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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TS Dec 06. 2022

좋은 사람은 좋은 상사가 아니다

일보다 어려운 인간관계


입사 초반에 최대한 빠르게 회사에 적응하려 했다. 간단한 일은 아니었다. 회사는 일만 잘하면 되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돈만 바라보는 칼 같은 집단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국 사람 사는 곳임을 느꼈다. 오히려 일만큼 중요한 게 회사 안에서 맺는 인간 관계다. 아니, 오히려 일보다 인간 관계가 더 어렵다 느낀 적도 많았다.


일과 사람은 같이 챙겨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한 번이라도 부하 직원이나 후임을 둬봤다면 쉽게 하지 못할 얘기다. 적절한 지적을 하면서도 그 사람과의 관계는 유지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훌륭한 상사는 일과 인간관계, 두 마리 토끼 모두 챙긴다.


약 1년, 사회생활을 하며 닮고 싶은 상사와 그렇지 않은 상사. 소위 ‘꼰대’라 부르는 상사를 많이 봐왔다.

그들의 방식은 확연히 달랐다. 직접 일하면서 느낀 좋은 상사와 ‘꼰대’의 차이를 나열해 보겠다.

여러분들이 좋은 상사는 닮으려 하고 ‘꼰대’는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1.가르침


내가 회사에 다닌 지 한 달 안 됐을 때 사수 선배가 한 가지 물어본 게 있었다.


         ‘넌 왜 이렇게 질문을 안 하냐’


내 입장에선 궁금한 게 없었던 게 아니었다. 오히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하지만 선배에게 유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웬만한 건 혼자 해결 하려 했다. 사수 선배한테 자질구레한 질문하는 걸 피했다. 그래서 길을 물어보는 것 같은 질문 한 번이면 해결될 일을 혼자 헤맨적도 있었다.

이런 낌새를 눈치챈 사수 선배가 한 마디 조언해줬다. ‘신입은 선배가 계속 귀찮게 질문해야 한다.’




 이후로 태도를 바꿨다. 날마다 한 가지라도 질문을 했다. 업무 외의 것이라도 캐물었다. 여러 번 질문하는 당시는 선배가 귀찮아할 순 있어도 잠깐일 뿐이였고 같이 퇴근할 때는 오히려 질문을 통해 학습하고자 하는 모습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태도를 바꾸자 일 배우는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빨라졌다. 결론적으로 더 유능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게 됐다.


입장이 바뀌어서 내가 사수 역할을 맡게 된 적이 있다. 이번엔 내가 가르쳐주는 입장이다.  부사수인 그는 나보다 4살 많았고 군대도 다녀왔다. 입대 전에 일하다 간 거라 경력도 나보다 높았다. 하지만 하는 일이 많이 바뀌었고, 공백기가 커서 당장에는 많이 미숙했다. 그래서 내가 기초적인 것부터 알려줘야 했다. 하지만 조금 망설였다.

‘ 나는 그에게 한참 동생인데, 사소한 거까지 가르치려하면 기분 나쁘지 않을까?’


남을 가르친다는 게 조금 두려웠다. 가르치는 게 남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내가 신입일 때를 생각하면, 분명 그가 도움을 원할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수 선배가 내게 말했던 것처럼

사소한 거라도 좋으니 많은 질문을 해주세요, 저도 대답하면서 다시 되새길수 있어서 좋아요라고 말했다.

이후 내가 군 입대를 하기 위해 휴직을 신청 한 날, 형은 내게 ‘많은 걸 가르쳐 줘서 고맙다’라고 전했다. 


회사라든지 군대라든지 일을 빨리 배우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최고다.

그래서 가르쳐주거나 가르쳐 달라고 하는 걸 미안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물론 그것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좋은 상사와 꼰대는 가르쳐주는 태도가 명확히 나뉜다. 둘다는 부하 직원에게 다양한 것을 알려 주려한다는 점에선 같다. 둘을 나누는 차이점은 ‘상대가 진정 그걸 원하는지 파악하고 말해주느냐’ 에서 나뉜다.





