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를 방해하는 주원인일까?
다이어트에선 식욕이 절대 빠질 수 없습니다. 회원님들도 항상 저한테 하시는 말씀이 "쌤 저는 식욕 없는 사람이 너무 부러워요"입니다. 그런데 그 식욕 없는 사람이 저네요..
그리고 자신의 식욕을 싫어하고 미워하기도 하죠. 식욕만 없었으면 다이어트를 진작에 성공하고 남았을 거라고. 하지만 식욕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식욕은 나의 체중 감량을 방해하는 수많은 요소 중 일부일 뿐이에요.
식욕에게 모든 잘못을 덤탱이 씌우면 안 됩니다. 그럼 나의 시야는 눈가리개를 해서 앞만 볼 수 있는 경주마가 돼버립니다. 우리는 앞만 보고 빠르게 달려가선 안 돼요. 천천히 주변도 둘러보기도 하고 쉬어갈 곳이 있으면 잠깐 멈출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식욕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다른 문제점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간의 욕구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러한 욕구를 억누르면 억누를수록 그 반동은 배가 되어 돌아오죠. 그리고 평소 충족이 잘 되어있는 욕구는 우리 몸에서 크게 원하지 않습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쓰기 전, 국밥을 먹고 카페에 와서 모카를 마시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주 가끔 점심을 대충 먹고 카페를 오는 날이 있는데, 슬슬 배가 고파지면서 집중이 안 되기 시작합니다. 뭔가 먹고 싶은 생각이 조금씩 떠올라요. 다행히 저는 식욕이 없는 사람이라 크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오늘처럼 든든하게 먹은 날은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잘 받지 못합니다. 이미 충족이 되었으니까요. 갈증도 마찬가지겠죠. 제가 축구선수 시절, 여름 체력훈련 때 물을 통제당한 적이 있었습니다. (중학교인지 고등학교인지 기억 안 남)
물론, 물을 훈련이 끝날 때까지 통제하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에 마실 수 있게 해 줬습니다. 그런데 너무 심하게 억눌렀던 탓인지 모든 훈련이 끝나고도 계속 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과 욕구가 떠나질 않더라고요.
제가 이 얘길 왜 하느냐.
처음 위에서 욕구는 억누를수록, 반동이 배가 되어 돌아온다고 말씀드렸죠? 제가 충분한 물을 먹고도 갈증이 오래 남았던 것처럼, 식욕도 같은 맥락입니다. 참으면 참을수록 내가 이후에 짊어져야 할 리스크는 심해집니다. 내 의지로 참아볼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건 의지로 되는 게 아닙니다. 해본 사람은 알아요. 그리고 의지로 참는다 해도 사람이 미칩니다. 매일 예민하고 주변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쳐요.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서 식욕이 터져버린 것뿐, 식욕 자체를 부정해서도 미워해서도 안 됩니다. 더 심할 경우 이런 나의 모습이 싫어 자기 자신을 미워해버립니다. 식욕이 남들보다 더 높은 걸 가지고 스스로 차별점을 두어선 안 돼요.
그런데 사실 식욕이 높은 사람들은 생각보다 꽤 많습니다. PT를 받으러 오시는 분들 중 대부분이 음식을 좋아하고 먹는 행위로 행복감을 느끼는 분들입니다. 너무 많이 먹고 조절이 힘들어서 그런 거죠. 이분들도 처음에는 스스로 잘못된 줄 알았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웬걸 '헬스장에 오니 다 나 같은 사람이네?'라는 생각에 한시름 놓습니다.
욕구는 아주 당연한 거예요. 이래도 식욕이 미워지시나요? 그동안 아무 잘못 없는 식욕에게만 한풀이를 했다면, 이제는 식욕이 보내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무엇을 원하는지요.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무언가 다른 것을 통해 해소가 되어야만 합니다. 나의 욕구가 보내는 소리를 무시한다면, 다른 무언가로 표출이 된다는 소리이죠. 번아웃이 자주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즐거움, 재미는 자신에게 사치라고 생각하거나, 스스로 완벽주의에 가둬 채찍질을 하는 경우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얼마 못 가 지치고 다른 쾌락에 빠지게 되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죠. 처음 번아웃이 왔을 때 번아웃이라는 존재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되는 겁니다. 이분들은 해야 하는 걸 알면서도 행동할 에너지가 없고, 시작할 동기가 생기지 않아요. 번아웃은 직장, 다이어트 이 모든 걸 포괄한 삶이라는 것 자체에서 공통점을 보입니다.
결국 식욕이라는 욕구가 계속 생긴다는 건, 무언가 충족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신호. 하지만 이걸 무시한 채 그저 참아내기만 하려고 합니다. 호르몬에 문제가 생겨 식욕이 높은 건지?, 수면 부족 때문에 그런 건지?,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성격 탓인지? 등등. 이런 원인이 숨어 있을 수 있는데 내 의지로 꾹 참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의지가 필요한 순간은 스스로 변화하려는 마음과 실천하려는 태도와 포기하고 싶을 때 포기하지 않는 순간에 필요합니다.
내 의지로 욕구는 당해낼 수 없어요. 애초에 싸울 상대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