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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07. 2024

아들이 또 사고 쳤다.

단감 사자니까는!!!!!

뒤로는 노트북이 든 가방을, 앞으로는 아들 녀석의 가방을, 이미 무거운 몸인데 아들 녀석은 빼빼로나 먹으며 뒤에서 쫓아오더니 과일차를 발견하고는 사달라고 조른다.

"엄마 지금 앞 뒤로 가방이 무겁다~ 네가 들고 갈 자신 있으면 사줄게!"

"좋아요^^"

"대신 단감을 사자!"

"대봉감 사주세요!"

그래, 아들이 먹고 싶다는 걸 사줘야지 어쩌나, 계좌이체를 하고 아들이 대봉감을 건네받았다.








참고로 나는 단감 말고는 잘 안 먹는다.

그냥 좋아하는 걸로 배를 채우고 싶기에 대봉감은 내가 굳이 찾지 않는 과일 중 하나이다.

뒤에서 신나게 따라오던 아들의 당황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아차! 싶은 순간이지만 이미 늦었다.

봉지 채 떨어트린 인도 위로 감 두 개가 삐져나와 터졌다.

앞니 빠진 우리 똥강아지, 입에 빼빼로 가득 문 채로 소중한 눈물이 똑똑 떨어지고 감이 터졌다고 우는데, 잔뜩 찌그러진 얼굴이 못났다가도 귀엽다.

하.. 운답시고 대봉감도 엄마가 들고 갈 운명이다.

울면서 빼빼로는 계속 입에 넣어대는 아들 녀석 때문에 몸도 마음도 무겁고 터진 대봉감만큼이나 복장 터지는 심정이다.








집에 겨우 도착해서 제일 많이 터진 대봉감 하나 얼른 입에 넣어주고 보니 나머지 7개 중에 5개가 터져있다.

주황주황한 감을 보니 아들 녀석의 주황색 태권도복이 생각났다.

작년 이맘때, 태권도 마치고 돌아온 아들 녀석이 도복 벗고 씻으라고 했더니 도복을 손에 쥐고 마구 돌렸다.

"또 까분다. 얼른 씻어라~!"

욕실 샤워기 물 온도를 따듯하게 맞춰주고 나오니 아들 녀석이 말한다.

"엄마, 도복이 없어졌어요!"

이건 또 무슨 경우인가, 도복 들고 마구 돌려대더니 놓쳐서 어딘가로 던져진 모양이 분명했다.

"엄마가 찾을 테니 아들 얼른 씻고 나와~!"

벗어놓은 도복 바지와 팬티를 들고 도복 상의를 찾으려 고개를 바쁘게 돌리다가 경악했다.

그리고 두 눈을 질끈 감고 한숨을 쉬기 바쁘게 샤우팅을 하게 됐다.

"야~!!!!!!!!!!!!!!!!! 악!!!!!!!!!!!!!!!!!!!!!!!!"








어리둥절, 아들 녀석은 따듯한 물로 씻느라 분위기 파악은 못하고 나 혼자 씩씩대기 바빴다.

가스 불을 최대한 약하게 해 놓고 끓이던 김치찌개 위로 태권도 도복 상의가 빠진 채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당장 건져내어 퐁퐁으로 빨았으나 묘하게 주황빛으로 물든 도복을 보고 있자니 나의 마음이 바글바글 끓었다.

김치찌개는 먹을 수 없었고 나는 피자를 주문했다.

아들 녀석은 김치찌개를 못 먹는다고 눈물을 흘렸지만 이내 좋아하는 페퍼로니 피자를 먹는다니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땐 화가 치솟았는데 오늘은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아들아.. 다음엔 꼭 단감을 사자...?"

어금니를 꽉 물며 넌지시 흘린 말에 눈치 없는 아들은 말한다.

"싫은데 싫은데~^^ 대봉감 대봉감~~^^ 따봉따봉감~~~!^^"

"까불지 마라........."

언제쯤 몸도 마음도 편해질까, 터트린 대봉감은 안 먹고 저 앞에서 오전에 삶아놓은 달걀을 깨트려 까먹고 있다.

생각 같아선 달걀을 이마에 탁! 깨 주고 싶지만 또 닭똥 같은 눈물 똑똑 떨어트리고 울며불며 입에서 계란 튈 거 생각하면 참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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