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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rest Nov 28. 2023

특별하지 않은 나의 탑.

나의 탑,

수년간 공들여 쌓은 나의 탑 위에 올라 주위를 보았다.

그토록 고대한 장엄한 광경을 드디어 두 눈에 담을 수 있다니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창을 활짝 열었다.


하지만

밖에 있는 건 나의 탑보다 더 아름다운,

아니, 비교조차 할 수 없이 높고 아름다운 탑이었다.


나의 노력이 부족한 것일까?

나의 특별함은 저들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


이런 스스로에게 드는 쓰라린 질문들은

밤새 아니, 매 순간 내가 쌓아온 노력의 탑을 공격했다.


그 때문인지 지금껏 자랑으로 여겨왔던,

나의 자식 같던 그 탑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되돌아볼 때마다 볼품없어지는 그 탑은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미 무너져가는 탑을 위로 더 쌓을 수도 없었다.


주위의 탑들은 저렇게나 멋지고 높은데

왜 내 탑만 무너져가는지.

무서웠다.


그래서 늦게나마 창문을 닫았지만 이미 확인한 그 멋진 탑들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그들을 인정하기로


원래 모든 인생에는 각자의 특별함이 깃들어 있으니

그걸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왜 신은 내게 그러한 능력을 주지 않았는지 기도하며 물어보고

때로는 신을 비난하기도 했지만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신에게서 오는 답변은 없었다.


그들의 능력을 뺏을 수도 없는 마당에

더 이상의 고통스러운 외침은 삼가기로 했다.


이제는 그들의 탑을 인정하고, 영화 너머에 있는 주인공을 바라보듯 주시한다.

그들의 특별한 탑이 내 탑을 초라하게 한 적은 없다.

내 탑을 초라하게 만든 것은 나의 마음일 뿐


다시 닫았던 창문을 연다.


나의 탑이 작을지언정,

그것이 나의 탑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바라본 다른 이들의 특별한 탑처럼

그들이 바라본 내 탑 또한 특별할지 모르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오늘도 유쾌하게 탑을 쌓는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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