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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도 사람이다 Nov 16. 2024

낙엽비 맞으며 축지법으로 하산

긴장감 듬뿍 얹어주시는 아들 녀석

지난주 강화도 여행이 아쉬운 마음에 아침부터 일찍 출발해서 한 번 더 찾았다.

오늘은 마니산이다.

주차하고 계단로를 이용해서 참성단을 오르고, 내려올 때는 단군로를 이용했다.

평소 계단 형태의 계양산도 자주 가기에 마니산 계단로를 선택했지만 생각보다 가파르고 높은 계단에 가쁜 숨이 자동으로 따라온다.

모처럼 안 가본 산이기에 기대도 되고 아들도 잘 따라와 주니 운동한 느낌 제대로다.








내려가는 길이 맞나 싶게 계속해서 이어지는 능선을 따라 쭉 바람을 느끼며 걷다 보니 "우와, 좋다~!"가 절로 나온다.

힘들게 올라간 계단과는 다르게 온통 노랗게, 붉게 물든 나무들과 경치를 즐기며 떨어지는 낙엽비를 맞고 있었다.

"이게 힐링이지~^^"

느끼기도 무섭게 갑자기 달려드는 아들 녀석에 산통이 깨지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혹시나 모를 사고를 위해 빠른 속도로 뛰는 아들 잡겠다고 날다람쥐처럼 날아가는 신랑이다.

"뛰지 마!!!" 금방이라도 넘어지거나 어딘가 걸려서 굴러갈 것 같은 아들, 잔소리를 해대며 나야말로 생각지도 못한 축지법을 이용한다.

다행이라 해야 할까, 다친 곳 하나 없다.

심지어 아들덕에 빠르게 내려왔다...

무. 사. 히.








내려오고 나니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씨, 땀 흘리며 오르고 내렸으니 제법 춥게 느껴진다.

신랑이 맛집을 알아놨다고 하여 왔는데 맛집답게 대기줄이 길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쭉쭉 빠져주는 덕에 금세 자리가 나고, 들어가는 찰나에 투두둑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운이 좋다.

물론 비를 좋아하기 때문에 맞았어도 큰 실망은 없었을 것이다.(다만 추위에 덜덜 떨고 있었겠지만..)

비가 제법 많이 내린다.

따듯한 약물? 차가 나오니 몸이 따듯해진다.








어쩌면 이 맛에 등산을 하고, 지금 이 계절을 누리는 게 아닌가 생각해 보며 쑥향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솥밥을 야무지게 비벼 먹었다.

배고파서가 아니라 진심 건강한 밥상이라 나란 사람은 비법을 궁금해하고 신랑은 만족해하는 나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아들 녀석은 전투적으로 감자전 해체, 먹기 바쁘다.

어느새 입안 가득, 속도 가득, 마음까지 가득, 감동을 품고 나니 여유와 평온함을 느낀다.. 싶었으나 역시 찰나다.

무섭게 또 한 번의 긴장감이 먹던 것도 얹히겠다.

"엄마!!!!! 응가 마려워요!!!!!!!"

똥꼬를 부여잡고 등산화를 억지로 구겨 신으며 걷는 건지 뛰는 건지 모르게 밖에 있는 화장실로 향하는 아들, 하필, 참.. 애매한 타이밍이다.

마지막 한 입, 입에 와구와구 넣고 헐레벌떡 일어나는 아빠 엄마다.








평화를 찾은 아들과 함께 분위기 좋은 베이커리 카페를 찾아왔다.

향긋한 커피 향과 달콤한 빵들이 가득한 곳, 아들 녀석이 골라준 빵과 함께 커피 한 잔 즐겨본다.

추적추적, 비도 많이 내리고 분위기 좋은 카페 2층, 재즈풍의 피아노 연주곡까지, 완벽하다.

아들 녀석만 얌전히 있어준다면 말이다.

하.. 역시 아들과 함께 차분한 감성을 즐길 수는 없는 것일까?

소금빵을 초코라테에 담갔다가 뺐다가 난리치고 계시는 아들, 일단은..  본척한다.

그리고 분위기에 걸맞은 사진을 찍으며 커피도 빵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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