2.태도


좋은 ‘상사’ 가 되는 건 무척 어렵다.

상사는 일에 익숙치 않은 부하 직원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가령 회사 방식에 맞지않는 양식을 사용한 보고서는 안된다고 지적해야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사는 지적을 하면 그 사람과 사이가 나빠진다고 생각한다.

상사 입장에선 지적은 피하고싶고 그렇다고 가만히 냅두자니 실수를 못본채하는 셈이 되버린다.

일과 인간 관계, 둘 사이에서 하나를 택해야 하기에 많은 갈등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지적은 경우에 따라 사이를 망치긴 커녕 더 돈독해지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는 치트키는 있다.

 


다니던 회사에 실수를 많이 하는 직원이 있었다. 그녀는 ‘일은 못하지만 사람이 좋았다.’ 농담 삼아 하는 말인 ‘애는 착해’ 의 표본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분위기 메이커였지만 업무 능력은 경력에 비해 아쉬웠다.

한 번은 그녀의 담당 부장이 나에게 고민거리를 털어놓은 적 있었다. 그녀는 좋은 사람이지만 일을 맡기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부서 이동을 권하고 싶지만 충격받을 그녀를 생각하니 입을 떼기 어렵다고 했다.


부장은 부하 직원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는 좋은 사람이였다. 하지만 좋은 상사라고 할 순 없다.

부장은 지적을 두려워했다. 지적은 상대방과의 대립이기에 감정적인 문제를 일으킬 거라 생각해서 회피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다 보면 어느새 팀원의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된다. 왜냐하면 지적받지 않으면 팀원은 본인의 문제를 모른다. 따라서 팀에게 어떤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조차 모르게 된다. 부장은 모르고 있던 것이다. 솔직한 지적은 서로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라는 것을


물론 좋은 지적은 상대가 감정적인 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특정 사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여겨져야 한다. 좋은 상사일수록 지적은 확실히 한다. 다만 꼰 상사가 아닌, 좋은 상사가 되고 싶다면 솔직해지면 된다. 상대가 불쾌한 공격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로 간의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좋다.


나는 '부장님께서 솔직하게만 전한다면 오히려 고마워할 거 같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얼마 후 그녀는 다른 부서로 발령됐다. 이후 말씀해주길

그녀는 부장에게 화를 내긴커녕 힘든 말을 전해줘서 고맙다고 전했다.


싫은 말 못하는 사람일 수록 부하 직원을 지적하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꼰대’라고 불릴까 봐 두려워하는 상사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지적은 사용하기에 따라 좋은 도구가 된다. 올바른 사용법은 지적이 공격으로 느껴지지 않는 신뢰 관계를 쌓는 것 이다. 부장은 그녀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따로 자리를 만들어 부서 이동을 권했다. 존중의 태도를 확실히 보인 것이다.



20살, 본격적인 사회 진출에 첫 발판이 바로 대기업이어서 많이 헤맸다. 초년생 티를 내기 싫어서 선배들이 묻는 바가 있다면 칼같이 보고하고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려고 많이 노력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주면 바로 아웃이라고 멋대로 착각했다. 하지만 회사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다. 회사원이 됐다고 갑자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진 않는다. 그들은 오히려 일만 잘하는 사람 보다 가끔 실수해도 함께 있으면 편안한 사람을 원했다.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들이 있다면 경직된 어깨를 조금 풀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것도 모른다고 주눅들 필요없다. 모든 회사원들은 당신과 같은 신입사원 시절을 거쳐 그 자리에 있는 것이다. 항상 질문하라. 중요한 건 배움에 대한 감사만 표시하면 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여러분들이 신입을 받는 날이 온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조언 마디 해주는 좋은 상사가 되었으면 한다! 그런다면 분명 그 신입 또한 당신처럼 좋은 상사가 될 거다. 세상에 나와, 험난하지만 옳은 길을 향해 나아가는 모든 사회초년생들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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