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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지 않겠죠?2

때가 되면 후속을 내놓겠습니다. 그동안사랑해 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by 미야

12화. 너를 만나려고 했나보다- 외전2

피부보다 깊은 마음의 색깔2

피부보다 깊은 마음의 색깔2

11화 다시보기 클릭

11화에 이어서=>


“이모! 저랑 이야기 자주 하던 동생이 형들의 괴롭힘에 혼자 건물 2층에 올라가서 뛰어내렸대요. 그래서 허리가 다치는 바람에 입원 중이래요”


이번 달 나는 아이에게서 이 말을 전해 듣고는 마음이 두근두근, 심장이 나대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아이가 예술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기숙사에 지내다 보니 몇 달에 한 번 보육원을 가게 되었다. 오랜만에 가게 된 보육원에서 자신과 비교적 친하게 지냈던 동생이 형들에게서 느낀 따돌림과 말들로 상처를 입고, 그 울분을 참지 못하여 2층에서 뛰어내렸다는 소식을 듣고는 깜짝 놀라 내게 전화했다.


2년 전 이 아이가 휴대폰 SNS메신저로 내게 보냈던 메시지와 사진이 뇌리 속에 오버랩 되었다.

“이모… 저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진 않겠죠?”

그런데, 이 아이가 기숙사 생활을 하느라 나와 있는 빈틈에 또 다른 아이가 불행하게도 이 아이와 똑같은 생각을 품고 2층에 올라갔고 결국은 뛰어내린 사실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특히나 이 보육원은 내가 십 수 년을 지켜봐 와서 장담컨대 원장님부터 전 직원이 정말로 아이들을 사랑과 헌신으로 돌봐 주시는 곳이었다. 그런 곳이어도 아이들 끼리 이렇게 차별과 언어폭력이 난무하다니….

이 아이들에겐 보육원이 집이며 자신을 감싸는 울타리이다. 불행중 다행일까 나한테는 너희 울타리, 너희 집이 2층밖에 없다는 게 그렇게나 안도가 되는 일이었다. 그래. 우리 아이의 2년 전 질문처럼 그곳에서 뛰어내린다고 해서 목숨을 위협당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보다도 문제는 따로 있었다. 아이들에게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은, 그 울타리에서 조차 정신적으로 안정을 느낄 수 없을 때 자신들은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보육원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이미 1차적으로 가정에서 갖가지 불행한 가정사로 상처를 받았다. 부모로부터 가족들로부터 자신이 버려지거나 포기 당했다는 가슴 아픈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갈 것이다. 그런 아이들이 모인 이 곳에서 조차 차별과 놀림과 괴롭힘이라는 2차적 상처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나 가슴 아플 뿐이었다.


2층에서 뛰어 내렸던 그 아이는 불행하게도 주변에 자신이 맘을 터놓고 이야기할 형이나 친구, 깊숙한 곳까지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아이도 역시나 말이 어눌하고 언어발달이 늦은 편이라서 똑같이 형들의 놀림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언어 표현력 자체에서 장벽을 느꼈기에 누군가에게 자기의 맘을 터놓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 아이가 빨리 회복되길 기도했지만,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상당히 오랫동안 입원을 했던 것으로 보였다.


얼마 전에는 성인이 되어 보육원을 퇴소한 어느 한 청년이 사회의 두려움과 고립됨을 참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적도 있었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선진국에 들어섰고 복지의 수준도 어떤 측면에서는 상당히 유럽 선진국만큼이나 올라왔다. 그렇지만 이 사회에는 다양한 계층의 사람과 소외된 사람들이 존재한다. 사각지대도 반드시 존재한다. 성숙한 사회가 되려면 좀 더 면밀하게 그 속을 들여다보고 그들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할 단계가 온 것이 아닐까.

거미는 바람에도 끊어지지 않게 실 한 가닥, 한 가닥을 정성스레 짠다. 우리도, 그렇게 서로를 잇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단 한 아이라도, 절망 끝에 손을 뻗지 않게. 마치 거미가 잘 짜놓은 그물망처럼 누군가를 바라보는 눈길 하나, 따뜻한 손길 하나로, 작은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 각자가, 저 창가에 홀로 선 마음 하나를 알아채 줄 수 있다면.


하지만 그날 이후, 우리 아이는 또 다른 벽에 부딪히게 된다. 나는 아직 모른다. 그 벽 앞에서, 우리는 또 어떤 울타리가 될 수 있을지...


다음화를 작성해서 연재하려고 했는데, 지금은 때가 아닌 것 같습니다. 나중에 때가 되면 후속을 내놓겠습니다. 그동안 "너를 만나려고 했나보다"를 사랑해 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9년 중2때 쇼핑 에튀드 1-4

*지금들이니 이때는 실력이 엉성하네요 ^^


* 댓글과 라이킷은 글을 다시 꺼내려는 제 마음에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되어줍니다.

오늘도 이 페이지에 머물러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내일 찾아뵙겠습니다.


11화. 『너를 만나려고 했나 보다』 – 여기서 뛰어내리면 죽기 않겠죠? 다시보기

10화. 『너를 만나려고 했나 보다』 – 막간의 이야기 다시보기

9화. 『너를 만나려고 했나 보다』 – 양아들에게 남기고 싶은 유산 다시 보기

8화. 『너를 만나려고 했나 보다』 – "너의 피아노 선율" 다시 보기

7화. 『너를 만나려고 했나 보다』 – 한 편의 수필이 되기까지 다시 보기

6화. 『너를 만나려고 했나 보다』 – 수필 전문 다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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