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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지네언니 Oct 27. 2023

231020-27

여러 가지, 연말이 다가온다, 돈 모으기, 인간관계


바쁘지도 않은데 바쁜 척하느라 글 쓸 시간이 없었다. 이번 주에는 꼭 써야지- 하고는 노트북도 들춰보지 않았다. 쓰고 싶은 말은 많은데 징징거리는 거 같아서 별로였다고 하면 핑계가 되려나. 몇 주 안 되는 것 같은데 뭔가 여러 가지가 변한 것 같다.


일단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다. 추석 연휴 동안 겨울옷을 꺼내고 여름옷을 정리했다. 매년 가볍게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뭐 이렇게 가진 게 많은지 몰라. 오래 입을 것만 남긴다고 하는데도 여름옷이 기내용 트렁크에 꽉 찼다. 겨울 옷은 가뜩이나 부피가 커서 정리하기가 더 어렵다. 최대한 옷장을 비워보려 해도 쉽지가 않네. 이번 주말에는 세탁을 좀 맡겨야겠다.


허리는 여전히 치료 중이다. 다행히 저림이 많이 줄었고 자세를 바꿀 때도 한결 부담이 덜하다. 그런데 인간이란 참으로 간사한 것이어서 통증이 줄어드니 점점 자세가 또 흐트러지고 있다. 이러다 또 아파야 정신 차리겠지.

그 와중에 자빠져서 무릎에 시커멓게 멍이 들었다. 나사가 하나 빠진 것도 아닐 텐데 뭐 이렇게 자빠지고 엎어지는지 몰라. 와중에 디스크에 무리 갈까 봐 얼마나 힘을 줬는지 어깨며 등이며 근육통으로 한참 고생했다.


연말이 다가온다. 점점 해 떠 있는 시간이 짧아지면서  몸도 축축 처지고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다. 연말에 뭐 뿌듯할 일이 있어본 게 언젠가 싶다.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늘 겨울을 좋아했는데 최근 몇 년간은 겨울이 되면 좀 우울해진다. 늙어가는 중인 건가 생각하니 좀 서글프다. 우울에 잡아먹히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몸을 많이 쓰려고 노력이라도 해본다. 집에서도 잘 때  빼고는 침대방 문을 닫고 책상 앞에 앉아 있고 일부러 조명도 더 밝은 것으로 바꿨다. 갬성보다는 에너지가 더 필요한 요즘이라.


돈 없이 늙는 것만큼 서러운 건 없다. 욜로 하다 골로 간다. 빚 없이 사는 인생이 축복이다.

정말 금쪽같은 말들 아닌가. 빚 없는 건 다행인데 집 없는 건 서러우니 또이또이다. 그래도 한 푼 두 푼 모아보려 생각날 때마다 적금 통장에 돈을 넣는다. 그게 뭐 얼마 안 되는 거 알지만 실직했을 때 생활비 정도는 있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모은다. 특히 요즘은 경기가 극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끼는지라 당장 내년에 내가 일할 곳이 없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늘 놓지 않고 있다. 사람이 적어도 3개월 치의 급여는 여유자금으로 있어야 한다는데 알면서도 쉽지 않은 것이 돈 모으기구나.


일이 어려운 것과 인간이 어려운 것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10000000000번을 물어도 전자다. 일이 어려운 것은  그저 몸이 피곤하지만 인간이 어려운 건 정신이 아파진다. 아니 어려운 거라기보다는 마음에 안 드는 거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겠지. 나란 인간은 나이가 들어도 건방지고 이기적이라 세상에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마음에 안 드는 인간도 너무 많다. 특히 같은 돈 받고 일하면서 대충 일하는 건 도저히 봐줄 수가 없다. 왜!!! 너는 그딴 식으로 일을 하고도 돈을 받는 거지? 왜!!!! 너는 그렇게 살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거지????????? 저 정도면 날먹이 아니라 도둑질 수준 아님? 왜 다 큰 성인이며 직장인이 직장에서 자기가 쓴 복사용지 포장지도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거지?  집에서야 어떻게 하고 살든 상관없는데 직장에서는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는 걸 안 배운 거예요? 왜 본인 교회 목사님 설교를 사람 다 있는 사무실에서 이어폰도 없이 들으세요? 직장 복사기로 설교집 복사하는 건 누가 시키는 건가요? 출근은 늦게 퇴근은 빠르게 할 거면 돈을 덜 받으셔야죠. 그동안 일하면서 상식적이지 못한 사람 여럿 봤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의 집합체를 만나게 된 건 신이 나에게 주는 새로운 시련인가? 그런 걸 그러려니 참는 게 사회생활이고 인간관계라 생각하고 대충 넘길 수 있는 사람은 어떤 복을 갖고 태어난 걸까. 나도 그럴 수 있다면 좋겠는데 나는 아무래도 아직 인간이 한참 덜 된 모양이다.


징징거리기 싫어서 글 안 썼다고 했는데 쓰고 보니 첫 줄부터 마지막 줄까지 징징대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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