그 간의 노고를 격려하고 위로해 주는 듯 보기만 해도 따뜻하게 보인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댄스 타임에서는 동아리 댄스팀이 손님들을 다 불러내서 한바탕 축제의 장이 벌어졌다. 저기 어디 뒤쪽에 어색하게 웃고 있는 남편 모습도 보인다. 구경하고 있던 학생들도 다 일어나 몸을 흔든다. 나는 저런 모습이 참 부럽다. 몸에 흥이 가득한 아이들, 아프리카 어느 곳에서나 느낄 수 있는 저들의 감성은 내가 따라갈 수 없는 점이다.
행사는 작은 규모였지만 오히려 소박한 가운데 큰 결실을 얻은 것 같아서 마음이 흐뭇했다.
그녀에게 앞으로 해외봉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고 물었다.
"일을 진행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난관을 만나게 되는데 우리 측에서는 난관이지만, 이 나라에서는 일상이고 별 큰일이 아닙니다. 현지 사정과 상황을 이해하고 속을 끓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쩌면 이것은 그녀의 간증인지도 모른다. 일을 하는 모든 과정 과정에 돕는 손길들이 있었다면서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은 길을 따라 그저 걸어왔을 뿐이라고 고백하는 서명희 단원. 이제 내년 한 해를 더 연장하였으니 이 동요 책을 통하여 많은 아이들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 줄 것이다.! 그녀를 위해서 예비해 놓은 그 길이 나도 사뭇 궁금해진다. 교사와 학생이 한마음으로 불렀던 이 노래가 깊은 여운이 되어 어느새 나도 희망의 노래를 부른다.^^
"꿈꾸지 않으면
사는 게 아니라고
배운다는 건 꿈을 꾸는 것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