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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15. 2024

하루종일 만두만 빚었다.

아들과 함께

오전에 있었던 약속이 다음 주로 미뤄지며 집에 있게 됐다.

미리 주문했던 식재료를 정리하는 도중에 만두피를 보며 주말에 하려 했다가 급하게 오늘 하기로 마음먹고 손질에 나섰다.

속재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시간, 김치만두로 시작해서 고기만두까지 빚었다.

평소에도 가끔 빚어 먹긴 한다.

만두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 먹는 만두는 특유의 냄새가 부담스럽다.

최근 아파트에 알뜰시장이 들어서고 만두를 사 먹었으나 실패한 이후 곧 내가 만들겠노라 다짐했기에 실행에 옮겼다.

오전에도 오후에도 빚고 찌고 빚고 찌고, 집안 습도가 마구 올라간다.








신랑은 찐만두를 좋아하고 아들은 군만두를 좋아한다.

당연하게 넣는 속재료 중에 당면은 굳이 넣지 않는다.

속도 편하고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아서 좋다.

고기만두엔 고기와 파, 마늘, 두부를 다져 넣고 양념, 감자와 쌀눈까지 넣어 영양가는 높이고 수분감은 덜하도록 했다.

김치만두엔 역시나 고기만두 속재료와 묵은지가, 그렇게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는 점점 쌓이고 쌓여, 140개쯤 빚었으니 당분간은 만두 파티다.

냉동실에 넣어놓고 두고두고 라면 끓일 때 먹고, 심심할 때 먹고, 튀겨서도 먹으면 되니 벌써부터 든든하다.

엄마로 살면서 가끔 끼니 걱정이 앞설 때가 많았는데 하루 종일 빚은 덕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오전엔 조용히 빚었는데 오후엔 아들과 함께 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었다.

진짜 순식간에 빚었다고 생각했는데, 순식간에 하루가 다 지나갔다.








오전에도 만두 오후에도 만두, 만두로 배를 채우니 칼칼한 국물이 먹고 싶다.

컵라면이라도 먹으려 했다가 멈칫, 밀가루는 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든든한 만두를 곁에 두고 배달 어플을 켜던 나는, 한숨을 쉬고는 핸드폰을 조용히 내려놓는다.

왜 또 사서 고생하고 남의 집 밥을 탐을 낼까?

사람 마음이란 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와중에 아들은 우주선도 만들고 폭탄도 만들고 정체 모를 만두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쪄내기 바쁜 만두의 자태를 보니 "손이 가요, 손이 가."다.

자기가 만들었다고 엄마가 만든 것보다 무조건 더 맛있단다.

피식,

많이 먹으라고 접시에 가득 채워주니 행복해하는 아들, 그러나 나는 당분간 만두가 생각나지 않을 것 같다.








어쨌든, 보람은 있다.

아들 녀석도 재밌었단다.

벌써 다섯 번째 만두 빚기다.

엄마를 도와주는 것인지, 조물딱조물딱 만들기 체험을 좋아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앞에 앉아서 조잘조잘 쉴 새 없이 떠들며 오후 내내 엄마 앞자리를 지켜주는 아들덕에 오늘도 흐뭇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다음 만두 빚기는 언제가 될지 모르겠으나 혼자 빨리 해치우려고 하기보단 오늘처럼 아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즐기며 추억을 빚는 것도 기록으로 남기는 괜찮은 방법이겠다.

만두도 빚고 사랑도 빚고 추억까지 빗는 시간, 번거로워도 꽤나 할만하다.

아들이 성장할수록 얼마나 많은 참여를 해줄지 모르겠다.

그래서 더욱이 소중한 시간, 아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다음 체험, 또는 놀이를 연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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