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
나는 소설은 거의 읽어본 적 없으며, 대학생때부터 나의 독서 취향은 한결같이 자기계발서였다. 대학생때는 돈을 잘 벌고 싶다거나 많이 벌고 싶다거나 내가 무언가 되어서, 또 많은 돈을 벌어서 화려하고 멋지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같은건 전혀 없었던것 같다. 어쩌면 내가 그런 고민을 하지 않더라도 나는 자연스럽게 - 그리고 당연히 잘 살거라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는지, 아니면 정말 생각 자체가 없었는지 그때의 내가 기억나지는 않는다. 어쨌든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자기계발서만 읽어왔다. 으쌰으쌰 다시 마음을 다잡을수 있어서 좋았지만 생각해보면, 마음만 다잡을 뿐 나의 삶을 다잡지는 못했다.
어제 중고서점에 갔다. 요즘 읽는 책들이 다 경제, 뇌과학, 자기계발서 여서 그런지 또 그 파트로 가서 구매할 책이 뭐가 있을까 찾아보고 있었다. 마침 엄마한테 카톡이 왔는데, 그때 책꽂이에 꽂혀있던 책들이 내가 어릴때 집에 있던 책들이라 엄마에게 카톡을 보냈다. 그 책은 <겅호> ,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엄마에게 "이거 우리 어릴 때 책꽂이에 있던거네 기억난다" 라고 보냈더니 너무 돈에 얽매여 살지 말라며, 그냥 지금처럼 애들 잘 키우고 감사하며 살면 되지. 라고 답장이 왔다. 어릴 적 엄마는 이미도 돈때문에 힘들었던 결혼 후의 삶이였기 때문에 정말 동생과 나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으려 많은 일을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의 꿈과 기대만큼 돈을 많이 벌기도 했지만 그건 어떤 시점의 순간일 뿐, 유지되지 못했다. 엄마가 사 둔 책들이 그때 엄마의 마음을 반영한것이구나, 깨달아졌다.
요즘 읽는 책들의 연장선이라 생각해 자기계발서 앞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경제부분으로 넘어갔다. 금융문맹탈출.. 당연히 해야하고 돈공부 필수인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말 그냥 '돈'만 이야기하는 책들 앞에 서니까 숨이막히더라..? 진짜 내가 원하는게 뭘까 답답한 마음으로 생각하게 되더라.. 왜이렇게 돈에 집착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것, 어쩌면 그 시절에는 없었지만, 그래도 결혼 후에는 그 시절의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 살아가고 있는게 분명한데.. 내 마음가짐이 아직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걸까? 결핍에서 오는 집착일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더라.. 내가 정말 원하는게 백만장자도 아니고, 대단하고 으리으리한 집에 살고 싶은것도 아닌데.. 그저 우리 아이들 그래도 쾌적한 환경에서 살아가게 해주는것 그게 가장 큰건데.. 어쩌면 내 기준에서 그런 주거환경은 너무 먼 일 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더 그런것 같기도 하다. 그래 마음은 백만장자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지! 된다면 좋지! 누릴수 있으면 더 좋지! 의 마음일까?
정말 진심으로 내 마음을 모르겠다. 예전에 김동호목사님 설교에서 들은 내용이다. 스노우폭스라는 동물이 있다고 한다. 그 스노우폭스는 무리지어 지내다가 갑자기 앞에서 한두마리가 뛰면 뒤에 따라가던 스노우폭스들도 왜 뛰는지도 모르는 채 우르르 뛰어가다 절벽에 떨어져 단체로 죽는다고 한다. 왜 뛰는지 이유도 모르는채 앞에서 뛰니까 따라뛰는거다. 가끔은 나도 그런사람일까 생각하게 된다.
돈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내 삶을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지금 뭐하는거야? 생각하며 일단 할 수 있는 독서를 하고 그래도 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 뭐라도 해보자는 심정을 가지다가, 정말 작고 소소한 것 하나에 기쁨을 누리고 만족하는 사람들, 돈이 다는 아니지만 꼭 쫓아야 할 것도 아닌것처럼 자기 일과 사랑에 빠져 행복하게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을 보면 또 그 삶이 좋아보인다. 정말 내 삶에는 오직 나만의 기준 하나조차 없는건지.. 왜이리 흔들리는 삶을 살고 있는지 도통 모르겠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엔 요리책 하나를 샀다. 자신의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기록하고, 가족을 위해 자기만의 레시피로 밥상을 차리는 일기가 담긴 요리책. 내 머릿속이 뒤죽박죽이다. 나는 그저 돈에 매이지 않고 작은 행복을 만끽하며 살고 싶은데.. 어쩌면 그 작은 행복'조차' 돈에서 오는거지, 라는 생각과 행복은 돈으로 사는게 아니지, 라는 다중이같은 생각. 쉬고싶다. 정말 마음이 너무 복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