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지네언니 Nov 06. 2022

뱃속이 허할 때

갑자기 뭐가 막 먹고 싶을 때가 있다. 요즘이 그렇다. 먹는게 귀찮아서 주말이면 한 끼 먹을까말까했는데 요즘은 눈만 뜨면 먹고 싶은 게 주루룩 떠오른다. 매일 아침 출근을 하면서 오늘은 뭘 먹나 고민한다. 위장이 뇌가 된다면 이런 느낌일까? 맵고 짜고 느끼한 음식을 보면 참을 수가 없다. 막상 먹고 나면 속이 불편해서 하루종일 기분이 나쁘다. 열 손가락을 찔러 피를 내고 텅텅 소리가 나게 가슴을 치며 불편한 잠을 청한다.

건강한 음식을 먹겠다고 장을 봐놓고도 손도 대기 싫어 결국은 배달 어플을 켠다. 침을 꼴깍꼴깍 삼키면서 정신을 놓고 스크롤을 내린다. 노크 소리에 달려나가 비닐을 까고 한상 그득하게 차려 놓으면 어쩐지 뿌듯한 거 같은데 막상 먹고 나면 후회가 밀려온다.

어제 먹은 것이 오늘의 나를 이룬다는데 그렇다면 지금 내 몸은 밀가루, msg, 설탕, 카페인… 이럴 때마다 뇌를 꺼내서 씻을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라는 지극히 문과스러운 생각을 해 본다. 주름 사이마다 까맣게 낀 사념의 찌꺼기들을 바락바락 씻어내버리면 이 지독한 식탐이 사라질까?



작가의 이전글 쫄쫄이 슈트같은 나의 예민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