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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지네언니 Apr 0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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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40대, 사전투표


벚꽃이 피면 봄이지. 사람 많은 게 싫어서 코 앞이 벚꽃 명소인데도 일부러 주말에는 나가지 않는다. 대신 점심때 병원 다녀오는 길에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산책 나온 강아지들도, 선캡 쓴 어르신들도 표정이 밝다. 봄의 힘인가. 나도 그 기운에 힘입어 콧물을 훌쩍이면서도 제법 땀을 흘리며 기분 좋게 걸었다. 계절이 가고 오는 것에 무감해지면 나이 드는 거라는데 그래도 아직 꽃이 피고 바람이 따뜻해지는 걸 느낄 감성은 남아있나 보다.


한의사 선생님이 그랬다. 4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남은 40년을 결정하는 거라고. 그 남은 40년의 프리뷰인 것인지 최근 들어 여기저기가 심상치 않게 아프다. 원래도 건강 체질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악과 깡이 있었는데 이제는 악도 깡도 힘을 못 쓴다. 주말에 무리해서 외출을 했더니 덜컥 감기에 걸렸다. 편도선이 잘 붓고 중이염을 달고 살아서 일찌감치 병원에 갔는데도 감기가 떨어지질 않는다. 홍삼에 비타민에 감기약까지 때려 먹어도 좋아질 기미가 안 보이니 생활이 엉망진창이다. 내 컨디션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싱크대와 세면대이다. 물얼룩 없이 보송하지 않고 여기저기 분홍 물때나 하얀 세제 얼룩이 남아 있다는 건 내 몸이 매우 엉망이라는 뜻이다. 감기약에 취해 잠들었다 어둑해서 일어나니 싱크대 꼴이 엉망이라 도저히 두고 볼 수가 없어 다밤중에 고무장갑을 끼고야 말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닦아놓으니 반짝반짝한 것이 힘든 와중에도 마음이 가뿐해졌다. 아직 악은 좀 남았는지도…?


정치색이 매우 투명하다. 나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동네에 살고 있지만 개의치 않는다. 오늘도 새파란 모자를 쓰고 대파를 들까? 하다가 파 먹을 일도 없도 돈도 아까워서 그냥 갔다. 가보니 파킹할 데도 없더라. 전국에서 가장 사전투표율이 떨어지는 동네라 기다리지도 않았다. 내 키만 한 비례정당 용지를 보고 어떻게 접어야 하나 잠깐 고민하다가 최선을 다해 인주를 말리고 조심조심 접었다. 제발 이 드러운 정권 끝장나라고 소금이라도 들고 가야 했었나 지금 생각하니 살짝 후회된다. 이번엔 정말 2년 전의 그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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