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회고, 피봇의 시작
이전 직장은 5인 미만의 작은 스타트업이었다.
때때로 실무자가 공석인 경우에는 직접 UI나 인포그래픽 디자인 작업을 하기도,
데이터 분석가가 마케팅을 담당하거나, 프론트엔드 개발을 백엔드가 처리하기도 하였다.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모든 것은 경험이자, 내가 성장하는 또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기에.
기획, 운영, QA 등을 비롯하여 CS, Instagram 피드와 각종 오프라인 행사와 박람회까지 직접 담당한 PM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입사 당시 운영되던 서비스는 낚시용품 전문의 커머스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DAU 10 미만. 전무한 매출. 마케팅 코스트 고갈.
서비스의 성적은 참담하였다.
이미 차게 식은 서비스는 의미 없는 연명만 이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모두 이탈한 커머스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까.
수많은 다각적 시도와 고민 끝에 입사 6개월 차에 덜컥 서비스 피보팅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낚시'라는 매니악한 도메인은 타겟층 설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앱서비스에 친숙한 2030은 낮은 흥미도와 제한적인 정보 등으로 시장 유입이 적은 반면,
메인 활동층인 5060은 앱서비스에 친숙하지 않을뿐더러 날씨, 조황 등을 제공하는 같은 도메인 서비스들의 전문성을 능가하여 어필하기에는 많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피봇 아이템을 선정하기 위해 Persona 작성을 통하여 Pain Point를 정의하고, 가설을 설정하였다.
입문자와 기존 낚시인구의 니즈는 상이하였다.
'정보 검색 및 유저 간 교류' 비교적 가벼운 기능 중심의 입문유저와는 달리, 기존 낚시인구는 보다 효율적인 낚시 활동을 위한 '실질적인 기능' 중심의 서비스가 필요로 하였다. 상반되는 양측의 니즈 속에 '실질적인 기능' 중심 서비스는 입문 유저에게 큰 허들이 되어 신규 낚시인구의 유입을 차단하는 반면, 입문 유저를 위한 가벼운 서비스는 반대로 기존 낚시인구에게 큰 메리트를 주기 어려웠다.
고민이 거듭되던 중, 팀원들과의 대화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꼭 특정 타겟층만을 선택해야할까요?"
"당근이나 문토처럼 소모임 중심은 어떨까요?"
이에 입문/기존 인구 모두 활동이 가능한 커뮤니티 기능을 필두로,
경쟁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실질적 기능을 더하여 특정 타겟층에 매몰되지 않는.
누구나 사용하는 '차별성을 가진 유저 친화적 서비스'의 방향성이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틀릴 수 있다. 중요한 건, 계속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